VOA 인터뷰서 “한국군 전작권 맡으려면 전략타격능력·통합미사일방어체계 제대로 갖춰야”2019년 북핵 대응 위한 새 작계 논의 요청했으나 한미안보협의 때 한국 이유 안 밝히고 거절한미연합훈련 재개, 진지하게 논의할 때…"文정부, 종전선언으로 뭘 얻으려는거냐"
  • ▲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의 현역 시절. 그는 지난 6월 주한미군 사령관에서 물러난 뒤 전역, 귀향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의 현역 시절. 그는 지난 6월 주한미군 사령관에서 물러난 뒤 전역, 귀향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6월 전역한 뒤 귀향한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에서 한미연합군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새로운 작전계획 수립, 종전선언, 유엔사령부 문제 등에 관한 의견을 내놨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전작권을 행사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역량이 많이 뒤처진다고 지적했다. 또 한미가 연합훈련 재개를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종선선언을 두고는 “대체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전작권 전환, 2019년 상당히 진전… 한국군, 필수적 핵심 전력 2가지 많이 뒤처져”

    “전작권 전환을 위한 준비는 어느 정도 진행됐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2019년 이전까지는 (한국군이 전작권을 행사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얻는 데) 큰 진전이 없는 것으로 평가했지만, 이후 (코로나 유행 전까지)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그러나 한국군이 전작권을 행사해 한미 연합군을 이끌기 위해 필요한 핵심 역량은 아직 갖추지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 

    “한국군이 연합군을 이끌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전제한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첫째는 여러 가지 중요한 군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 두 번째는 한국군이 전략타격능력을 획득하고 한국형 통합공중미사일 방어체계를 개발해 배치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그러면서 “이것(두 번째)은 솔직히 많이 뒤처져 있다”고 우려했다. 첫 번째 ‘중요한 군사력’에 관해서는 “몇 가지가 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2019년 새 작전계획 위한 지침 갱신 요청… 같은 해 한미안보협의회서 한국이 거절”

    지난 11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새 전략기획지침(SPG)에 따라 새 작전계획을 세우기로 한 것과 관련해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과거에 이를 요청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 작전계획은 2010년 전략기획지침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11년이나 됐다”고 지적한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제가 2018년 11월 한국에 부임했을 때 현재 작전계획을 상세히 검토한 뒤 2019년 3월 유엔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 주한미군의 사령관으로서 첫 훈련을 하면서 새로운 작전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0년 동안 북한이 개발한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순항미사일·장거리방사포·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중국 인민해방군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하는 등으로 한반도 주변에서 존재감을 크게 늘린 점에 대응하는 계획이 전혀 없다는 것이 기존 작전계획의 취약점이라고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지적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2019년 여름 본국에 새 작전계획을 위한 전략기획지침 갱신 요청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그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SCM에서 한국 측이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이 주제의 논의를 거절했다고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전했다.

    “종전선언,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 지금은 한미연합훈련 재개 논의할 때”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을 두고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종전선언으로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제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성급히 종전선언을 할 경우 ‘전쟁이 끝났으니 1950년 여름에 통과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들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고 나면 미끄러운 비탈길이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종전선언을 하고 나면 주변국에서 “유엔사령부는 전쟁에서 싸우기 위해 창설했는데 이제 전쟁이 끝났으니 유엔사는 더 이상 필요 없지 않은가”라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한미)는 비핵화에 한 발짝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오늘날 북한은 분명히 핵으로 우리를 위협을 하고 있다”고 우려한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지금은 축소했던 연합훈련의 일부를 재개할지 여부를 놓고 동맹이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그러면서 미국 항공모함 강습단이 한국 영해나 한반도 인근에 온 것을 보거나 들은 것이 마지막으로 언제인지, 미군의 5세대 전투기와 전략폭격기가 한국 영공에서 훈련했다는 보도가 마지막으로 나온 것이 언제인지 되물었다. 그러면서 “꽤 오래 전”이라고 자답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일부 전문가들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핵실험 유예를 한 반면 미국은 동등한 양보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때 저는 이런 사례를 제시한다”며 “북한의 ICBM 시험발사와 핵실험은 모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지만 한미가 축소한 훈련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미연합훈련의 대폭적인 축소가 북한의 ICBM 시험발사와 핵실험 유예에 상응하는 조치라는 설명이다.

    “유엔사, 대북제재 집행 권한 없어… 남북관계 방해는 근거 없는 주장”

    “유엔사가 남북관계 발전의 걸림돌”이라는 일부 친문 인사들의 주장에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많은 사람들이 2018년 초 논란이 됐던 남북철도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을 유엔사가 남북관계를 방해한 사례라고 하는데, 그것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1718위원회)의 검토와 승인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며 “유엔사에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집행할 권한이나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두 번째 사례로 타미플루의 대북지원을 언급했다. 2019년 1월 정부는 북한에 타미플루를 보낸다고 밝혔다. 하지만 약은 북한에 전달되지 못했다. 당시 국내언론은 “미국이 타미플루를 북한에 보내는 것에 제동을 걸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당시 저는 유엔군사령관으로 (한국정부의) 요청을 받은 지 18시간 만에 타미플루를 군사분계선 북쪽으로 보내는 것을 허가했다”며 “왜 타미플루가 북한에 전달되지 않았는지는 통일부에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이런 사례들을 계속 말씀드릴 수 있다”면서 “유엔사는 (대북)제재를 집행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