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이뤄지면 한미훈련 유예… 반격훈련 생략해야" 외교원장이 北 입장 두둔"종전선언 안 되면 내년 4~10월 굉장히 위험… 김여정과 해리스 부통령 회담" 주장도홍현익 '이재명 지키기' 활동 한 친명계… "北 신형 미사일, 문제 삼지 말아야" 발언美 맥스웰 선임 "종전선언→ 주한미군 철수→ 파국 이어져… 美 안보도 위협" 반박美 클링너 선임 "ICBM 아니니 괜찮다는 주장은 살인 아니라 강도만 했다는 격" 비판홍현익, 작년엔 한국 외교전략 보고서… "주한미군 1만 명으로 감축" 주장해 물의
  • ▲ 국회 업무보고 당시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이종현 기자.
    ▲ 국회 업무보고 당시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이종현 기자.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이 “종전선언이 안 되는 상황이 지속되면 내년에 위기가 올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북한의 신형 미사일 시험발사를 두고는 “문제 삼지 않는 것이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도 주장했다. 

    홍 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가 2019년 선거법 위반 재판으로 정치적 위기에 처하자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한 친이재명계 인사다.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출신인 홍 원장은 지난해 8월 작성한 ‘미·중 갈등과 한국의 외교안보 대응전략’ 보고서와 관련 영상을 통해 “한국이 재래식 전력으로 북한을 능가한다는 차원에서 주한미군 병력이 과다하게 배치돼 있으므로 약 2만8500명 중 1만 명 정도는 감축해도 좋다고 제안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홍현익 “종전선언 안 되면 내년 대선 이후 美 중간선거 전까지 굉장히 위험”

    미국을 방문 중인 홍현익 원장은 지난 11월30일(이하 현지시간) 특파원 간담회에서 “종전선언이 안 되는 상황이 지속되면 내년에 위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된다”며 “특히 대선이 끝난 4월부터 미국 중간선거 직전인 10월까지 굉장히 위험한 시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 원장은 종전선언이 미국과 북한 간 신뢰회복을 위한 첫 걸음이라며 “이를 자꾸 지연해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북핵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홍 원장은 이어 “만약 (북한과 종전선언) 협상이 이뤄지면 한미훈련은 유예하겠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며 “그 중에서 2부 반격훈련은 생략하자”고 주장했다. 매년 3월과 8월 실시하는 한미연합훈련은 1부 방어와 2부 반격으로 이뤄지는데, 이 가운데 북한이 큰 위협이라고 주장하는 2부 훈련은 아예 하지 말자는 주장이다.

    뉴시스 등에 따르면, 홍 원장은 북한 김여정과 카말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간 회담 필요성도 주장했다. "미북 간 대화를 트럼프정부 때의 ‘톱-다운’ 방식과 과거 6자회담 때 같은 ‘바텀-업’ 방식을 혼용해야 한다"면서 “하이브리드 방식이 아니면 북핵문제는 협상이 되더라도 타결되기 매우 어렵다. 김여정과 해리스 정도의 회담이 되지 않으면 큰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그랬듯 북한 단거리미사일 시험발사 문제 삼지 않아야”

    홍 장은 같은 날 미국의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가 개최한 ‘미북관계 전망 포럼’에서도 “북한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3월 한국 대선까지는 지켜보겠지만 이후에는 참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고 중앙일보 등이 전했다.

    홍 원장은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를 미국 탓으로 돌리는 듯한 말도 했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은 믿을 수 없는 나라다. 말은 거창한데 행동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는 진정한 기회를 줘야 한다. 그 첫 번째 단계로 종전선언이라도 해 주자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시험발사는 문제 삼지 말자”는 주장도 폈다. 홍 원장은 “북한이 우리가 개발하는 것과 상응하는 정도의 사거리를 가진 미사일을 시험발사할 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랬듯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것이 한반도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 단거리미사일 개발 자체를) 인정하자는 말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美 전문가들 “종전선언, 주한미군 철수 등 파국으로 가기 굉장히 쉬워”

    포럼에 참석한 미국 안보전문가들은 홍 원장의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종전선언이 걱정되는 점은 한반도 안보문제가 미국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다는 점”이라며 “(종전선언은) 주한미군 철수 등 파국으로 가기 굉장히 쉬운 측면이 있으며, 미국의 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지난 70년 동안 협박외교와 무력으로 한반도를 점령하려는 모습을 보여 왔는데, 이런 김씨 정권의 생존방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며 “종전선언이 마법과 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한국정부는 종전선언이 실제 정세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상징적 선언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등 한반도에서의 병력 감축을 요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를 봐 주자”는 주장도 비판했다. 그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지 않고 단거리미사일 시험발사 했다고 칭찬해 주는 것은 ‘오늘 살인은 안 하고 강도짓만 했으니 잘했다’고 칭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