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청와대서 50분간 차담 나눠文 "다음 정부 짐 클 것 같아"… 李 "그 짐은 제가"
  •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차담을 하기에 앞서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차담을 하기에 앞서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국정운영 철학에 공감대를 보이면서 본격적인 '친문 끌어안기'에 나섰다. 

    자신이 문재인정부를 계승하는 후보라는 점과 함께 '정통성'을 강조함으로써 당 내 경선 과정에서 등을 돌린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지지자와 중도층을 향해 '구애'한 것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차담 형식으로 이뤄진 두 사람의 만남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50분간 이어졌다.

    "나는 문재인과 닮은 꼴"… 친문 끌어안기 나선 이재명

    이 자리에서 이 후보는 문 대통령의 전날 시정연설을 언급하며 "저의 생각과 너무 똑같더라. 거의 대부분 (문 대통령의 연설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저는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을 가장 존경하는데 문 대통령께서도 루스벨트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알고 있다"며 "거기에 공통분모가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특히 "따로 뵐 기회가 있으면 마음에 담아 둔 얘기이고, 꼭 말씀 드리고 싶었다"고 전제한 이 후보는 "제가 모질게 한 부분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제 1위 후보가 되니까 그 심정 아시겠죠"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 위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이 좀 빨라졌고, 기후위기 대응도 가속화되는 그런 역사적 위치에 우리가 처해 있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짐은 현 정부가 지는 것보다는 다음 정부가 지는 짐이 더 클 것 같다"고 말하자, 이 후보는 "그 짐을 제가 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받았다.

    이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은 2017년 대선 이후 이 후보에게 차가운 반응을 보여온 친문과 정서적 거리를 좁히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후보는 이날 문 대통령과 차담 중간 중간 자신이 문 대통령과 닮은 꼴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데 애쓰는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이 이번 대선이 정책경쟁이 되면 좋겠다며 시대 변화에 맞춰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하자 이 후보는 "가끔 제가 놀라는 것인데, 대통령과 제 생각이 너무 일치해서 놀랄 때가 있다"고 응대했다.

    또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를 언급하며 "우리 민주 정치사에 유례 없이 높은 지지율, 전례 없는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참 놀랍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어 "민주당의 가치는 민생·개혁·평화의 가치인데 문 대통령께서 잘 수행하셨다고 보고, 또 도지사도 문재인정부의 일원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끝까지 이 정부가 성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한 이 후보는 "대통령께서는 끝까지 잘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靑 "야당 대선후보 요청하면 문 대통령 만남 적극 검토할 것"

    이 밖에 두 사람은 기후위기와 관련,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등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양극화 심화와 관련, 이 후보는 "서민경제가 걱정"이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확장재정을 통해서 공적이전소득을 늘려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재정을 통해서 국민이 본인의 삶이 조금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차담에 배석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대장동 의혹 관련 발언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장동의  '대'자도 안 나왔다"며 "부동산에 대한 특별한 언급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 수석은 또 '야권 대선후보가 결정되면 문 대통령과 면담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야권에서) 요청이 있으면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