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관계자 "언론노조가 '좌표' 찍자 방통위가 탈락… KBS 이사 '권력 견제' 본질적 기능 마비 우려"
  • ▲ KBS 이사 연임에 실패한 황우섭 미디어연대 공동대표. ⓒ뉴데일리
    ▲ KBS 이사 연임에 실패한 황우섭 미디어연대 공동대표. ⓒ뉴데일리
    공영방송 KBS의 경영을 관리·감독하는 KBS 이사회가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새 얼굴로 교체됐다.

    25일 방송통신위원회는 무기명 투표를 통해 앞서 면접대상자로 선정한 후보자 40명 가운데 총 11명을 KBS 이사로 추천하기로 의결했다.

    이날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결정한 KBS 이사는 △권순범 전 KBS 시사제작국장 △김종민 변호사 △김찬태 전 KBS PD △남영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부위원장 △류일형 현 KBS 이사 △윤석년 광주대 교수 △이상요 세명대 교수(전 KBS 정책기획센터 기획팀장) △이석래 전 KBS 미디어텍 대표이사 △이은수 전 KBS 심의실장 △정재권 전 한겨레21 편집장 △조숙현 변호사 등 11명이다.

    이번에 KBS 이사로 추천된 11명은 방송법 제46조에 따라 대통령 임명 절차를 거치게 되며,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호선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임기는 3년.

    이 같은 방통위 결정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현업 구성원들이 '부적격 인사'로 지목한 인물들이 대부분 최종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언론노조에 속하지 않은 KBS 구성원들은 '공영방송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분명한 후보들이 '부적격 인사'로 매도당하고, 실제로 고배를 마셨다는 점에서 언론노조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여권에 비판적 소리 낸 인사들, '부적격자'로 폄훼"


    한 KBS 관계자는 "언론노조가 '부적격 인사'로 꼽은 후보들 중에는 평소 언론노조와 여권에 비판적인 소리를 내왔던 인물들이 다수 포함됐다"며 "KBS 이사회가 문재인 정부의 권력방송을 견제하기는커녕, 오히려 여권의 방송 장악을 방조하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노조에 의해 소위 '좌표'가 찍힌 인사들이 모두 탈락했다는 것은 KBS가 여전히 '노영방송'이라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라며 "'권력방송 견제'라는 KBS 이사의 본질적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앞서 언론노조는 방통위가 지난달 KBS 이사 지원자들의 면면을 공개하자, 황우섭 미디어연대 공동대표,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 이은수 전 KBS 심의실장, 전진국 전 KBS 부사장, 전용길 전 KBS 미디어 사장, 김인영 전 KBS 보도본부장 등의 이름을 거론하며 "부적격자는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우섭 대표의 경우 특정 정당의 대변인인 양 정파적인 언행을 보였다는 점과 함께, KBS 심의실장 재직 시절 '추적60분 - 서울시공무원간첩단' 편에 대해 시기상 부적절하다는 심의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이동욱 전 기자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으로 있을 당시 특조위 활동을 비판하고, 검찰의 5·18민주화운동 재수사 결과와 관련된 언론보도가 왜곡됐다고 주장한 과거 이력을 문제 삼았다.

    또 이은수 전 심의실장은 KBS협력제작국 PD 시절, 정운천 전 농림부 장관, 엄기영 전 MBC 사장 등 여권 인사들을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시켜 KBS를 관제 방송화한 사실이 있다며 부적격자로 지목했다.

    전진국 전 부사장과 김인영 전 보도본부장 등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간부를 지냈던 인사들에 대해선 "언론부역자로서 권력 감시와 진실보도라는 책임을 저버린 과오가 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응답이라도 하듯 방통위는 다분히 '강성'으로 알려진 황 대표와 이 전 기자를 비롯해 '언론부역자'로 낙인찍은 전직 임원들을 신임 이사진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 전 기자는 지난해 KBS 보궐이사 공모에 이어 2년 연속 고배를 마셨고, 황 대표는 연임에 실패했다.

    "여권·언론노조에 반대만 하면 '정파적'이라 매도"


    황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제가 탈락한 내막은 자세히 들은 바가 없어 잘 모르겠다"면서도 "아무래도 제가 가장 껄끄러웠던 모양"이라고 씁쓸해 했다.

    황 대표는 "언론노조에서 저를 두고 '정파적'이라고 하는데, 그런 해석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더불어민주당 편을 들지 않으면 정파적이고, 민주당 편을 들면 정파적이지 않다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황 대표는 "저는 소수 이사로서 견제 차원의 비판적 입장을 내왔던 것"이라며 "다수 이사들이 정파적인 시각을 갖고 있고, 그러한 시각이 그대로 KBS 운영에 투영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8년 KBS 이사로 선임된 황 대표는 그동안 KBS 진실과미래위원회의 위법성을 밝히고,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양승동 사장의 해임안을 내는 등 KBS의 정권편향적 성향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