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배' 언론중재법 개정안, 25일 새벽 법사위서 與 단독처리 野 "본회의 당일 법사위 통과 안건은 본회의 못 올라" 회의장 퇴장 '공적 관심사안' 예외규정 삭제 주장도… 與 "통과 뒤 대대적 국정홍보"
  • ▲ 지난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장 앞 복도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반발하는 시위를 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 ⓒ이종현 기자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장 앞 복도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반발하는 시위를 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 ⓒ이종현 기자 (사진=공동취재단)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본회의 당일인 25일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강행처리됐다. 

    더불어민주당은 24일 회의가 자정 전에 끝나지 않자 차수를 변경하면서까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與, 본회의 당일 새벽에 언론재갈법 강행 

    더불어민주당은 25일 새벽 3시50분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 일부개정안)을 국민의힘의 불참 속에 강행했다. 국회 본회의를 약 12시간 앞두고서다.

    민주당은 지난 19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소관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에서도 국민의힘의 반발 속에서 '기립표결'을 강행했다.

    박주민 법사위원장 직무대리는 당초 24일 오후 3시20분쯤 열린 전체회의가 자정이 돼가도록 마무리되지 않자 오후 11시30분쯤 차수를 변경한다고 선언했다. 회의를 산회했다 25일이 되자마자 재개하겠다는 것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새벽에 열린 회의에서 신속한 안건 처리를 요청했다. 국민의힘은 그러나 박주민 직무대리가 여야 간사 간 협의도 없이 차수를 변경했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국회법 93조의 2에 근거해 본회의 하루 전 법안 심사를 마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과거 이 규정에 근거해 본회의 당일 법사위를 통과한 안건은 본회의에서 다루지 않겠다고 한 바 있다.

    野 "협의 없는 차수변경…  들러리 못 선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윤한홍 의원은 새벽 1시10분쯤 회의장을 나와 "박주민 대리도 지난 6월30일 법사위에서 법안을 날치기할 때 하루 전날 (의결)해야만 다음날 본회의에 올라갈 수 있다고 했었다"며 "차수변경에 우리 당은 동의할 수 없고, 더 논의하는 것 자체가 (민주당의) 일방적 날치기를 위한 것이어서 회의에 더 이상 참석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계획에 국민의힘이 들러리로 설 수 없다"며 "(차수변경 등은) 의회민주주의의 실종으로,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비난했다.

    국민의힘은 차수변경 뒤 처리된 안건을 대상으로 법적 대응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예고했다. 김기현 원내대표와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김도읍 정책위 의장 등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도 새벽 법사위 소회의실을 찾아 야당 법사위원들과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
  • ▲ 최대 5배의 징벌적 손배를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25일  본회의에서 처리되면, 공포로부터 6개월 뒤 시행된다. 국회 본회의장 자료사진. ⓒ이종현 기자
    ▲ 최대 5배의 징벌적 손배를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25일 본회의에서 처리되면, 공포로부터 6개월 뒤 시행된다. 국회 본회의장 자료사진. ⓒ이종현 기자
    민주당은 그러나 국민의힘의 반발 속에서도 표결처리를 밀어붙였다. 박 직무대리는 개정안 처리 직후인 오전 4시쯤 "본회의에 상정될 것이라고 100% 말할 수는 없겠지만, 오늘 심의 안건인 만큼 심의를 마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25일 본회의 통과' 촉각… '더 규제하자'는 與 

    최대 5배의 징벌적 손배를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처리되면 공포로부터 6개월 뒤 시행된다. 시행 시기는 국무회의 의결과 공포 등의 일정을 감안, 내년 대선(2022년 3월9일) 이후다.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를 공언해왔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 등 방안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개정안 주요 내용은 언론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배는 물론, 징벌적 손배의 기준인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기사열람차단청구권, 정정보도청구 알림 표시 불이행 시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등이다.

    대통령·국무총리·장관·국회의원 등(공직자윤리법 10조 1항 1~12호) 고위공직자 및 그 후보자, 대통령령으로 정한 대기업 및 주요 주주임원 등은 징벌적 손배 청구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전직 고위공직자, 고위공직자의 직계가족 등은 징벌적 손배 청구가 가능하다.

    일부 내용은 이번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수정됐다.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중 '허위·조작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는 모호성 등의 이유로 삭제하기로 했다.

    징벌적 손배 기준을 완화하자는 취지의 주장도 나왔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공적 관심 사안의 경우 징벌적 손배 예외규정으로 둔 것과 관련 "이러한 일반 조항을 넣으면 우리 언론 보도가 다 공적 관심사안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라며 삭제를 요구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도 이에 동조했다. 하지만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원안 의결을 요구하는 등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렸다. 심도 깊은 논의를 했다는 민주당의 설명과 달리 논의가 매듭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논란 끝에 황희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등이 부작용을 우려했고, 결국 이 부분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의 일부 요구사항은 반영되지 않았다. 소병철 민주당 의원은 "사람들은 (개정안이) 문재인정부의 대표적 악법이라고 세뇌됐다"며 황 장관을 향해 대대적 국정홍보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