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예술영화 불허한 영진위, 반발여론 일자 한 달 만에 판정 번복
  • ▲ 김정남 암살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암살자들' 포스터. ⓒ사진 제공 = 더쿱·왓챠·Kth
    ▲ 김정남 암살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암살자들' 포스터. ⓒ사진 제공 = 더쿱·왓챠·Kth
    북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암살된 사건을 파헤친 다큐멘터리 '암살자들(Assassins)'이 뒤늦게 '예술영화'로 인정받았다.

    30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제5차 예술영화 인정 심사에서 예술영화로 인정받지 못했던 '암살자들'이 최근 재심사 결과 독립·예술영화로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예술영화인정소위원회 심사 결과에 불복한 신청자가 재심을 요청하면 한 단계 높은 '9인 위원회'에서 재심사를 하게 된다"며 "아무래도 예술영화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 심사위원들의 주관이 들어가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판정이 번복된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재심 결과가 나왔는데, 차후엔 어떤 이가 심사하더라도 예술영화 여부가 명확히 가려질 수 있도록 심사기준을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암살자들'의 배급사 측은 이 같은 영진위 결정에 대해 "애초 문제를 제기한 불인정 사유가 어떤 식으로 재고돼 심사가 이뤄졌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영진위 9인 위원회의 예술영화 인정 결정을 그 자체로 존중하겠다"며 "이번 우리의 문제 제기가 독립·예술영화 인정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의 시작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영진위 "독창성, 미학적 가치 부족… 심사기준 미달"

    앞서 영진위는 "다큐멘터리 '암살자들'은 '독창성'이나 뛰어난 '미학적 가치'를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심사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지난달 17일 배급사 측에 '예술영화 불인정' 결정을 통지했다.

    영진위에서 예술영화로 인정받지 못한 작품은 일반 극장에서 상업영화들과 상영관을 두고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에 '예술영화 전용관' 상영을 염두에 두고 이 작품을 수입한 '더쿱'과 공동배급사 '왓챠', 제공사 'Kth'는 지난 7일 "어떤 부분에서 심사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영진위에 '암살자들'의 예술영화 불인정 사유와 명확한 심사기준을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암살자들'은 2014년 제30회 선댄스영화제에서 '더 케이스 어게인스트 8'로 감독상을 받은 라이언 화이트 감독의 네 번째 작품이다. 미국 감독이 연출하고 미국 제작사가 만든 미국 영화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개봉한 '암살자들'은 로튼토마토 신선도 98%, 팝콘지수 94% 등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김정남이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두 여성에 의해 피살된 사건을 재구성한 '암살자들'은 암살사건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암살에 연루된 두 여성, 도안 티 흐엉(28)과 시티 아이샤(25)의 관점에서 제작된 영화다.

    '암살자들'은 오는 8월 국내에 개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