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뒤, 아들 김한솔과 가족 망명 도와… "FBI가 北 암살위협 경고해줘”모금 사이트 ‘고펀드미(https://gofund.me/74d24d3b)’에서 모금 진행 중
  • ▲ 이라크 파병 당시 크리스토퍼 안. 그는 미해병대에서 8년 복무했다. ⓒ자유조선에 자유를 홈페이지 캡쳐-미국의 소리 방송.
    ▲ 이라크 파병 당시 크리스토퍼 안. 그는 미해병대에서 8년 복무했다. ⓒ자유조선에 자유를 홈페이지 캡쳐-미국의 소리 방송.
    2019년 2월 ‘자유조선(구 천리마민방위)’의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에 가담했던 크리스토퍼 안이 “나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나 연방수사국(FBI)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은 현재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서 스페인 송환 관련 재판을 받는 중이다. 그가 스페인으로 인도될 경우 최고 징역 24년 형을 받을 수 있다. 미국 FBI는 “그가 스페인으로 인도될 경우 북한에 암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CIA, 핵무기 같은 큰 것에만 관심… 북한사람 돕는 데 관심 없어”

    2019년 4월 미국 사법당국에 체포된 안은 신병 인도를 요구하는 스페인정부의 요청에 따라 LA 연방법원에서 재판 중이다. 조선일보는 21일 안과 인터뷰를 공개했다. 신문은 “조만간 선고공판이 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자유조선과 미국정부는 무슨 관계였느냐”는 질문에 안은 “FBI나 CIA와 그 어떤 공식적 관계도 가진 적 없다”고 답했다. 안은 “사람들은 이런 일을 하려면 CIA나 FBI 같은 곳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세간에 알려진 자유조선과 CIA·FBI 관련설을 부정했다. 

    다만 CIA는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망명시킬 때 알게 됐고, FBI는 자신의 집으로 찾아와 ‘자유조선’에 관해 물어보면서 알게 됐다고 안은 설명했다.

    “김한솔 가족을 대만 타이베이공항에서 급히 다음 장소로 이동시키려 했지만 항공사 직원이 탑승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천리마민방위(자유조선의 옛이름)에 상황을 알리자 ‘CIA 요원 두 사람이 만나러 갈 거다. 그 중 한 명은 이름이 웨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래서 ‘웨스’가 나타나 자신을 소개했을 때 그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았다”고 안 은 설명했다.

    '현재 행방이 묘연한 ‘자유조선’ 리더 ‘에이드리언 홍’이 CIA와 관련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안은 “나는 전혀 모른다.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답했다. 

    안은 이어 “몇 년 전 에이드리언 홍과 CIA 연락책이 있는지 대화한 적이 있는데, 그는 매우 솔직하게 ‘CIA는 이런 일들(북한사람 구하는 일)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당시 홍은 “CIA는 북한사람들을 돕고, 그들의 삶을 개선하려 하고, 많은 사람에게 희망의 길을 제공하려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정보를 모으는 데 특화된 CIA는 핵무기 같은 큰 것들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 에이드리언 홍의 설명이었다고 안은 강조했다. 

    “FBI 처음 만났을 때 ‘자유조선 활동 다 괜찮다’고 말했다”

    FBI와는 2019년 2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사건이 일어난 뒤 그들이 직접 찾아와 알게 됐다고 안은 밝혔다. “스페인에 가기 전에 나는 FBI와 이야기해 본 적도 없었다. 이후 에이드리언이 ‘FBI에 네가 개입했다고 말해도 되느냐’고 묻기에 나는 ‘물론이지, 나는 숨길 것이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얼마 후 FBI가 안을 찾아왔고, 안은 그들을 집으로 초대해 다과와 커피를 대접했다고 한다. 당시 안은 ‘자유조선’ 활동과 그 동기를 밝혔고, FBI 요원들은 “우리가 보기에는 다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후로도 안은 평소처럼 생활했다고 한다. 

    FBI는 그러나 2019년 4월 돌연 태도를 바꿔 안을 체포했다. 안은 “자유조선은 내가 자원봉사를 한 수많은 단체 중 하나일 뿐”이라며 “FBI가 왜 이 일을 향한 접근법을 바꿨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암살 위협은 FBI 이야기…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믿는다”

    안은 김정남이 죽은 뒤 아들 김한솔과 그 가족의 망명을 도왔다. 안은 “김한솔을 만났을 때 그가 북한사람이나 적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저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가족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사람으로 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한솔 망명과 북한대사관 습격은 김정은정권으로서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때문에 “미국 법원에서 안을 스페인으로 송환하면 북한이 그를 암살할 것”이라는 말이 계속 나온다.

    이와 관련해 안은 “북한의 (암살) 위협이 있다고 말한 것은 내가 아니라 FBI”라며 “FBI는 미국 내에서도 북한에 의한 위협이 있고, (내가) 스페인에 인도될 경우 그 위협이 급격히 비례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나는 FBI가 말한 것을 믿기로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처럼 당신을 도와줄 수 있는 고위관료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으냐”고 묻자 안은 “그들을 믿는다”면서 “나뿐만 아니라 이 사건에 관련한 모든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이해하려 한다면 옳은 결정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답했다. 안은 그러면서 “외교를 이해하고 이 사안의 복잡성을 이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친과 외조모 부양 중인 크리스토퍼 안… 그를 돕기 위한 모금 진행 중

    “나는 북한사람들을 구하는 영웅, 구원자가 되는 것을 꿈꾸지 않았다”는 안은 아내와 함께 71세 모친, 99세 외조모를 부양한다. 그러나 2019년 4월 미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으면서부터 생계에 상당한 지장이 생겼다. 그의 보석금 130만 달러(약 14억7500만원)를 내기 위해 모친과 남동생, 처가에서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았다.

    안은 이후 전자발찌를 차고 가택연금된 상태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 사태로 형편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한다. 현재 모금 사이트인 ‘고펀드미(https://gofund.me/74d24d3b)’에서 그를 돕기 위한 모금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