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경기도청장 영결식… "스프링클러 8분 지체" 조작 흔적 조사
  • ▲ 故 김동식 소방령 영결식이 21일 오전 경기 광주시민체육관에서 거행되고 있다. ⓒ강민석 기자
    ▲ 故 김동식 소방령 영결식이 21일 오전 경기 광주시민체육관에서 거행되고 있다. ⓒ강민석 기자
    경기도 이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 중 순직한 광주소방서 고(故) 김동식 구조대장(52·소방령)의 영결식이 21일 오전 엄수됐다. 영결식에 참석한 이들은 김 대장의 희생을 애도하며 그의 넋을 기렸다.

    이날 오전 9시30분 광주시민체육관에서 열린 김 대장 영결식은 경기도청장(葬)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장의위원장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지역 국회의원과 시·도의원, 동료 소방관 등 90여 명이 참석해 김 대장을 추모했다. 

    영결식은 운구 행렬이 입장한 뒤 묵념에 이어 1계급 특진, 훈장 추서, 조전 낭독, 영결사, 조사, 헌화 및 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이재명 "재난 반복되지 않도록 도에서 모든 노력할 것"

    이 지사는 '고 김동식 소방령의 숭고한 희생을 추모합니다'라는 제목의 추모사에서 "언제나 가장 뜨겁고 위험한 곳을 지키던, 가장 먼저 현장에 들어가 가장 나중에 나오던 그를 모두가 기억할 것"이라고 추도했다. 

    이 지사는 "고인을 떠나보내시는 유가족분들과 동료를 잃은 아픔에 슬퍼하고 계실 소방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고 김동식 소방령은 힘든 일을 도맡았고 솔선수범하며 모두의 본보기가 되었던 사람으로, 가장 먼저 현장에 들어가서 길을 열고, 가장 나중에서야 나오던 사람이었다"라고 치하했다.

    "실낱같은 희망일지라도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옷을 툭툭 털고 땀에 젖은 얼굴로 현장에서 나오는 김 구조대장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랐는데 끝끝내 김 구조대장을 잃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애도를 표한 이 지사는 "미비한 제도를 보완하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 비슷한 재난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기도에서도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 ▲ 故 김동식 소방령 유가족들이 21일 오전 경기 광주시민체육관에서 진행된 영결식에서 오열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 故 김동식 소방령 유가족들이 21일 오전 경기 광주시민체육관에서 진행된 영결식에서 오열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광주소방서 소속 동료들을 대표해 조사에 나선 함재철 소방위는 "무시무시한 화마 속에서 대장님을 바로 구해드리지 못하고 홀로 남겨둘 수밖에 없었던 1분 1초가 두려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동료들 "우리가 초라하게 느껴져… 무거운 짐 내려놓고 영면하시길"

    함 소방위는 "저를 비롯해 광주 구조대원 한 사람 한 사람은 그날이 원망스럽고 그 현장이 원망스럽다"며 "대장님을 홀로 남겨둔 그곳에서 벌겋게 뿜어져 나오는 화마를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우리가 초라하게 느껴졌다"고 통탄했다. 

    "대장님을 지켜드리지 못해 대장님이 누구보다 사랑하고 의지했던 가족분들께 죄송한 마음뿐"이라면서 눈물을 보인 함 소방위는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부디 좋은 곳에서 무거운 짐은 내려놓고 영면하시기를 기도드린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열우 소방청장이 대독한 조전을 통해 "화마의 현장 앞에서 생명의 길을 열었고, 모두의 안전을 지키며 가장 나중까지 남아있던 고인의 희생정신을 가슴에 새기겠다"고 애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가슴 아플 가족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김 구조대장의 열정과 현신 잊지 않겠다"며 "모두가 안전한 대한민국 여정에서 굳건한 용기 기억하겠다. 국민과 함께 영면을 기원한다"고 전했다.

    김 구조대장의 유족들은 영결식 내내 흐느끼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운구 행렬이 영결식장을 빠져나가자 김 구조대장의 어머니는 두 손을 뻗으며 아들의 이름을 하염없이 불렀다. 동료 소방관들은 거수경례로 김 구조대장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 
  • ▲ 故(고) 김동식 소방령 운구행렬이 21일 오전 경기 광주시민체육관에서 거행된 영결식을 마치고 동료들의 배웅을 받으며 운구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 故(고) 김동식 소방령 운구행렬이 21일 오전 경기 광주시민체육관에서 거행된 영결식을 마치고 동료들의 배웅을 받으며 운구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김 구조대장에게는 1계급 특진(소방경 → 소방령)과 녹조근정훈장이 추서됐다.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인명 구조 위해 건물 진입한 고인, 실종 48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

    김 구조대장은 지난 17일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 인명 구조를 위해 건물 지하 2층으로 진입했다 고립돼 실종됐다. 이후 실종 48시간 만인 19일 오전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김 구조대장은 1994년 4월 고양소방서에서 소방업무에 투신했으며, 지난해 1월부터 광주소방서 구조대장으로 재임했다. 지난 27년간 소방서장 소방행정유공상과 겨울철 재해예방유공 경기도지사 표창장 등 각종 표창을 받았다.

    한편 김 구조대장이 숨진 화재 현장에서는 닷새째 진화작업이 진행 중이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지휘차 등 소방장비 46대와 인력 110여 명을 투입해 진화에 나서는 한편, 건물의 2차 안전진단도 시행했다.

    닷새째 진화작업 중… "스프링클러 작동 8분 지체됐다"

    20일 김 구조대장의 빈소를 찾은 이상규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장은 "최종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소방이 조사한 바로는 스프링클러 작동이 8분 정도 지체됐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원칙적으로 스프링클러는 폐쇄하면 안 되는 것"이라며 "화재경보 관련 기술이 발달했다고 해도 오작동이 많아 화재경보가 한 번 울렸을 때는 다들 피난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이건 가짜'라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경우에도 스프링클러를 8분 정도 꺼놓은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소방당국은 진화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한국전기안전공사 등 유관기관과 함께 합동 현장감식을 벌여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스프링클러를 임의 조작한 흔적이 발견될 경우 관련자를 처벌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