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제 사장, 공개강연서 조국 수호 집회 '옹호'‥ 광화문 집회 '폄하'김웅 "딱 봐도 100만은 완전 맛 간 거냐"… 배현진 "이불 속에서나 할 얘기"
  • ▲ 박성제 MBC 사장. ⓒMBC·연합뉴스
    ▲ 박성제 MBC 사장. ⓒMBC·연합뉴스
    박성제 MBC 사장이 한 공개강연에서 '태극기 집회'로도 불리는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을 '약간 맛 간 사람들'이라고 폄훼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박 사장은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공영방송의 공공성은 중립성, 공정성, 독립성에서 더 나아가 시대정신과 상식을 담아야 한다"며 "우리 사회의 정파적 이해관계나 젠더에 따라 갈등이 있는데 그걸 무비판적으로 똑같이 중계하는 게 공영방송의 역할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검찰개혁 집회와 광화문에서 '약간 맛이 간 사람들이 주장하는 종교적 집회'를 1대 1로 보도하면서 민심이 찢겨졌다고 보도하는 게 제대로 된 공영방송인가"라고 비판했다.

    김웅 "방법과 방향이 달라도 다 같은 국민인데…"

    당시 보수 진영뿐 아니라 수많은 일반 시민이 들고 일어난 광화문 집회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주도했다고 매도한 박 사장의 발언이 공개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사장의 발언을 담은 기사를 공유한 뒤 "광화문 집회가 약간 맛이 간 것이라면 '딱봐도 백만'은 완전 맛이 간 거냐"고 받아쳤다. 

    이는 박 사장이 2019년 9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른바 '서초동 조국 수호 집회'를 두고 "경험 많은 사람들은 감으로 안다" "면적 계산하고 그러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딱 보니까 100만명짜리 집회다"라고 말한 것을 비꼰 것.

    김 의원은 "방법과 방향이 달라도 나라 잘되자고 나선 다 같은 국민"이라며 "방송은 검언유착같은 조작보도 안 하는 게 제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MBC 아나운서 출신인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도 목소리를 높였다. 배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사장의 실수로 'MBC 맛이 간 지 오래'라는 회사에 모욕이 될 말들만 잔뜩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형언론사 사장이 술 한 말 마시고 이불 속에서나 할 마음의 속말을 공적 자리에서 분별없이 뱉어 논란을 자초하면 되겠느냐"며 "말씀 조심하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MBC노조 "사장이 편파적이니 보도도 편파적" 

    박 사장의 발언을 두고 민주노총과 무관한 MBC노동조합에서도 비판 성명을 냈다.

    MBC노조는 "박성제 사장이 우파 성향 국민들을 공개적으로 모욕했다"며 "MBC 뉴스의 극악한 편파 보도에 박성제 사장의 고질적인 정치적 편향성이 큰 원인이었음을 스스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MBC노조는 "박 사장이 보도국장으로 재임할 당시 MBC 뉴스데스크는 참석자가 훨씬 많았던 우파 집회는 소홀히 보도하고, 여권 옹호 집회는 대서특필하는 등 정권 편향적 보도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MBC노조는 "2019년 9월 28일과 10월 5일,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 앞에서 열린 조국 수사 반대 집회를 MBC 뉴스데스크는 '100만명이 모였다' '주최 측 추산 200만명이 모였다' '주최 측 300만명 예상' 등으로 참가자 수를 부풀려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10월 3일 서울 광화문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MBC 뉴스데스크는 9번째 리포트로 단신 처리하고, 8월 15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우파 단체들의 대규모 집회와 10월 12일 서초동에서 열린 야권 집회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성제 사장, 60년간 받은 국민의 은혜를 원수로 갚아"

    MBC노조는 "이처럼 좌파와 우파, 여당과 야당에 대한 MBC의 편파 보도가 고질화 된 책임은 박성제 사장에게 있다"며 "박성제 사장이 자신의 편향된 정치의식을 자랑스럽게 드러내는 데 무슨 개선을 기대하겠느냐"고 개탄했다.

    이어 "공영방송 MBC의 보도는 정치와 신념과 종교에 관계없이 공정해야 하는데, 그게 싫으면 MBC를 떠나야 한다"며 "박성제 사장에게 MBC는 맞지 않는 직장이다.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 다수를 무시하고 배제할 대상으로 삼는 사람에게 공영방송 수장의 자리를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박성제 사장은 지난 1월 신년인사에서 '올해는 MBC가 국민들에게 60년 동안 받은 은혜를 갚는 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불공정 편파 보도를 하는 것은 국민의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일"이라며 "박성제 사장은 그동안의 편파 보도를 사과하고 MBC에서 나가라"고 거듭 촉구했다

    이처럼 자신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자 박 사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제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일부 적절치 않은 표현을 사용한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해당 표현은 과격한 막말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일부 인사들이 참석한 집회를 가리킨 것"이라며 "저는 결코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나 일반적인 보수집회'를 지칭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언론노조 MBC본부장 역임… 파업 주도 이유로 해고됐다 '복직'

    지난해 2월부터 MBC 사장으로 재직 중인 박 사장은 1993년 MBC에 입사해 정치부·경제부·사회부 등을 두루 거친 기자 출신이다. 2007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을 역임하며 '강성' 이미지를 쌓아왔다. 2012년 김재철 사장 재임 당시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최승호 전 사장 등과 함께 해고됐다.

    이후 뉴스타파에서 유튜브 방송 '뉴스포차'를 진행하다 2017년 최 전 사장이 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같은 해 취재센터장으로 복직했다. 2018년 6월 보도국장에 임명된 직후 '뉴스데스크'를 확대 편성하는 등 변화를 시도했으나 회사 안팎에서 '정권편향적 보도가 더 심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조국 사태' 당시 조국과 그를 비호하는 정권에 쏟아지는 국민적 공분을 철저히 외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MBC노조는 "모든 매체가 조국 비리 의혹을 제기할 때 MBC는 이를 홀로 외면해왔다"며 "그런데도 MBC 보도국에선 반성하고 개선하자는 목소리대신, '보도국 임금'과 '내시'들이 자기들이 만든 뉴스를 보며 경탄하고 있다"고 개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