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이사 적격' 상실 아냐‥ 해임처분 부당" 원고승소 판결
  • ▲ 강규형 전 KBS 이사. ⓒ뉴데일리
    ▲ 강규형 전 KBS 이사. ⓒ뉴데일리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 등으로 KBS 이사직에서 해임됐다가 해임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승소한 강규형 명지대 교수가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서울고법 행정11부(부장판사 배준현·송영승·이은혜)는 28일 강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KBS 이사 해임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해임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해임이 부당하다"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가 시위자에게 취한 언동에 욕설이나 모욕적인 행동이 없었고, 원고는 폭행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형사사건의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고 그 판결이 확정됐다"며 "이런 사유 등으로 KBS의 명예실추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에 "피고가 원고에게 해임처분을 내린 것은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방통위 "부적절한 처신으로 KBS 명예실추"… 강규형 해임 건의 

    강 교수는 2015년 9월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KBS 이사에 임명됐으나 ▲업무추진비 320여만원을 사적 용도로 사용하고 ▲자신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대를 조롱했으며 ▲도그쇼에서 애견 동호회원을 폭행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KBS의 명예실추와 국민의 신뢰저하를 초래했다는 이유로 2017년 12월 해임됐다.

    당시 감사원 감사 결과 강 교수는 업무추진비로 해외여행에서 식사 대금을 결제하거나 자택 인근 음식점에서 94만여원어치(1회 평균 6189원) 배달 음식을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감사원의 지적에 청문회를 연 방송통신위원회는 강 교수가 업무추진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한 규모가 크고, KBS 이사로서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해임을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방통위의 건의를 수용해 2017년말 강 교수를 KBS 이사직에서 해임했다. 강 교수의 임기는 2018년 8월까지였다.

    이에 강 교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측이 자신에게 폭행·협박죄 등을 뒤집어씌웠고, 방통위가 절차 및 내용상 문제가 많은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켰다며 행정법원에 해임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1심 "'이사 적격' 상실로 보기 어려워"… 강규형 손 들어줘

    소송을 심리한 1심 재판부(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는 지난해 6월 업무추진비 일부 금액이 부당하게 집행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것만으로는 임기 만료 전에 해임될 정도로 이사의 적격을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해임처분은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KBS 이사 모두에게서 업무추진비 부당집행 현황이 지적됐고, 원고의 부당집행 액수가 여타 이사들에 비해 현저히 크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KBS에서 업무추진비 부당집행을 이유로 징계한 사례도 없으며 원고가 업무추진비 부당집행액을 모두 반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원고가 사퇴 촉구 시위를 하는 노조원을 조롱하거나 애견 동호회원을 폭행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방통위 등이 강 교수의 해임처분 사유로 내세운 주장 상당수를 배척했다.

    강규형 "제가 폭행 피해자인데 가해자로 둔갑시켜 해임"

    1·2심에서 모두 승소한 강 교수는 "언론노조가 저에게 폭행이나 협박죄를 뒤집어씌우고, 제가 공금으로 개를 수입했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까지 늘어놓으며 저를 압박했지만, 제가 소송을 통해 하나하나 다 격파했다"며 "2심 판결에서도 언급됐지만 애당초 조롱이라고 부를 만한 일도 없었고, 소위 폭행 사건으로 기재된 해임처분 사유는 완전히 왜곡·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당시 누군가로부터 사주를 받은 사람이 저를 폭행했고, 이것을 좌파매체가 마치 제가 분란을 일으킨 것처럼 보도해 방통위가 해임건의 사유로 삼았다"며 "진실은 제가 상해를 당한 피해자이고, 상대방은 상해죄의 가해자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상대방은 쌍방폭행이라고 주장했지만 저는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고, 상대방은 폭행·상해죄로 형사사법처리를 받았다"며 "그런데 피해자인 저를 거꾸로 '가해자'로 둔갑시켜 KBS에서 내쫓으려 했다는 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어차피 임기가 끝나 KBS 이사로 복직은 못하겠지만, 언론노조와 추종세력의 방송장악과 횡포 때문에 제가 해임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점에서 만족한다"며 "저를 몰아내기 위해 온갖 협박과 비방을 일삼은 언론노조는 물론, 문제가 많은 해임 건의안을 엉터리 같이 통과시킨 방통위와 저를 불법 해임한 정권 모두 이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