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피트 냄새 어때?" 질문에 윤여정 "난 개가 아니다" 면박뉴욕타임스 "윤여정은 건조한 오스카에 신이 내려준 선물" 극찬
  • ▲ 배우 윤여정(왼쪽)이 2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최우수 여우 조연상을 받고 기자실에서 배우 브래드 피트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 배우 윤여정(왼쪽)이 2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최우수 여우 조연상을 받고 기자실에서 배우 브래드 피트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Best supporting actress Yuh-jung Youn steals the show(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이 쇼를 훔쳤다)."

    무려 64년 만에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 OSCAR)'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아시아 여성 배우, 윤여정(75·사진)에 대한 영·미 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내로라 하는 유수 언론사들이 윤여정과 영화 '미나리'에 대한 특집 기사들을 쏟아내며 수십년 만에 '유리천장'이 깨진 오스카 시상식의 역사적인 순간을 재조명했다.

    특히 다수 언론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시상식 무대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할 말을 다 한' 윤여정의 당찬 모습에 찬사를 보내는 모습이다.

    미국의 유력 신문 뉴욕타임스(NYT)는 26일(이하 현지시각) '2021 아카데미 시상식, 최고와 최악의 순간들(The Best and Worst Moments of the 2021 Oscars)'이라는 기사에서 윤여정의 수상 소감 장면, 특히 시상을 위해 나온 '미나리' 제작자 브래드 피트에게 "우리가 털사(Tulsa)에서 영화를 찍을 동안 어디 계셨나요?"라고 묻는 장면을 '최고의 순간'으로 꼽았다.

    뉴욕타임스는 "윤여정은 지난 12일 열린 '제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the 74th British Academy Film Awards, BAFTA)'에서도 '고상한 체하는(snobbish) 사람들로 알려진 영국인들에게 인정받은 것이라 매우 기쁘다'며 최고의 수상 연설 중 하나를 보여준 바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일하러 가라는 두 아들의 잔소리 덕분에 엄마가 열심히 일할 수 있었고, 그래서 이런 상을 받게 됐다" "(수상 결과에 대해)미국식 환대인가? 한국 배우에 대한 손님맞이가 친절한 것 같다"는 윤여정의 수상 소감을 나열한 뒤 "건조한 오스카 시상식에서 윤여정은 신이 내려준 뜻밖의 선물이었다"고 호평했다.

    英 더 타임스 "윤여정, 오스카 수상 연설 챔피언"

    시사잡지 애틀랜틱(The Atlantic)은 "윤여정의 수상 소감은 이 배우가 왜 영화 '미나리'로 각종 수상을 이어가고 있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이어 "아카데미 시상식은 한국 TV에서 보던 프로그램일 뿐이었다"는 윤여정의 수상 소감을 인용해 "윤여정은 올해 그 쇼의 스타가 됐다"고 추어올렸다.

    그러면서 윤여정의 겸손한 태도를 칭찬한 애틀랜틱은 "윤여정은 '제가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글렌 클로스를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느냐. 5명 후보 모두 각자 다른 영화에서의 수상자다. 우리끼리 경쟁할 순 없다. 오늘 제가 여기에 있는 것은 단지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다'라는 말로 자신을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또한 "오스카상 여우조연상을 받기 위해 무대에 올랐을 때 윤여정은 '미국·유럽인 대부분이 저를 여영이나 유정으로 부르는데, 오늘만큼은 여러분 모두를 용서하겠다'는 익살스러운 유머로, 이날 윤여정을 호명하면서 동일한 실수를 저지른 브래드 피트와 참관객들을 웃게 만들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매체 외에도 뉴스 전문 채널 CNN은 윤여정의 수상 소감을 편집한 영상 클립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이 쇼(오스카 시상식)를 훔쳤다"고 극찬했고, 워싱턴포스트(WP)도 "윤여정이 최고의 수상 소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The Times)는 "윤여정은 우리가 선정한 오스카 시상식의 수상 연설 챔피언"이라며 지난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이어 이번에도 최고의 연설을 보여줬다고 호평을 이어갔다.

    외신기자 "브래드 피트 냄새 맡아봤나" 무례한 질문

    영국 공영 방송 BBC는 윤여정이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진행한 외신 인터뷰에서 답했던 '사이다 발언'을 추어올렸다.

    BBC는 "'시상자로 나온 브래드 피트에게 무슨 냄새가 났느냐(what Brad Pitt smelled like)'는 질문에 윤여정이 '난 그의 냄새를 맡지 않았다(I didn‘t smell him)' '난 개가 아니다(I‘m not a dog)'라고 답변한 것은 이번 시상식 중 최고의 멘트"라고 밝혔다.

    사실 이 질문은 실제로 브래드 피트에게 어떤 냄새가 났는지를 묻는 게 아니라, 멋진 남성이나 유명 배우를 만난 여성에게 그 남자의 '매력'이 느껴졌는지를 묻는 미국식 표현법이다.

    일각에서는 영화 '미나리'에서 손자가 할머니에게 '한국 냄새가 난다'고 말한 대목을 염두에 둔 외신 기자가 브래드 피트에게선 무슨 냄새가 나느냐는 유머를 구사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어쨌거나 시상식 현장에서 연기 경력이 50년도 넘는 베테랑 여성 배우에게 브래드 피트를 만난 소감을 묻는 것 자체가 '실례'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이에 현지에서도 "백인이 아시아인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무례한 질문을 윤여정이 위트 있게 잘 넘겼다"며 윤여정의 화술과 임기응변이 대단하다는 반응들이 많다.

    "시인 박목월에게 인정받은 작문 실력"

    윤여정은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하기 전,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다니던 문학도였다. 당시 국문학과 교수였던 시인 박목월에게 작문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일화도 있다. 

    원래 의대를 목표로 삼을 정도로 학업 성적도 뛰어났던 윤여정은 충무로에서 기억력이 뛰어나고 입담이 좋은 배우로 통한다. 

    '쎄시봉' 시절의 윤여정을 기억하는 이들은 당당하면서도 재치가 빛나는 윤여정의 수상 소감이 전혀 낯설지 않다는 반응이다.

    종심(從心)을 넘긴 나이에 '월드스타'가 된 윤여정이 여러모로 '준비된 배우'였음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오스카 시상식 일정을 마친 윤여정은 미국 현지에서 남은 인터뷰를 소화한 뒤 5월 초 귀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