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여성 배우로 역대 두 번째 수상 '쾌거'… 윤여정 "단지 운이 더 좋았다" 겸손한 소감 눈길
  • ▲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최우수 여우 조연상을 받고 기자실에서 포즈를 취하며 활짝 웃고 있다. ⓒ뉴시스
    ▲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최우수 여우 조연상을 받고 기자실에서 포즈를 취하며 활짝 웃고 있다. ⓒ뉴시스
    관록의 배우 윤여정(75·사진)이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 OSCAR)'에서 연기상을 수상했다. 

    재미교포 감독, 리 아이작 정(정이삭)이 연출한 영화 '미나리(Minari)'에서 열연한 윤여정은 한국시각으로 26일 오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과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개최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글랜 클로즈(Glenn Close), 아만다 사이프리드(Amanda Seyfried) 등 쟁쟁한 할리우드 스타들을 제치고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로써 윤여정은 1957년 '사요나라(Sayonara)'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일본의 우메키 미요시(Miyoshi Umeki)에 이어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연기상을 수상한 아시아 여성 배우가 됐다. 아시아 남성 배우 중에선 '킬링 필드(1984)'의 행 응고르(Haing S. Ngor, 남우조연상)와 '간디(1982)'의 벤 킹슬리(Ben Kingsley, 남우주연상)가 아카데미 수상의 영예를 안은 바 있다.

    "TV로만 보던 시상식에 내가 서 있다니… 도저히 안 믿겨"

    백발에 네이비색 드레스를 입고 시상식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시상자로 나선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를 바라보며 "마침내 만났군요. 우리가 털사(Tulsa)에서 영화를 찍을 동안 어디 계셨나요?"라는 농담을 던져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윤여정이 출연한 미나리는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플랜B)가 제작한 미국 영화다.

    잠시 숨을 돌린 윤여정은 "제 이름은 윤여정이고, 그동안 지구 반대편에 살았다"며 "그 곳에서 오스카 시상식은 TV프로그램으로만 봤는데,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직접 서게 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했다.

    이어 "아카데미 관계자분들과 저에게 표를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인사한 윤여정은 "영화를 연출한 정이삭 감독과 스티븐 연, 한예리, 노엘, 앨런 등과 '미나리'를 찍으면서 우리는 실제로 가족이 됐다. 이 모든 것은 감독님이 계셨기에 가능했다. 감사드린다"고 정 감독을 추켜세웠다.

    윤여정은 "솔직이 이번 경쟁에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글렌 클로스를 제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오히려 저는 그 분의 훌륭한 연기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 제가 좀 더 운이 좋아서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같다"고 겸손해 했다.

    윤여정은 두 아들과, 자신의 첫 영화 연출을 맡았던 고(故) 김기영 감독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윤여정은 "일하러 가라고 말하는 두 아들들의 잔소리 덕분에 엄마가 열심히 일할 수 있었고, 그래서 이런 상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또 "제 첫 영화(화녀)의 감독을 맡으셨던 김기영 감독님에게도 감사드린다"며 "아마도 살아계셨다면 제 아카데미 수상을 기뻐해주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윤여정은 모든 소감을 통역 없이 직접 영어로 말해 눈길을 끌었다. 윤여정은 과거 13년간 미국에서 생활한 덕분에 영어 회화 실력이 유창한 편이다. 

    '자국어 연기'로 아카데미 연기상 탄 첫 번째 아시아 여성 배우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기생충(Parasite)'이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적은 있으나 우리나라 배우가 연기상을 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카데미 역사를 통틀어도 아시아인 배우가 연기상을 수상한 건 1985년 '킬링필드(The Killing Fields)'의 베트남계 미국인 행 응고르가 남우조연상을 탄 후 36년 만의 일이다.

    '비영어 대사'로 연기한 배우 가운데 아카데미 연기상을 수상한 건 소피아 로렌(이탈리아어), 로버트 드 니로(이탈리아어), 로베르토 베니니(이탈리아어), 베니치오 델 토로(스페인어), 마리옹 코티야르(프랑스어) 등에 이어 윤여정이 여섯 번째다.

    또 윤여정은 역대 여우조연상 수상자 중 세 번째로 나이가 많은 배우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아시아인 배우 중에선 일본의 우메키 미요시가 1957년 '사요나라로 가장 먼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으나, 당시 우메키 미요시는 대부분의 연기를 영어로 소화한 반면 윤여정은 '미나리'가 미국 영화임에도 불구, 한국어를 사용해 연기했다. 

    따라서 윤여정은 '자국어 연기'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의 벽을 허문 첫 번째 아시아 여성 배우가 됐다.

    '장희빈' '화녀'로 호평… 이혼 후 다양한 캐릭터 도전, '제2의 전성기' 구가

    1966년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윤여정은 1971년 MBC 드라마 '장희빈'에서 장희빈 역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스크린 데뷔작 '화녀(1971년)'가 호평을 받으면서 브라운관과 충무로를 넘나드는 연기파 배우로 큰 인기를 얻었다. 

    1974년 가수 조영남과 결혼한 뒤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13년 만에 이혼한 뒤 두 아들과 함께 귀국해 연기자로 복귀했다. MBC 드라마 '사랑과 야망', '사랑이 뭐길래', KBS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 등 인기드라마에 출연하며 입지를 다진 그는 영화 '바람난 가족', '꽃피는 봄이 오면', '오래된 정원', '가루지기', '여배우들', '하하하', '돈의 맛', '계춘할망', '죽여주는 여자'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연기활동으로 필모그래피를 넓혀왔다.

    영화 '미나리'에서 할머니 순자 역으로 열연한 윤여정은 각종 영화 관련 시상식에서 총 38개의 트로피(여우조연상)을 들어올리며 75세의 나이에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美 한인가족 이야기 다룬 '미나리', 브래드 피트 제작사 '플랜B'가 제작

    재미교포 2세 리 아이작 정 감독이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미나리'는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그린 작품. '문라이트(Moonlight)', '노예 12년(Twelve Years a Slave)' 등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을 탄생시킨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플랜B)가 제작을 맡았다.

    '워킹 데드(The Walking Dead)' 시리즈, '옥자', '버닝'을 통해 세계적인 배우로 거듭난 스티븐 연(Steven Yeun)이 가족을 위해 농장에 모든 힘을 쏟는 아빠 '제이콥' 역으로 분했고, 영화 '해무', '최악의 하루'와 드라마 '청춘시대', '녹두꽃',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인 한예리가 낯선 미국에서 가족을 이끌며 다독여주는 엄마 '모니카'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또한 '할머니 같다'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방법은 잘 아는 할머니 '순자' 역은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넘나들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 중인 윤여정이 맡아 전 세계 영화팬들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다음은 윤여정의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소감 전문.

    Mr. Brad Pitt, finally! Nice to meet you. Where were you while we were filming in Tulsa? It's a very honor to meet you. As you know, I'm from Korea, actually my name is Yuh-Jung Youn. Most of the European people call me Yuh-Yung, some of them call me Yu-Jung. But tonight, you are all forgiven. And well.. I usually... I'm living in the other part of the world. I just watched television, It is a oscar, event on the television. Just watching, like a television program for us. But me being here by myself, I cannot believe it that I'm here. Okay, let me put myself together. Thank you, Tremendous thanks to the Academy members who voted for me. Thank you for the wonderful MINARI family, Steven, Isaac, Yeri, Noel, and Alan. We became a family. And most of all, Lee Isaac Chung, without him, I couldn't be here tonight. He was our captain and my director. Thanks to you, Too many thanks to you. And I'd like to thank.. see, I don't believe in competition. How can I win Glenn Close? win over Glenn Close? I have been watching her so many performances, so this is just... all the nominees, five nominees, we are the winner for the different movies. We played different roles, so we cannot compete with each other. Tonight I'm here is that just because of a little bit of luck, I think. Maybe luckier than you. And also maybe.. Is that an American hospitality for the Korean actor? I'm not sure. Thank you so much. And I'd like to thank to my two boys who made me go out and work. So, beloved sons, , this is the result because mommy works so hard. And I'd like to dedicate this award for my first director, KIM Ki-Young who was a very genius director. I made a movie together with my first movie. I think he will be very happy if he is still alive. Thank you very much! Tremendous thanks for everybody. Thank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