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2]"무인편의점 수익, 왜 알바에 주나"…이번엔 점주들, 박영선에 분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후보가 편의점에서 '1시간짜리 아르바이트생' 체험을 한 뒤 '무인편의점' 이야기를 꺼냈다 논란에 휩싸였다. 야간에 무인편의점을 도입해 그 수익으로 주간 아르바이트생에게 급여를 더 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편의점주들은 "우한코로나(코로나19)로 매출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도입한 무인편의점 수익을 왜 알바생에게 줘야 하느냐"며 "야간에 무인편의점을 도입하면 물건 정리는 누가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 후보는 지난 25일 자정 공식 선거운동 첫 행보로 서울 마포구의 한 편의점에서 1시간 정도 야간 아르바이트 체험을 했다. 박 후보는 아르바이트 체험 후 "편의점주와 만나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을 하면서 스마트상점과 무인스토어를 보급·확산시켰다' 이런 것을 이야기했다"고 소개했다.

박 후보는 이어 "(무인편의점을 하면)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무인으로 운영하면서 일자리를 줄이지 않으면, 낮 알바생은 근무시간이 줄어들고 (편의점주는) 밤에 올라간 매출만큼 (직원에게 급여를) 더 지불하면 된다"며 "그럼 점주도 좋고 알바생도 좋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힘들다고 일자리를 없애버리냐" "무인으로 운용하면 야간 알바생은 잘린다"는 등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또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중 일부는 낮에는 공부해야 하는 취업준비생이거나 대학생이어서 야간에 일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박 후보 캠프 전략기획본부장인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26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4차산업혁명 시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무인슈퍼라는 개념을 도입하면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에게 매출의 상승에서 오는 이익을 공유하거나 나눌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편의점주들은 박 후보의 주장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한코로나 등으로 매출에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인건비 절감을 위해 설치한 무인주문기 수익조차 직원들에게 나누라는 것은 점주들의 처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라는 것이다.

서울의 한 편의점주 A씨는 통화에서 "코로나 시국에 수익이 안 나와 죽겠는데 무인기까지 도입해 그 수익을 주간 알바생에게 주라는 것은 정말 아닌 것 같다. 우리도 살아야 한다"며 "무인기를 도입하면 야간 알바생은 실직자가 될 뿐더러 야간에도 물건이 들어오는데 그건 누가 정리하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편의점주 B씨도 "무인편의점은 업주가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 하는 것인데 주간 알바생에게 수익을 나눠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야간에도 물건 정리는 사람이 해야 하기 때문에 업주로서는 야간에도 사람이 있는 것이 편하지,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무인편의점을 도입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야당도 박 후보의 무인편의점 주장에 비판을 쏟아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무인편의점이) 점주에게만 이익이 가도 다 할 텐데, 그걸 알바에게도 이익이 간다고 사기 칠 필요 없다. 투자는 점주가 하고 이익은 알바와 나누면 된다는 허접한 난센스"라며 "진성준 의원이 열심히 일하신 세비를 뜬금없이 이준석과 나누자고 하면 할 거냐"고 지적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 "무인점포가 늘어나도 일자리는 줄지 않는다는 주장은 박영선판 오병이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