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거리 450km 비행고도 60km, 단거리미사일… 일본 “유엔 결의 위반” 강력항의전문가들 “미국의 새 대북정책 나오기 직전 도발… 바이든 반응 떠보려는 의도”
  • ▲ 북한이 2019년 5월 4일 원산 호도반도에서 발사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KN-23. 문재인 대통령은 이후 이를 '단도미사일'이라 불러 물의를 빚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이 2019년 5월 4일 원산 호도반도에서 발사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KN-23. 문재인 대통령은 이후 이를 '단도미사일'이라 불러 물의를 빚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25일 오전 함경남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의 발사체 2발을 쏘았다. 국군은 세부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반면 일본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비행거리와 발사시간 등을 밝히고 북한에 공식 항의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미국을 떠보는 동시에 무력 증강을 향한 의지를 과시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군 “북한 ‘미상 발사체’ 2발 발사”… 일본 “각각 420km, 430km 비행”

    군은 이날 오전 7시25분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북한이 오늘 아침 함경남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고 알렸다. 

    군은 “추가 정보에 대해서는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분석 중”이라며 “우리 군은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한미 간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합참은 북한이 미사일을 쏜 지 4시간이 지난 오전 11시20분에서야 추가 정보를 공개했다. “이번 발사체는 비행거리 450㎞, 비행고도 60㎞로 탐지됐다”며 “단거리미사일로 포착됐다”는 내용이었다. ‘탄도미사일’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군은 지난 21일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쉬쉬 하다 외신 보도가 나오자 뒤늦게 이를 공개했다.

    반면 일본은 이날 오전 7시9분 "북한이 7시6분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즉각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하는 한편, 총리관저로 모인 기자들에게 발사체 관련 정보를 알려줬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북한은 25일 오전 7시6분과 7시30분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함경남도에서 동해상으로 쏘았다. 비행거리는 각각 420㎞와 430㎞였다. 일본은 “탄도미사일 추정 물체는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에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NSC 결과 기다리는 군… 중국 통해 항의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이날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단정했다. 스가 총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일본과 지역 평화를 위협하는 것이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북한을 강력히 규탄하며 엄중히 항의한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은 이미 중국 베이징의 외교 경로를 통해 북한에 항의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 ▲ 지난 24일 오전 9시 평양 순안공항에서 이륙해 함경남도와 강원도 경계지역으로 날아간 고려항공 소속 An-148 여객기 항적. 이 여객기는 김정은의 전용기이기도 하다. ⓒ플라이트레이더24 관련화면 캡쳐.
    ▲ 지난 24일 오전 9시 평양 순안공항에서 이륙해 함경남도와 강원도 경계지역으로 날아간 고려항공 소속 An-148 여객기 항적. 이 여객기는 김정은의 전용기이기도 하다. ⓒ플라이트레이더24 관련화면 캡쳐.
    스가 총리는 또 “일본은 미국·한국 등 관계국과 긴밀히 협력해 국민의 생명과 평화로운 생활을 단호히 지키겠다”며 4월 초로 예정된 미일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임을 약속했다. 

    일본 정부도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는 일본을 포함한 국제사회 전체에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하는 공식 견해를 내놨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공식 견해를 내놓지 않았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공개 브리핑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청와대는 당초 오후로 예정됐던 국가안보회의(NSC)를 오전 9시로 앞당긴다고 밝혔다. 북한이 ‘미상 발사체’를 쏘았다고 소집한 것이 아니라 매주 목요일 오후에 열리는 NSC 정기회의 시간을 앞당긴 것이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청와대에서 NSC가 열리고 있다”며 “그 결과가 이번 일(북한 미상 발사체 발사)에 대한 정부 공식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바이든의 새 대북정책에 영향 끼치려는 의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새 대북정책에 영향을 주려는 시도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경제사회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당연히 미국을 노린 도발”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이 아닌 순항미사일을 쏜 뒤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당연히 철저한 계획에 따라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한 신 센터장은 “미국이 곧 새로 내놓을 대북정책에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다음주 한·일 국가안보실장을 불러 새 대북정책을 설명하고 확정짓기 전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신 센터장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은 21일 순항미사일에 이어 오늘 단거리미사일을 쏘았다”고 상기시킨 신 센터장은 “미국의 반응에 따라 북한은 다음에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신 센터장은 “한·미·일 국가안보실장이 회담을 갖는 다음주에 단거리탄도미사일을 한 번 더 쏜 뒤 김일성 생일(4월15일)을 전후해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지난 24일을 포함해 며칠 새 북한 고려항공 An-148 여객기가 평양과 덕천비행장을 두 차례 오갔다”며 “이는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가 철저한 계획에 따라 실시한 것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이 나오기 직전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바이든정부의 반응을 떠보려고 순항미사일 발사에 이어 도발의 강도를 한 단계 높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정부는 미국 본토만 노리지 않으면 괜찮다는 면죄부를 줬지만 바이든정부는 다르다”며 “향후 미국의 대응을 봐야 할 것”이라고 신 대표는 덧붙였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국장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최근의 순항미사일 발사와 함께 보면 전형적인 ‘살라미 전술(요구조건을 차근차근 내놓으며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려는 북한식 외교전술)’로 보인다”면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인 탄도미사일 발사는 바이든정부를 향한 메시지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신 사무국장 또한 바이든정부의 새 대북정책이 곧 나오는 점에 주목하며 “(북한을 향해) 트럼프정부와는 다른 견해를 가진 바이든정부가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