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자 제외 1인당 1400달러 현금 지급… 전문가 “자본시장 활황 기대 속 거품 우려”
  • ▲ 지난 2월 26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1조9000억 달러짜리 경기부양책 표결에 앞서 하원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월 26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1조9000억 달러짜리 경기부양책 표결에 앞서 하원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해 마련한 1조9000억 달러(약 2153조2700억원)짜리 경기부양책이 상원을 통과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 표결을 거쳐 대통령 서명만 받으면 시행한다. 민주당 측은 경기부양책 통과를 환영했지만 자본시장에서는 ‘거품’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금융전문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조9000억 달러 부양책 상원 통과…1인당 158만원 지급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에서 1조9000억 달러짜리 우한코로나 대응 경기부양책 법안이 찬성 50표 대 반대 49표로 통과됐다고 <로이터 통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해당 법안은 하원에서 넘어온 것이다. 민주당 의원 50명은 모두 찬성했고, 공화당 의원은 49명이 반대했다. 댄 설리번 의원(공화·알래스카)은 장인 장례식 때문에 표결에 참석하지 못했다.

    상원은 투표에 앞서 법안 내용을 수정했다. 미국민 1인당 1400달러(약 158만원)을 지급한다는 원칙은 바뀌지 않았다. 다만 당초 개인소득 10만 달러(약 1억1300만원), 가구소득 20만 달러(약 2억2600만원) 미만이었던 지급대상 상한선을 각각 8만 달러(약 9060만원)과 16만 달러(약 1억8120만원)로 하향 조정했다. 또한 주당 400달러(약 45만3000원)로 책정한 연방실업수당도 300달러(약 34만원)로 낮췄다. 대신 지급 기한은 8월 29일까지였던 것을 9월 6일까지로 연장했다. 이밖에 우한코로나 백신 공급 지원 및 확대, 학교 정상화 지원 등도 담겼다고 매체들은 설명했다.

    상원에서 경기부양책을 통과시키자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이 미국구출계획을 통과시켰다”면서 “통과된 경기부양책은 이달부터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미국민들에게 문을 열어줄 것”이라고 환영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캘리포니아)은 “오늘은 민주당이 이끄는 상원이 바이든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을 통과시킨, 발전과 약속 이행의 날”이라며 “공화당도 우리와 함께 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사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동참하지 않아도 해당 법안은 하원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하원 의석은 민주당이 221석, 공화당이 211석 차지하고 있다.

    미국, 지난해부터 5조6000억 달러 통화완화…‘거품 우려’ 계속

    우한코로나 대유행 이후 미국은 이번 경기부양책까지 5조6000억 달러(약 6340조3200억원)를 시장에 풀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프랑스, 영국, 독일, 중국 등도 막대한 돈을 시장에 풀었다. 같은 기간 미국과 EU 등은 지역별 폐쇄(셧다운) 조치까지 시행했다. 대면경제는 비대면경제로 전환됐다. 경기부양책으로 풀린 돈은 금융자산으로 몰렸다. 지난해 3월 이후 계속 오르는 세계 증시와 암호화폐 가격이 이를 증명해 준다.
  • ▲ 미국 뉴욕증시(NYSE) 모습.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국 뉴욕증시(NYSE) 모습.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자본시장 호황이 이어지자 사람들은 인플레이션과 함께 각국 중앙은행,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까 우려하기 시작했다. 미국 증시가 현지시간 지난 4일과 5일 미국 재무성 10년 만기 채권 금리와 제롬 파월 FRB 의장의 말을 두고 급등락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전문가 “경기 상승한다는 확신 필요…열쇠는 FRB에 대한 시장의 신뢰”

    자본시장 투자의 적기(適期) 여부와 관련해 서정훈 삼성증권 투자정보팀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경기부양책으로 미국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데는 모든 사람들이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경기가 좋아진다고 해서 주가도 계속 오를 것인지에는 의문을 품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 경기호황에 대한 확신이 팽배해 있다면 기준금리가 올라도 불안감 없이 자본투자를 늘리겠지만 현재의 증시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서정훈 수석연구위원은 이어 “시장 행위자들에게는 금융비용 증가가 가장 큰 관심사”라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는 낮은 금리를 활용, 대출(레버리지)를 이용해 자본시장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FRB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다른 나라들도 따라서 금리를 인상하게 되고, 미국 증시에 투자한 사람들은 급속히 증가하는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게 돼 주식을 매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증시 활황의 끝을 의미한다.

    “현재 투자자들은 FRB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통화팽창 정책을 중단했을 때 강세장(증시 호황)이 끝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한 서정훈 수석연구위원은 “FRB의 금리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심이 해소되면 현재의 강세장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학개미’들이 궁금해 할 미국과 한국 증시의 동조 또는 비동조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막대한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으므로) 큰 방향성에서는 한국 증시도 미국 증시 움직임에 동조할 것”이라고 서 수석연구위원은 내다봤다. 그는 이어 “다만 국가별 상황에 따라 세부적인 차이는 있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