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탑 주가, 주식거래앱 매수중단 조치로 44% 폭락했다 장외서 다시 39% 폭등한국 '서학개미들'도 300억어치 매수…‘공매도 선수’ 헤지펀드들 줄줄이 ‘항복’
  • ▲ 미국 개미투자자와 헤지펀드의 싸움터가 된 '게임스탑'의 최근 1개월 주가 추이. ⓒ구글 화면캡쳐.
    ▲ 미국 개미투자자와 헤지펀드의 싸움터가 된 '게임스탑'의 최근 1개월 주가 추이. ⓒ구글 화면캡쳐.
    미국 비디오 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탑’이 전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공매도 선수들’과 미국 개미투자자들의 싸움이 치열하다. 1차전은 일단 개미들이 승리를 거뒀지만 2차전은 이제 시작이라고 한다.

    ‘게임스탑’ 주가 추이와 사건의 전말

    지난 1월 12일(이하 현지시간) 19.95달러(약 2만2300원)이었던 ‘게임스탑’ 주가는 하루 뒤 31.4달러(약 3만5100원)으로 뛰었다. 1월 21일에는 43.03달러(약 4만8100원), 1월 26일에는 147.98달러(약 16만5600원), 1월 27일에는 347.51달러(약 38만8800원)까지 올랐다. 보름 사이 주가가 1790% 상승했다. 원인은 대형 헤지펀드들의 ‘공매도 거래(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미래의 주식을 갖고 있다는 가정 아래 지정한 결제일에 청산하기로 약속하고 매도 주문을 내는 것)’와 여기에 대항한 개인투자자들의 세력화였다.

    유명 헤지펀드 ‘멜빈 캐피털’은 ‘게임스탑’의 장래가 없다고 판단, 5000만주를 공매도하기로 했다. 잘 되면 수천만 달러를 벌어들이게 될 것이었다. 이 소식은 레딧의 소모임 게시판 ‘월스트리트 베츠(WSB)’에도 전해졌다. ‘게임스탑’은 첨단기술은 없지만 미국인들에게는 어릴 적 추억이 담긴 곳이다. 헤지펀드가 이런 기업을 공매도로 무너뜨리려 한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게임스탑’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그동안 헤지펀드의 공매도로 주식투자에서 손해를 봤던 개인투자자들이 합세하기 시작했다. 일부 투자자는 ‘게임스탑’의 선물 콜옵션(미래 특정시점 주식 매입권)을 샀다. 주가는 하루마다 수십 수백 퍼센트 씩 치솟았다.

    열흘 새 주가가 2배 이상 뛰자 ‘맬빈 캐피털’을 필두로 ‘게임스탑’의 공매도에 참여했던 ‘시트론 리서치’ 등 헤지펀드들은 긴장했다. 평균 사나흘 정도인 청산일이 돼도 주가가 떨어지기는커녕 매일 수십 퍼센트씩 올랐고, 헤지펀드들의 손해는 심각한 수준으로 불어났다. 결국 주가 상승 보름 만에 헤지펀드들은 공매도를 포기했다. 이들은 이미 주문한 공매도를 ‘숏 스퀴즈(주가 하락을 기대하고 공매도 주문을 했다가 예상외로 주가가 오르면, 오르고 있는 상태의 주식을 사서 청산일에 결제하거나 상승장에 합류하는 것)’로 해결했다.

    헤지펀드의 패배, 월스트리트의 개입, 개미들의 백기사 등장

    ‘시트론 리서치’는 유튜브를 통해 “게임스탑 투자의 손해율은 100%”라고 밝히며 항복 선언을 했다. 앤드루 레프트 시트론 리서치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리트 베츠(WSB) 개설자에게 연락해 “이번 일로 손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협박당하고 있다”며 “게시판 사람들을 어떻게 좀 해 달라”고 하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멜빈 캐피털’의 손해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두 헤지펀드가 게임스탑 사태로 잃은 돈은 70억 달러(약 7조8290억원)”라고 추정했다.

    그런데 28일 갑자기 변수가 생겼다. 미국 개미투자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가 이날 ‘게임스탑’ 거래화면에서 매수 버튼을 없애버린 것이었다. ‘로빈후드’ 측은 “거래가 이상과열 상태여서 거래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개인들이 매수를 못하게 되면서 이날 ‘게임스탑’ 주가는 193.60달러(약 21만6600원)으로 전날 대비 44.29% 폭락했다.

    여기에 분노한 것은 개미투자자뿐만이 아니었다. 미국 정계는 좌우합작으로 ‘로빈후드’의 조치를 비판했다. 극좌 성향으로 유명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AOC)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개인의 주식 매수는 막고, 헤지펀드의 거래는 자유롭게 놔둔 결정에 대해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알 필요가 있다”며 로빈후드 측의 조치를 두고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공화)은 코르테즈 의원의 트윗을 공유하면서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힘을 보탰다. 크루즈 의원은 나중에 기자들에게 “표면적으로는 보통 시민을 희생시켜 소수의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플레이어들 편만 들어준 것 같다”고 지적했다.

    헤지펀드들이 경계하는 좌파 정치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메사추세츠·민주)도 나섰다. 그는 성명을 내고 “게임스탑 거래로 헤지펀드와 부자 투자자들은 당황했겠지만, 그들은 그동안 증시를 카지노처럼 갖고 놀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비용을 전가했다”며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로빈후드’ 측은 개인투자자들의 ‘게임스탑’ 거래화면에다 ‘매수버튼’을 되돌려 놨다. 그 결과 ‘게임스탑’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28% 상승한 274달러 선에서 거래 중이라고 CNBC가 전했다.

    서학개미도 동참한 ‘게임스탑’ 사태…국내 공매도 금지 영향 줄까

    미국에서 벌어진 ‘게임스탑 사태’에는 한국 개미투자자들도 한몫을 했다. ‘서학개미’로 불리는 미국주식 직접투자자들은 지난 18일부터 27일까지 3139만 달러(약 351억원) 상당의 ‘게임스탑’ 주식을 매수했다고 <파이낸셜 뉴스>가 전했다. <한국경제신문>은 “28일 기준으로 ‘게임스탑’ 주식 거래액은 1억274만 달러(약 1149억1500만원)에 달했다”며 “27일 789만 달러(약 88억2500만원)에 비해 13배 증가한 수치”라고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금융계에서는 ‘서학개미’가 ‘게임스탑 사태’에 개입한 이유로 급등장에서 수익을 추구하는 것 외에도 공매도 세력에 대한 불만을 풀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현재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공매도를 영원히 금지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 있다. 27일 기준 참여자는 20만명을 돌파했다. ‘게임스탑 사태’에 ‘서학개미’가 참여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