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싱가포르 미북선언 인정하도록 바이든 설득해야… 단계적 비핵화밖에 방법 없어”
  • ▲ 지난 1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2021년 신년기자회견 모습.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 가운데
    ▲ 지난 1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2021년 신년기자회견 모습.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 가운데 "한미연합훈련 여부를 북한과 협의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말이 가장 논란이 됐다. ⓒ이종현 기자.
    범여권 의원들에 이어 통일부 산하 국책연구소가 “3월 한미연합훈련을 연기 또는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유는 “남북대화 분위기 조성”과 “북한의 반발 우려”였다. 북핵문제 해결에는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비핵화’밖에는 방법이 없다며 미국의 바이든정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제언(提言)해 주구(走狗) 논란이 일었다.

    범여권 “한미군사훈련 연기하라” 촉구한 날 통일연구원 같은 내용 보고서 내놔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소속 의원 35명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촉구했다. 

    의원들은 “국방부는 방어적 성격의 연합지휘소훈련이라고 설명하지만 북한은 김정은까지 직접 나서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면서 “한미연합훈련은 북측의 강경대응을 유발하고 극단적인 외교·안보대립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정부가 새로운 한반도정책을 정리할 때까지 훈련을 연기하자”고 여권 의원들은 주장했다.

    같은 날 통일부 산하 통일연구원도 “북핵협상 진전을 위해서는 한미연합훈련을 연기 또는 취소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김상기 통일연구원 평화연구실 연구위원은 ‘바이든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관계: 전망과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현실적으로 한미연합훈련 연기·취소 없이는 남북대화 복원이 당분간은 어려울 것”이라며 여권 의원들과 같은 맥락의 주장을 폈다.

    “文정부가 바이든 설득하고 ‘단계적 비핵화’ 협상 추진해야”

    김 연구위원은 “한미연합훈련을 시행한다면 북한은 어떤 방식으로든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이 지난 1월 당 대회에서 대남 메시지를 통해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남북관계 개선의 사실상 필요조건으로 제시했다. 따라서 한미연합훈련을 연기 또는 취소하면 미국의 대북정책 철회와 관련한 조치로 여겨 미북대화 재개 여건도 개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8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2017년 12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연기 의사 표명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한 김 연구위원은 “우선 3월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해 남북대화를 복원하고, 이후 군사훈련 및 군비증강 문제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협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북핵협상의 성공 방안으로 “바이든정부가 조기에 싱가포르 미북공동성명이 유효하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메시지를 내도록 한국이 설득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단계적·동시적 방법을 한국의 북핵 해법으로 공식화하고 구체적인 협상안을 미국에 제안하면서, 미국이 조속히 북핵문제 해결에 나서고 북한과의 협상이 재개될 수 있도록 설득 및 중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김 연구위원은 “단계적 동시 교환(단계적 비핵화 방안)은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여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사실상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통일연구원 보고서의 북핵 해결방안, 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과 일맥상통

    김 연구위원의 이 같은 주장은 지난 1월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메시지와 일맥상통한다. 

    문 대통령은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한 뒤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분명히 있다”면서  “트럼프정부가 이뤄낸 (대북) 성과가 차기 정부로도 이어질 수 있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종전선언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구축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바이든정부가 취임하면 다양한 소통을 통해 우리 구상을 미국 측에 설명하고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직 미국 고위관리들은 문 대통령을 향해 “북한에 비핵화 의지가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 6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하려는 시도는 바람직 하지 않다”는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와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조정관을 지낸 게리 세이모어 박사,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의 의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