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단체 '범민련' 옹호하고 이석기 구명운동 했는데…"이 나라 민주주의에 헌신" 논평
  • ▲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지난 2018년 3월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연단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지난 2018년 3월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연단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국민의힘이 15일 숨진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을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큰어른"이라고 치켜세웠다. 

    백 소장은 정치적 논란이 끊이지 않는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원전인 시 '묏비나리'의 저자로, 생전 "사회주의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이날 국민의힘의 논평을 두고 "보수정당에서 낸 논평이 맞느냐"는 비난이 나왔다.

    국민의힘 "백기완,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큰어른"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백 소장의 부고 소식에 구두논평을 내고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큰어른인 고 백기완 선생님을 추모한다"며 "고인은 모진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한평생 오로지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국민의 인권을 위해 헌신하셨다"고 평가했다.

    김 대변인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등한 세상 또한 고인의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진정한 진보란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지금도 '어영차 지고 일어나는 대지의 싹'처럼 생명의 존엄,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일깨워 주실 듯하다"고도 언급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국민의힘은 국민이 주인 되는, 더 나은 세상을 열망했던 고인의 뜻을 가슴 깊이 되새기며 주어진 소명에 더욱 충실히 임하겠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난해 10월26일 산업화와 경제발전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군 박정희 전 대통령의 41주기 추도식 때는 지도부 차원의 현충원 방문 외에 별다른 논평을 내지 않았다.

    또 지난달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법원에서 징역 22년형이 확정되자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국민과 함께 엄중히 받아들인다"는 등 짧은 구두논평만 내 지지층의 빈축을 산 바 있다. 

    "백기완, 통일운동 빙자해 사실상 친북활동" 논평 반박

    이 같은 논평이 국민의힘에서 나오자 일각에서는 "도대체 피아 식별을 못하는 정당"이라며 "백씨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통화에서 "고인이 세상을 떠난 날 망자를 향한 비판은 가급적 삼가고 싶다"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정통 자유민주진영 처지에서 백기완 씨는 '자유민주통일운동'이 아닌, 민주화운동이라는 미명 아래 사실상 북한에 우호적인 운동을 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유 원장은 "백씨가 통일운동을 빙자해 '범민련(조국통일민족연합 남측본부)' 등과 재야운동을 하는 등 친북적 시각의 통일운동을 한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며 "이에 따른 냉정한 평가가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백씨를 두고 '진정한 진보' '민주화의 큰어른'이라는 등의 논평이 나올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통화에서 "백기완 씨를 두고 진정한 진보에 민주주의자라고 평했는데 그 진보와 민주주의의 숨겨진 의미를 되새기면 더불어민주당 진영을 제외하고 국민의힘 논평에 수긍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정녕 우파정당의 맏형 역할을 하는 당이 맞느냐. 피아 식별을 못한다"고 개탄했다.
  • ▲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지난 2018년 3월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연단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지난 2018년 3월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연단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백기완, 이적단체 범민련·이석기 옹호 전력도

    백 소장은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행사 때 제창을 두고 정치적 논란이 끊이지 않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원전인 시 '묏비나리'의 저자다. 이 시는 '미국 제국주의 타도'와 '계급투쟁'의 내용을 담았다. 김은혜 대변인이 인용한 '어영차 지고 일어나는 대지의 싹'도 '묏비나리'에 나오는 구절이다.

    백 소장은 또 2013년 9월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통일운동 탄압 규탄 제시민사회단체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통일 어쩌고 하는 사람을 몽땅 국가보안법으로 집어넣는 것은 우리나라의 허리를 뚝 자른 미국을 필두로 하는 냉전논리를 우리 민족문제에 개입시켜서 민족문제를 교살하고자 하는 음모"라며 반미 사상과 국보법 폐지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백 소장이 옹호한 범민련 남측본부는 1997년 대법원으로부터 이적단체라는 판결을 받았다. 범민련은 현재까지도 "범민련 이적 규정 철회하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며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고 국보법 폐지를 주장한다.

    나아가 백 소장은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해산심판을 통해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해산에 반대하거나 내란 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015년 1월 징역 9년형이 확정된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의 구명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2016년 1월31일에는 '사회변혁노동자당' 창당대회에 참석해 "사회주의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백 소장은 당시 창당대회 축사에서 "자본주의를 철폐하는 투쟁은 단순히 정치체제만이 아니라 자본주의 문명에 대한 단절"이라며 "여러분들의 당 운동은 자본주의에 찌든 우리의 삶과 문화를 바꾸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전 세계 어디에도 제대로 된 사회주의 세력이 남아 있지 않다. 이제 여러분이 그것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언급한 백 소장은 "똑바로 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