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구상에 그쳤던 '해저터널' 국회서 본격검토… "부산 흔들지 말라" 민주당은 경계령
  •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부산 수영구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제공) ⓒ뉴시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부산 수영구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제공) ⓒ뉴시스
    "가덕도와 일본 규슈를 잇는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적극 검토하겠다. 일본보다 월등히 적은 재정부담으로 생산 54조5000억원, 고용유발 효과 45만 명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중국과 유라시아, 일본을 잇는 물류 집결지로서 부산의 경제와 전략적 가치를 키우겠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부산시당에서 현장 비대위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부산 발전 비전을 내놨다. 가덕도신공항 추진과 관련한 당론을 사실상 확정하고, '한-일 해저터널'까지 뚫겠다며 이슈 선점에 나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본에 이용당할 수 있다"며 반일감정을 자극하는 역공세를 폈다. 40년 동안 '구상' 단계로 그쳤던 한-일 해저터널 추진이 부산시장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논쟁의 핵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40년 묵은 '한-일 해저터널' 구상… 보선 앞두고 논쟁 뜨거울 듯

    '한-일 해저터널'은 부산시와 일본 규슈를 잇는 총 길이 209~231km의 터널을 뚫겠다는 구상이다. 

    이 터널이 우리나라에서 공식 언급된 것은 1981년의 일이다. 그해 11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문선명 총재가 "'국제하이웨이(국제평화고속도로)" 구상 방안의 하나로 한-일 해저터널 건설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하지만 터널 건설 문제를 학자적 관점에서 연구해온 민간단체는 2008년 발족한 사단법인 한일터널연구회다.

    한일터널연구회 공동대표인 서의택 전 부산외국어대 총장은 김 대표의 발언에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서 전 총장은 1일 통화에서 "지금까지는 민간단체에서 터널 추진을 제안했는데, 국회에서 본격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당파적 이해를 떠나 국익 차원에서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일터널연구회 "터널 완공 시 부산은 세계적 물류도시로"

    서 전 총장은 한-일 해저터널이 부산을 세계적 물류도시로 본격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전 총장은 "일본에도 한-일 해저터널을 연구하는 '일한터널연구회'가 있다. 우리 연구회가 출범한 2008년 이후 매년 '일한터널연구회' 등과 세미나를 공동개최하며 논의를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2018년 작성된 부산시 내부자료에 따르면, 터널 노선은 한국 측과 일본 측이 다소 다른 제안을 내놓은 상태다. 부산발전연구원 등 한국 측은 총 연장 222km인 '후쿠오카~이키섬~쓰시마~남형제도~가덕도~부산 강서' 노선을, 일본 측은 총연장 288km인 '카라츠~이키섬~쓰시마~거제도~가덕도~부산' 노선을 제안했다.

    양국 노선은 건설 기간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한국 측이 제안한 노선은 10여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고, 일본 측 제안 노선은 15~20년까지 예상됐다. 건설비용은 한국 측 구상이 92조원, 일본 측 구상이 100조원 규모로 비슷했다.

    서 전 총장은 "한일 양국이 공사비와 기술적 투자를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의 문제도 고려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일 간 감정 해소하는 외교적 성과도 기대"

    서 전 총장은 또 "논의가 진전된다 싶을 때마다 늘 발목을 잡았던 것은 양국 간 과거사 문제였다"며 "하지만 역으로 해저터널은 양국 간 해묵은 감정을 털어내는 외교적 역할도 톡톡히 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전 총장은 "영국과 프랑스도 양국 간 경쟁적 국민정서 때문에 터널이 쉽게 추진되지 못하다 결국 양국 정상이 만나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하지 않았느냐"며 "채널터널(영-프 간 해저터널)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경제와 외교 두 마리를 동시에 잡는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채널터널은 영국과 프랑스 양국의 경제활성화뿐 아니라 양국 간 적대적 감정을 해소하는 데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일 해저터널의 경제적 효과는 2010년 부산발전연구원이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연구원은 당시 기준으로 생산유발효과 54조5287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19조8033억원, 고용유발효과는 44만99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김종인 위원장이 1일 언급한 기대치와 유사한 수치다.

    다만, 그동안 경제적 타당성 측면에서는 중앙정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2011년 당시 국토해양부는 한-중 및 한-일 해저터널 건설 타당성 검토에서 두 터널 모두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냈다. 

    이와 관련해 서 전 총장은 "한-일 터널은 과거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같은 장기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당장 표면화될 수 있는 경제적 효과보다 한일 간 물류와 인적교류가 대폭 확대되는 데 따른 제반 효과를 모두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전 총장은 이어 "한-일 터널이 종국적으로 북한과 중국-러시아를 관통하는 대륙 간 물류 시스템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비전 역시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 한일해저터널 구상도. ⓒ뉴시스
    ▲ 한일해저터널 구상도. ⓒ뉴시스
    로저스 회장 "한-일 터널, 대단한 경제적 가치 창출할 것"

    앞서 짐 로저스(77)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한-일 해저터널과 관련해 "대단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며 호평한 바 있다. 

    로저스 회장은 2019년 4월 세계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한-일 해저터널은 통일된 한반도에서 관심을 받는 중요한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한-일 해저터널까지 개통되면 일본 도쿄에서 독일 베를린까지 육로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저스 회장은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며 "북한에 전 재산을 투자하겠다"고 할 정도로 대북투자에 큰 관심을 가진 인물이다.

    민주당에서는 반대 입장 나와… 우원식 "부산 흔들지 말라"

    더불어민주당은 한-일 해저터널 추진에 반일감정을 자극하며 응수에 나섰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일 "일본의 팽창적 외교정책과 대륙 진출 야심에 이용될 수 있다"며 "한일 간 정치외교역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느닷없는 선거용 해저터널을 주장하는 것에 국민이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1일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김종인 대표님, 유라시아대륙의 시작점이자 관문인 대한민국 부산을 흔들지 마십시오"라며 "가덕도 신공항의 첫 삽을 빨리 뜨는 일에 모든 걸 매진할 때"라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이어 "한-일 해저터널 공약은 가덕도신공항, 제2신항과 양립할 수도 없다"며 "해저터널은 유라시아 관문의 시작점을 일본으로 바꾸는 일이다. 유라시아반도의 출발지이자 도착지인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의 꿈을 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