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전 6개월간 부모 자격 심사… 마음에 안 들면 부모가 고의로 자격상실, 악용 소지도
  • 문재인(사진)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인이 사건' 관련한 질문에  입양아동을 바꾼다든지 등 여러 방식으로 입양 자체는 위축시키지는 않고 활성화해나가면서 입양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하다
    ▲ 문재인(사진)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인이 사건' 관련한 질문에 입양아동을 바꾼다든지 등 여러 방식으로 입양 자체는 위축시키지는 않고 활성화해나가면서 입양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뉴데일리 DB
    더불어민주당이 19일 '입양 사전위탁제'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정인이 사건' 관련 질문에 입양아동을 바꾸는 방식 등의 해법을 말해 논란이 커지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與 "文 진의 전달 안 돼… 사전위탁제 의무화"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19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대통령 말씀 중에 정확한 진의가 전달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추가설명하겠다"며 "청와대에서도 설명했지만 사전위탁보호제라는 다소 생소한 제도가 그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홍 정책위 의장은 "(사전위탁보호제는) 입양 전 6개월간 예비입양아동을 예비부모 가정에 위탁보호해 모니터링하고 사후관리를 통해 보호는 물론 안정적 입양을 돕는 제도"라며 "한국에서는 양부모 동의하에만 관례적으로 허용하나 이를 입양 전 필수 절차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문 대통령의 '입양 관련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자 민주당이 직접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사전위탁보호제는 입양 전 6개월 동안 예비입양아동을 예비부모 가정에 위탁보호하도록 하는 제도다. 6개월간 예비부모가 입양자격이 있는지 등을 살피는 모니터링이 실시된다. 이에 따라 위탁보호기간이 끝나면 기관과 가정의 입양 여부가 결정되고, 최종적으로는 법원 결정에 따라 입양이 결정된다. 

    현재 사전위탁제를 위한 법적 근거가 없어 입양기관 등에 의해 관행적으로 시행된다. 

    사전위탁제는 그러나 예비부모가 입양아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고의로 보호를 소홀히 하는 등 방법으로 입양자격을 스스로 포기하는 데 악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입양아동을 부모 마음에 따라 바꾼다는 문 대통령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입양부모의 경우에도 마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기간 안에 입양을 취소하거나 입양아동을 바꾸는 등 여러 방식으로 입양 자체는 위축시키지는 않고 활성화하면서 입양아동을 보호하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후 16개월 입양아 사망 사건인 '정인이 사건'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에 즉각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입양아동을 물건 취급했다는 것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현재 입양 확정 전 양부모 동의하에 관례적으로 활용하는 '사전위탁보호' 제도 등을 보완하자는 취지의 말"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커져만 갔다.

    野 "사전위탁제? 결국 文 발언 재포장하려는 것"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신년 기자회견에서 단순 말실수가 아닌, 평소 입양 등에 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며 "오늘 여당의 사전위탁제 의무화 발언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주워담기 위한 궁여지책일 뿐"이라고 폄하했다.

    국민의힘 당내 당 성격의 청년조직인 청년의힘을 맡은 황보승희 의원 역시 청와대·여당이 입양을 바라보는 관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보 의원은 "여당이 말하는 입양 사전위탁제 의무화 역시 입양아이가 (가정과) 안 맞을 수 있으니 바꿀 수 있다는 전제가 들어있다"며 "어제 문 대통령의 발언을 재포장하려는 것으로 사실상 내용과 인식은 (대통령 발언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비난했다. 

    황보 의원은 또 "입양이라는 제도는 결국 아이와 부모가 한 가족이 되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대통령과 여당의 인식은 입양아에 대해 기본적으로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이라며 일반가정과 다르게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미혼 상태로 입양아를 키우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분노했다. 김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 "'입양 취소 내지 아이 바꾸기'가 아니라 '사전위탁보호제'라고 하면 괜찮나. 전혀 다를 게 없다"면서 "어떻게 사전위탁제도를 부모 입장에서 애를 고르는 수단으로 도입할 생각을 할 수 있나"라고 힐난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 비난이 들끓자 기자회견 당시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사전위탁보호'를 끌고 왔는데, 이는 국민을 또 속이려는 것으로 상당히 비겁한 처사"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