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최강욱의 내로남불, 조국 사태 이후 서울대 행태… 교수신문, 올해의 사자성어 '아시타비' 선정
  • ▲ 문재인 대통령. ⓒ뉴데일리 DB
    ▲ 문재인 대통령. ⓒ뉴데일리 DB
    독일의 표현주의 작가 안톤 슈낙(Anton Schnack)의 수필에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의 여러 모습을 본다.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 “돌아가신 한참 후에 발견한 '너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는 아버지의 편지”, “우리에 갇힌 호랑이의 초조한 모습”, “나를 모른 척하려는 출세한 친구”, “나를 알아보는 이가 없고 내가 뛰놀던 자리에 붉고 거만한 집이 들어서 있는 시골 고향”, “가난한 노파의 눈물, 거만한 인간, 자동차에 앉아 있는 출세한 부녀자의 어깨, 유랑 가극단의 여배우들” 등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것들
     
    이 글을 다시 읽으며 요즘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것들’을 생각해 본다. 우선, 정상회담이나 자신이 주재하는 회의에서조차 A4 메모지를 달고 사는 우리 대통령이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무더기 법안통과를 위해 날치기로 의사봉을 두들겨대는 국회의장, 코로나19 백신 문제에 ‘남의 나라가 하는 게 무슨 그렇게 중요한가’라며 발끈한 국무총리,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당헌까지 바꿔 후보를 낸다는 뻔뻔한 여당 대표, 방약무도(傍若無道)의 극치를 보여준 추미애 장관, 추 장관 후임까지 임명하고서도 추 장관의 사표제출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청와대, 그리고 입양한 18개월 아이를 학대해 죽게 만든 인면수심의 젊은 부부…… 이들이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우리 정치판에서 염치가 사라진 지 오래다. 문재인 대통령이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재가했다. 이 정부 들어서 야당의 동의 없이 장관급을 임명한 게 벌써  26번째다. 문재인 대통령의 천상천하 유아독존(唯我獨尊), 20대 국회 문희상 국회의장의 패스트트랙 입법독재, 21대 국회 박병석 국회의장의 입법쿠데타,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의 내로남불, 추미애 법무장관의 안하무인 망동들만으로도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지난 달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가 법정 구속되었다. 1심 재판부는 정 교수뿐만 아니라 조 전 장관도 딸의 대학 진학을 위한 서울대공익인권법센터 관련 허위 경력 작성에 관여했다며 조 전 장관의 공모혐의를 인정했다. 위의 판결 이후 서울대 온라인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전 법무(無)부 장관’, ‘수치스럽다’는 등의 비판 글이 이어지며 학내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은 작년 1월 뇌물수수 및 청탁금지법위반을 비롯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등 12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며 서울대에서 직위 해제되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직위해제 이후에도 매달 250여만 원의 봉급 외에 수당 및 상여금 등 약 5000만 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견강부회(牽强附會)도 가관이다. 조국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검찰로부터 징역 1년을 구형 받은 최 의원이 지난 달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국회) 탄핵론'을 꺼내 들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위행위자’라며 "최근 우리 검찰과 법원이 보이는 모습을 보며 시민들은 정치적 중립의 형해화와 사법의 정치화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의혹을 받고 있는 과거 행적들에 비춰보면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지난 4.15총선의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보다 일본의 이익에 편승하는 무리를 척결하는 것이, 선거에 임하며 다짐하는 최고의 목표”라고 말했던 최강욱 비서관은 정작 대통령비서실 인사 중 일본 차를 소유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그는 일본 브랜드 렉서스(4600cc) 등 본인 명의의 차량 3대를 소유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외치나?
     
    매년 연말에 ‘올해의 사자성어(四字成語)’를 선정하는 교수신문이 2020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선정했다.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뜻을 한자로 표현한 신조어다. 우리 사회 엘리트 집단의 견강부회가 오죽 심하면 올해의 사자성어로 이런 신조어까지 만들어내야 했겠는가!
  •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권창회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권창회 기자
    조국 전 장관의 처신도 분노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조 전 장관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소집하는 대신 조 전 장관 본인의 재판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서울대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위의 내로남불의 두 사람 사례뿐만 아니라 그 동안 우리나라의 정치판에서는 서울법대를 졸업한 것을 부끄러워해야 할 일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패스트트랙 법안 날치기 통과로 문재인 정부의 입법독재에 혁혁한 공을 세운 문희상 전 국회의장과 정권의 눈치를 살피며 공수처법, 국가정보원법, 경찰청법 통과에 앞장서고 추미애 장관의 ‘윤석열 찍어내기’에 힘을 보태다 결국 더불어민주당과 자신의 대권후보 지지도 하락을 자초한 이낙연 대표도 서울법대 출신이다. 서울법대 출신이 처음으로 이 나라 대통령이 될 기회를 박살내고 이 나라 역사의 흐름을 바꿔 놓은 정치인도 서울법대 출신 후배였다.
     
    비단 서울법대뿐만 아니라 요즘 국민을 부끄럽고 화나게 만드는 정치권력 엘리트에 법대 출신들이 즐비하다. 문재인 대통령, 박병석 국회의장, 정세균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장관, 박범계 법무장관 지명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법과대학이 학생 머리 속에 법률지식과 엘리트의식만 심어 넣는다면 어떻게 될까? 인간성이 결여된 법률지식은 교활한 지능범죄를 낳고 법률지식만으로 무장한 개인이나 집단은 곡학아세(曲學阿世)와 견강부회로 사회와 인간관계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다.
     
    법비(法匪)들의 굿판
     
    굳이 엘리트주의(elitism)를 따질 필요도 없이 대의민주주의에서 정치는 ‘대중(mass)’이 아닌 특수한 자격을 갖춘 ‘엘리트(elite)’들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제는 그 엘리트들이 정치판에서 막장드라마 판을 벌이고 그 중심에 법대 출신 법비(法匪)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법률가에게 법은 법치주의의 근간이자 인류보편적 정의이고 국리민복(國利民福)의 수단이다. 그러나 법비들에게 법은 개인의 출세의 발판이고 권력쟁취와 유지의 수단일 뿐이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기본을 아예 모르거나 법정신(法精神)조차 없이 모든 권력을 선출직이 통제해야 한다는 논리로 법을 주무르며 입법독재를 벌이는 법비들이 법도 정치도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시장경제를 붕괴시키면서도 법이라는 이름의 흉기를 만들어 내는 법비들의 잔치판이 되어가고 있다. 이 나라가 법이 지배하는 법치국가가 아닌 법비가 지배하는 인치(人治)국가가 되어버렸다.
     
    대중의 힘으로 엘리트 훌리건들의 독재를 막아야
     
    문재인 정부와 21대 국회의 경거망동이 이 나라의 기둥을 뽑아버릴 기세다. 삼권분립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거나 민주주의의 대원칙인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뭉개는 대통령이나 국회가 선출직이란 교만으로 법원과 검찰을 통제할 수 있다는 망상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정치권력자들이 대중(大衆)을 무지, 무능, 무력하고 판단력이 없는 존재로 보고 몇 푼의 돈을 뿌려 표를 얻어낼 수 있다고 천시(賤視)하고 있지 않는 한 어떻게 이런 독재가 가능하겠는가? 이런 엘리트 정치훌리건들의 부끄러운 모습들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이 더욱 부끄럽다.
     
    민주주의국가에서 자행되는 엘리트 정치권력집단의 반헌법적 독재는 대중의 표로 막는 길 외에는 없다. 이제 대중이 부끄러운 의식에서 깨어나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것들’에 당당히 맞서 대중의 힘을 보여줘야 할 때다.

    - 이철영 (재)굿소사이어티 이사, 전 경희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