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도 하기 전에 文, 변창흠 국토장관내정자 대동해 또 힘 실어줘… '야당 무시' 논란
  •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임대주택 현장점검에 나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인 변창흠 LH사장과 함께 단층 세대 시찰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임대주택 현장점검에 나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인 변창흠 LH사장과 함께 단층 세대 시찰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내정자와 함께 공공임대주택을 둘러보는 행보를 강행했다. 변 내정자가 아직 국회 인사청문회 및 임명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임에도 그와 주거문제를 논의해 '사실상 장관'으로서 힘을 실어준 것은 야당의 검증 권한을 지나치게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과 변 내정자를 대동하고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화성동탄행복주택단지'를 찾아 임대주택단지 개요 등 관련 설명을 들었다. 현직 장관과 차기 장관내정자가 동시에 대통령 외부 일정에 동행한 것은 이례적이다. 변 내정자가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라는 명분이 있어 가능한 일정으로 보인다.

    "주택문제 발상 전환할 때"

    문 대통령은 "지금 주택문제가 우리 사회 최고의 이슈로 부상하고 국민의 관심이 모여 있다. 여러 가지 발상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때"라며 "굳이 자기 집을 꼭 소유하지 않더라도 임대주택으로도 충분히 좋은 주택으로 발전해갈 수 있는 '주거사다리'랄까, 그런 것을 잘 만들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변 내정자는 "아이가 크면 클수록 임대주택도 단계적으로 공급할 수 있으면 그야말로 임대주택 내에서도 주거사다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아주 좋은, 오히려 거꾸로 역설적으로 좋은 기회인 것 같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변 내정자를 차기 장관으로 간주하고 각종 역할을 당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중산층들이 충분히 살 만한, 누구나 살고 싶은 임대아파트를 만들 수 있지 않겠나"라며 "역점을 많이 두셔야겠다"고 강조했다. 

    또 공공임대주택 인근 복지·문화시설 등 생활인프라 구축을 상기시키며 "이제 기본은 됐으니 우선 양을 늘리고 질도 높이고, 두 가지를 다 하셔야 된다"고 주문했다.

    "임대아파트 역점 많이 두셔야"

    문 대통령은 지난 8일에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으로부터 비공개 업무보고를 받고 "신임 장관후보자(변창흠)가 구상하고 있는 공급 방안을 기재부도 함께 충분히 협의하는 등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달라"며 힘을 실어줬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연속적 행보는 이달 내 실시되는 변창흠 내정자를 대상으로 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상관이 없다는 뜻을 미리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변 내정자는 현재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를 '영끌 매수'했다는 논란과, 부동산재산 축소, SH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시절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 일감 몰아주기 등 의혹에 휩싸였다. 야당이 이를 문제제기해도 낙마 여부는 문 대통령의 고려 대상이 아닌 것이다.

    野 대표 때는 '총리 낙마' 강조

    문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 국회 인사청문회 전 후보자의 임명 반대를 강하게 주장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이완구 국무총리후보자의 언론외압 의혹과 관련해 "이미 두 번에 걸친 총리후보 낙마가 있었고 이번이 세 번째라 웬만하면 넘어가려 했으나 더 이상 그럴 수 없음을 분명 밝힌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모두 24명이다. 박근혜 정부(10명)나 이명박 정부(17명) 때보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