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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내정자와 함께 공공임대주택을 둘러보는 행보를 강행했다. 변 내정자가 아직 국회 인사청문회 및 임명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임에도 그와 주거문제를 논의해 '사실상 장관'으로서 힘을 실어준 것은 야당의 검증 권한을 지나치게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과 변 내정자를 대동하고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화성동탄행복주택단지'를 찾아 임대주택단지 개요 등 관련 설명을 들었다. 현직 장관과 차기 장관내정자가 동시에 대통령 외부 일정에 동행한 것은 이례적이다. 변 내정자가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라는 명분이 있어 가능한 일정으로 보인다.
"주택문제 발상 전환할 때"
문 대통령은 "지금 주택문제가 우리 사회 최고의 이슈로 부상하고 국민의 관심이 모여 있다. 여러 가지 발상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때"라며 "굳이 자기 집을 꼭 소유하지 않더라도 임대주택으로도 충분히 좋은 주택으로 발전해갈 수 있는 '주거사다리'랄까, 그런 것을 잘 만들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변 내정자는 "아이가 크면 클수록 임대주택도 단계적으로 공급할 수 있으면 그야말로 임대주택 내에서도 주거사다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아주 좋은, 오히려 거꾸로 역설적으로 좋은 기회인 것 같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변 내정자를 차기 장관으로 간주하고 각종 역할을 당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중산층들이 충분히 살 만한, 누구나 살고 싶은 임대아파트를 만들 수 있지 않겠나"라며 "역점을 많이 두셔야겠다"고 강조했다.
또 공공임대주택 인근 복지·문화시설 등 생활인프라 구축을 상기시키며 "이제 기본은 됐으니 우선 양을 늘리고 질도 높이고, 두 가지를 다 하셔야 된다"고 주문했다.
"임대아파트 역점 많이 두셔야"
문 대통령은 지난 8일에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으로부터 비공개 업무보고를 받고 "신임 장관후보자(변창흠)가 구상하고 있는 공급 방안을 기재부도 함께 충분히 협의하는 등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달라"며 힘을 실어줬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연속적 행보는 이달 내 실시되는 변창흠 내정자를 대상으로 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상관이 없다는 뜻을 미리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변 내정자는 현재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를 '영끌 매수'했다는 논란과, 부동산재산 축소, SH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시절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 일감 몰아주기 등 의혹에 휩싸였다. 야당이 이를 문제제기해도 낙마 여부는 문 대통령의 고려 대상이 아닌 것이다.
野 대표 때는 '총리 낙마' 강조
문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 국회 인사청문회 전 후보자의 임명 반대를 강하게 주장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이완구 국무총리후보자의 언론외압 의혹과 관련해 "이미 두 번에 걸친 총리후보 낙마가 있었고 이번이 세 번째라 웬만하면 넘어가려 했으나 더 이상 그럴 수 없음을 분명 밝힌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모두 24명이다. 박근혜 정부(10명)나 이명박 정부(17명) 때보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