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두고 추 장관은 '인신공격', 윤 총장은 프랑스 혁명 언급 '명분' 거론…"秋가 밀렸다" 평가
  • ▲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데일리 DB
    ▲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데일리 DB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공수(攻守) 전환점을 맞이한 양상이다. 그동안 추 장관이 일방적으로 윤 총장에 대한 맹공세를 퍼부었지만, '평검사 좌표찍기'와 'SNS 광폭행보'로 역풍을 맞은 뒤 다소 움츠린 모양새다. 반면 윤 총장은 연일 대내 결집 행보에 나서며 감췄던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윤 총장은 3일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열린 초임 부장검사 대상 강연에서 "살아있는 권력 등 사회적 강자가 저지르는 범죄를 엄벌해야 한다"며 강도 높게 발언했다.

    윤 총장은 "검찰개혁은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검찰을 만드는 것"이라며 "새로 부장이 된 여러분들이 이런 검찰을 만드는데 힘 써달라"고 당부했다.

    윤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추 장관이 연일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윤 총장과 일선 검사들에게 비난 잣대를 들이대는 상황에서 나왔다. 윤 총장은 같은 검찰개혁을 두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공정한 수사'에 의미를 집중했다. 추 장관을 겨냥한 "뼈 있는 발언이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분석이다.

    재나 뿌리자?… 秋, 尹 강연 1시간반 전 입장문 발표

    추 장관은 윤 총장의 강연보다 약 1시간 반 전 법무부를 통해 예정에 없던 입장문을 냈다. 추 장관은 "국민청원에 담긴 국민들의 비판과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검사들의 다양한 의견에도 귀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추 장관은 또 "검찰총장의 언행과 행보가 오히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국민적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매우 중차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대다수 일선 검사들이 묵묵히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법무부장관으로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담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이는 '커밍아웃 검사 사표 받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추 장관의 입장이라는 명목이었다.

    하지만 윤 총장에 대한 비난 기조를 견지하고 평검사는 끌어안음으로써, 자칫 '검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검찰 내부 결집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컸다. 검사 300여 명의 '커밍아웃' 사태를 불러온 '평검사 좌표찍기'에 대한 유감 또는 사과 입장이 없어 정치적 의도만 다분한 입장문이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무슨 일만 있으면 페이스북을 그렇게 열심히 하던 추 장관이 '인터넷 연판장'이 돌자 사흘 간 침묵했다. 그러다 윤 총장의 강연 직전 예정에도 없던 입장문을 냈다"며 "이번 사태의 단초가 됐던 '좌표찍기'에 대한 사과는 없이 정치적 의도만 다분한 내용이었다"고 지적했다. 

    김근식 "尹 강연 울림 있어… 秋가 밀렸다"

    상황이 이쯤 되자 일각에서는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전세가 역전되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총장 이하 평검사까지 말 안 듣는 검찰을 길들이려는 추미애 장관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 운운하며 윤석열 총장 공격하는 건 이율배반적"이라며 "반면 공화국 정신에 의거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것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검찰권의 본질이라는 윤석열 총장 강연은 울림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장군멍군이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화두로 주고받은 논박인데, 왠지 추 장관이 밀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은 점차 확전될 전망이다. 윤 총장은 오는 9일에도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차장검사 상대 교육에 나선다. 대검은 이미 예정된 일정일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추 장관을 겨냥한 간접 발언으로 검찰 결속 다지기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도 오는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출석이 예정돼 있어, 이번과 마찬가지로 윤 총장의 내부 교육 전 '경계성' 발언을 추가로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