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식 등장한 초대형 ICBM, 북극성-4A…군사전문가들 “미국 본토 다탄두 핵공격 가능”
  • ▲ 북한이 공개한 신형 ICBM. 열병식 마지막에 등장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이 공개한 신형 ICBM. 열병식 마지막에 등장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은 정권은 지난 10일 새벽 열린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전략무기와 대남적화용 신무기를 공개하기에 앞서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북극성-4A’를 공개했다.

    신형 전략무기 공개하며 함박웃음 지은 김정은

    김정은은 10일 새벽 열병식 연설에서 “적대 세력들의 지속적으로 가중되는 핵위협을 포괄하는 모든 위험한 시도들과 위협적 행동들을 억제하고 통제관리 하기 위해 자위적 정당방위 수단으로서의 전쟁 억제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그 누구를 겨냥해 전쟁 억제력을 키우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어떤 세력이든 우리 안보를 위협한다면 가장 강한 공격력을 선제적으로 총동원해 응징할 것”이라고 김정은은 주장했다. 그는 또한 “북과 남이 손을 맞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열병식에 신무기가 등장하자 만면에 웃음을 띄었다. 울음 섞인 연설에서 ‘민족’과 ‘인민’을 걱정하며 “누구와도 전쟁을 하고 싶지 않다”는 소리를 믿을 수 없게 만드는 표정이었다.

    신형 전략무기 본 전문가들 “괴물 같은 미사일…미국에 큰 위협”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ICBM과 북극성-4A SLBM을 본 국내외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사실상 미국 본토 공격 역량을 갖추게 된 것으로 평가했다.
  • ▲ 북한이 열병식에서 공개한 SLBM '북극성-4A'.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이 열병식에서 공개한 SLBM '북극성-4A'.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픈 뉴클리어 네트워크의 멜리사 해넘 부국장은 로이터 통신 등의 질문에 북한의 신형 ICBM을 ‘괴물’이라 부르며 “현재 제 기능을 못하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에게는 공포스러운 존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넘 부국장은 워싱턴포스트에는 “정말, 진짜, 엄청나게 큰 미사일”이라며 “저 정도 크기라면 미국을 향해 여러 개의 핵탄두를 쏠 수 있을 것”이라 평했다.

    마이클 엘먼 국제전략문제연구소 미국 사무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신형 ICBM은 미국 전역에 2~3톤의 핵탄두를 투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거 소련이 개발했던 R-16(나토 코드 SS-7)이나 R-26(SS-8)보다 더 성능이 우수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팀슨 센터의 북한연구프로그램 ‘38노스’는 “저 2개의 신형 전략무기에 대한 정보는 상당히 제한적이지만 열병식에서 공개한 데는 명확한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으며, 만약 저 전략무기들이 실제로 작동한다면 이전 종류보다 훨씬 크고 강력하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신형 ICBM이 핵탄두를 여러 개 장착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화성-15형보다 큰 ICBM, JL-2와 포세이돈 C-3 닮은 북극성-4A

    38노스를 비롯해 국내외 전문가의 추정치를 보면, 북한 신형 ICBM의 길이는 25~27미터 안팎, 너비는 2.4~2.9미터 내외다. 신형 ICBM을 실은 차량식 이동발사대(TEL)의 차축은 11개, 바퀴는 22개다. 화성-15형 ICBM을 운반한 TEL은 차축 8개였다. 38노스의 반 디펜 박사와 마이클 엘먼 박사는 북한의 신형 ICBM 외형과 크기, 표면 형태, TEL 형태로 볼 때 그 무게가 최소 100톤, 최대 150톤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정도 크기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신형 ICBM DF-41이나 열차로 이동하는 러시아 SS-24보다도 훨씬 큰 것이다.

    공개된 자료를 확인한 결과 북한의 신형 ICBM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DF-4 또는 구소련에서 개발했던 UR-100N(SS-19 스틸레토)와 그 크기와 외형이 비슷했다. TEL로 사용한 차량은 기존에 화성-15형 운반용으로 썼던 중국산 8축 차량 WS51200의 차대를 늘린 뒤 컨테이너 트럭과 같이 차축만 뒤에 3개 추가하고, 구동축은 연결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 ▲ 구 소련이 개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 UR-100N(SS-19 스틸레토). ⓒ독일 우주항공 전문 '노베르트 브뤼게' 씨 블로그 캡쳐.
    ▲ 구 소련이 개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 UR-100N(SS-19 스틸레토). ⓒ독일 우주항공 전문 '노베르트 브뤼게' 씨 블로그 캡쳐.
    추진 장치는 고체연료 로켓이 아니라 액체연료 로켓으로 추정된다. 대신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액체산소와 등유를 사용하는 엔진으로 보인다. 이 엔진은 화성-12형부터 화성-15형에 적용했던 우크라이나 유즈마슈의 RD-250 계열이 아니라 러시아 에네르고마쉬(구 OKB-456)가 설계한 RD-171일 가능성이 있다. RD-171은 로켓 엔진 분사구가 4개이며, 그 중에 2개는 추력편향 조종이 가능하다. 게다가 이 엔진은 중국이 면허 생산을 하고 있다.

    북극성-4A에 대한 분석은 찾기 어려웠다. 국내 군사전문가들만 “이전 북극성과 비교하면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JL-2에 비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외부 형태만 보면 미국이 1970년대 배치했던 포세이돈 C-4와 흡사하다. 포세이돈 C-4는 대륙간 공격이 가능한 최초의 SLBM이었다. 참고로 ‘북극성-1호’는 미국이 1950년대부터 배치했던 폴라리스 A-3와 비슷하게 생겼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이를 모방해 JL-1을 개발했다. 언급한 SLBM 모두 다탄두다.

    청와대, NSC 열면 뭐하나…‘종전선언’만 고민할 텐데

    김정은 정권의 신형 전략무기 공개는, 이제 남북 간 군사력 우위 비교가 무의미해졌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중국이 없어도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일본을 상대할 정도의 핵 무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한 셈이다.

    한편 청와대는 11일 오전 국가안보회의(NSC) 긴급 상임위원회 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논의 주제는 전날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이다. NSC 상임위 회의에서는 김정은의 메시지와 함께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ICBM과 SLBM에 대한 분석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한국 공무원이 북한군에 사살을 당해도 ‘종전선언’을 외치는 현 정부에서 대북경고 성명 같은 반응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