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침대 2개, 더블침대 2개, 방 3개 갖춘 준중형… 혼자 운항 못해 "최소 4명 있어야"
  • ▲ 외교부가 우한코로나(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에 따라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한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 이일병 교수(왼쪽)가 요트를 사러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 외교부가 우한코로나(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에 따라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한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 이일병 교수(왼쪽)가 요트를 사러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배우자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구입할 것으로 알려진 '캔터51' 미스트리스V(Kanter51 mistress V) 요트의 중고 시세는 24만9000달러(약 2억9000만원)선으로 알려졌다. 

    미국 요트 거래 사이트에는 최저가 매물이 14만 달러(약 1억4000만원)로 나와 있다. 이 모델은 전장 15m, 전폭 4m가량의 크기에 유선형 외양을 갖췄다. 1990년 캐나다의 캔터(Kanter)라는 회사에서 제작했다. 

    현재 요트는 이탈리아·프랑스산을 최고급으로 친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들 유럽국을 비롯해 대만·미국·캐나다·호주 등이 주요 요트 생산국이다.

    "캔터51, 자동차로 치면 '준중형급'"

    해양수산분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관계자에 따르면, 전장 15m의 요트는 자동차에 비유하면 준중형급 정도다. 이 교수의 캔터51이 고급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이 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구입비가 2억원 수준이니 일반인의 관념으로는 사치재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맞다. 하지만 실제 항해에 드는 비용은 이론상 전혀 없을 수도 있다. 돛을 펴고 바람을 이용해 항해하는 동안에는 모터 동력이 필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중고로 되팔아 구입비를 일부 회수할 수 있다. 

    가장 부담이 되는 비용은 계류비로, 한 해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소요된다. 계류비는 자동차에 비유하면 주차료다. 

    요트는 실내 리모델링이 자유롭다는 특징이 있다. KMI 관계자는 "택시 운전기사가 실내를 마음대로 꾸미고 영업하는 것처럼, 요트 역시 주문에 맞게 얼마든지 리모델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캔터51의 기본 제원상으로는 트윈침대 2개, 더블침대 2개, 방 3개를 갖추었다.

    코로나 방역 빼면 문제 없는 사생활인데…

    '준중형급'이지만 캔터51을 혼자 운항하기는 어렵다. 요트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캔터51은 범선(돛단배)인데 최소한 네 명은 승선해야 한다. 키를 잡는 사람, 배 맨 앞에서 조수 역할을 할 사람, 그리고 돛을 올리기 위해서도 두 명 이상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교수는 "미국에 있는 고등학교 동창 등 친구 2명과 여행할 계획"이라고 블로그를 통해 밝혔다.

    이 교수가 요트를 구입한 사실과 관련해서는 코로나 방역이라는 관점을 빼면 문제 삼을 게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 교수는 지난 3일 '요트 출국'을 떠나며 "그냥 여행 가는 거다, 자유여행"이라고 KBS 취재진에게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코로나가 하루 이틀 안에 없어질 게 아니잖나. 그러면 만날 집에서 그냥 지키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그것을 양보해야 하나? 모든 것을 다른 사람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지 않나"라는 말도 덧붙였다. 
  • ▲ 이일병 교수가 구입할 것으로 알려진 캔터51 외관. ⓒdavidwaltersyachts.com 웹사이트 캡처
    ▲ 이일병 교수가 구입할 것으로 알려진 캔터51 외관. ⓒdavidwaltersyachts.com 웹사이트 캡처
    해외여행 포기하고 추석 때 성묘도 못 간 국민은 어쩌나

    하지만 코로나 방역이 국민의 사생활을 강하게 통제하는 현실에 비춰, 이 교수의 이 같은 언행이 '고위공직자 배우자로서의 처신으로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해외여행 자제 권고에 따라 국민들은 긴급한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추석 성묘조차 못 갔다"며 "외교장관은 가족에만 특별해외여행허가를 내렸느냐"라고 비꼬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역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강 장관 역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소회를 밝혔다.

    네티즌들 역시 "내로남불"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추석 때 가족·친지가 모이는 것조차 자제할 것을 촉구한 정부의 방역정책과 부합하지 않는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한 네티즌은 "마스크 때문에 아이 귀가 헐어 약 바르고 마스크 씌운다. (이 교수의 출국은) 아이에게 미안하고 허망하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사생활의 자유를 따진다면 집회, 마스크 착용, 명절 귀향 모두 자유인데 왜 막나"라고 따졌다. 

    '요트 출국' 계기… "방역만 강조하는 방침 재고돼야" 견해도

    방역만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가 이 교수의 '요트 출국'을 계기로 수정돼야 한다는 견해도 보인다. 

    한 네티즌은 "이 교수의 말대로 언제까지 코로나 때문에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포기하고 살 수는 없다"며 "이 교수가 출국한 걸 문제 삼을 게 아니라 방역을 핑계로 국민을 통제하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가 만든 수칙은 모든 국민이 지키도록 일관성을 보이고, 굳이 엄격히 준수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 있다면 '힘 있는 분'들의 이탈만 용인할 것이 아니라 수칙을 수정해 국민 전체에게도 알려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한편 강 장관은 취임 직후 배우자 명의 포함 총 3채의 주택을 보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지난 7월 이 교수 명의의 서울 종로구 운니동 오피스텔 지분은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오피스텔은 이 교수를 포함해 총 8명이 공동으로 보유했는데, 지분 처분 금액은 975만원이다. 이 교수가 요트를 구입할 목적으로 지분을 처분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 ▲ 캔터51 실내 모습. ⓒdavidwaltersyachts.com 웹사이트 캡처
    ▲ 캔터51 실내 모습. ⓒdavidwaltersyachts.com 웹사이트 캡처
  • ▲ 추석연휴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한산한 서울역 모습. ⓒ박성원 기자
    ▲ 추석연휴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한산한 서울역 모습. ⓒ박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