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 통신선 재개 요청 8일째 무시… 통일부 "반응 지켜보는 중, 하루빨리 호응 기대"
  • ▲ 청와대 본관. ⓒ뉴데일리 DB
    ▲ 청와대 본관. ⓒ뉴데일리 DB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측 해상에서 피살된 사건을 두고 청와대가 남북 공동 조사와 군 통신선 재가동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일주일이 넘도록 반응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숨진 공무원의 월북 시도 여부와 사살 동기, 시신 소재 등을 확인하지 못한 채 사건이 묻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공동 조사 제안에 반응 없는 北… 통일부 "하루빨리 호응 있기를 기대"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한 우리 측 공동 조사 제안에 북한의 반응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아직 북측으로부터 반응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여 대변인은 이어 "우리도 북한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는 단계이고, 북한이 하루빨리 호응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일단 북한의 반응을 예의주시하며 답변을 기다린다는 방침이다. 북한이 공동 조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재조사 결과를 다시 통보하거나 군 통신선 복구에 응해온다면 남북관계 진전의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시간을 갖고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한편 이날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총격 사건 관련 언급은 없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달 27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안보관계장관회의가 끝난 뒤 "남과 북이 각각 파악한 사건 경위와 사실관계에 차이점이 있으므로 조속한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 조사를 요청한다"며, 아울러 "군사통신선의 복구와 재가동을 요청한다"고도 밝혔다. 

    다음날인 28일 문 대통령도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남북 모두에 절실히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에 따른 반응 대신 해안지역의 방역을 강화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3일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적 특성에 맞게 해안가와 그 주변에 대한 엄격한 방역학적 감시를 항시적으로 강화해 나가고 있다"며 "바다로 밀려들어오는 오물 처리를 비상방역 규정의 요구대로 엄격히 할 수 있게 조건 보장 사업을 실속 있게 앞세워 사소한 편향도 나타나지 않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총격 사건의 진상규명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사건이 우한코로나 방역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해경 "북은 신상정보 알고 있다" vs 北 "얼버무렸다"

    남북 공동 조사가 차일피일 늦어지면서 총격 사건의 의문점은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다. 해경은 북한이 이씨의 이름과 나이, 고향 등 신상정보를 알고 있었다고 했지만, 북한은 지난달 25일 보낸 통지문에서 "신분 확인 요구에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월북을 단정한 해경과 달리 북한은 이씨를 '정체불명 침입자'로 규정했다. 

    북한이 이씨를 구조하려 했다는 군의 설명도 이씨의 사살 배경에 의문을 남겼다. 군은 당시 북한군이 2시간 넘게 이씨를 구조하려 한 정황을 감청으로 확인해 무리한 구출을 감행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갑작스럽게 사살 지침이 내려온 이유는 설명하지 못했다.

    이씨의 시신 소재도 불투명하다. 군은 북한이 이씨의 시신을 불태웠다고 했지만, 북한은 이씨가 타고 있던 부유물만 소각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해경은 이씨의 시신과 유류품을 찾기 위해 해경 함정 11척, 해경 항공기 2대, 해군 함정 16척, 해군 항공기 4대, 어업지도선 5척을 투입해 이날까지 15일째 수색작업을 이어갔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해경은 수색 종료 시점을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이씨의 시신과 관련한 사실 확인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색을 무기한 진행해야 한다.

    김근식 "北, 공동 조사 안 받을 것… 국정조사가 정답"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정은의 생색용 '미안' 통지문 이후 문재인 정부는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등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손 놓은 채 그저 남북 공동 조사만 되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교수는 "천안함 폭침에 우리가 북과 공동 조사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다. 북한에서 공동 조사를 받지 않을 것"이라며 "가능하지도 않은 공동 조사를 핑계로 국민 살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미루는 것은 또 한 번의 직무유기"라고 힐난했다.

    김 교수는 이어 "공무원 발견 이후 △군 당국의 대응과 무책임 △청와대 보고 이후 대통령 보고 시간의 공백 △대통령의 직무유기와 무책임 △사살 확인 이후 대통령의 무책임한 대응 문제 등은 여야 합의의 국정조사를 통해서만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며 "이미 군과 해경과 청와대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국회의 국정조사만이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김정은 친서 한 장에 감읍해 침묵, 제정신인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국민이 집중사격으로 총 맞고 불태워져 시신이 바닷속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친서 한 장에 감읍해서 침묵하는 나라, 이런 나라가 제정신이 박힌 나라겠느냐"고 꼬집었다.

    안 대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 그런 정부를 우리가 피땀 흘려 번 돈으로 세금 내서 받쳐주고 밀어줄 이유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 국민을 구출할 능력도, 계획도, 의지도 없는 대통령과 정부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