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일자리 내줬다' 비난에 '대중 강경' 발언…美언론 '바이든 당선돼도 대중정책 안 바뀔 것'
  • ▲ [샬럿=AP/뉴시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3일(현지시간)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캠프 노스엔드에서 흑인 경제와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 [샬럿=AP/뉴시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3일(현지시간)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캠프 노스엔드에서 흑인 경제와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 부통령을 지낸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선거를 앞두고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틀 전 유엔 총회 화상연설에서 미국을 겨냥해 "양국 문제는 지금처럼 제로섬 게임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을 두고, 바이든 후보는 "현재 미·중 관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라며 시 주석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23일(현지시각) 노스캐롤라이나주 유세를 위해 델라웨어주를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미·중 관계에는 위태로운 상황(at stake)에 처한 것들이 많다. 제로섬 게임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의 이 발언은 자신을 시 주석에 대적할 인물로 내세우면서 현재 양국 관계가 두 나라 모두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중국에 확고" "단호" "냉정" 등 표현 구사… 강경론자로 포지셔닝

    바이든 후보는 이어 "중국의 인권침해, 남중국해 군사화 등 모든 면에서 나의 입장은 확고하다(firm)"라며 "중국이 나를 단호한 사람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는 분석을 봤다. 중국은 내가 냉정한(tough) 사람이란 것도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CMP는 이를 두고 바이든 후보가 미국의 보편적인 반중 정서를 따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SCMP는 "바이든은 과거에는 중국의 위협을 크게 내세우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중국을 자유화시키려 했던 수년간의 중국 포용정책이 실패한 뒤, 중국에 강경 대처해야 한다는 미국 내 초당적 컨센서스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 2월 민주당 경선 토론회에서 시진핑 주석을 "깡패"(thug)라고 부르기도 했다. 중국이 신장 위구르 무슬림들을 집단수용시설에 감금했다는 의혹에 대해 시 주석을 거친 말로 비난한 것이다. 이날 바이든 후보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똑같이 "깡패"라고 불렀다.

    바이든, 경선토론회에선 시진핑을 '폭력배'라 칭하기도

    현재 미국 내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가 대(對) 중국 정책에선 별 차이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24일(현지시각) "중국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선 두 경쟁자가 눈에 보이는 것보다 공통점이 많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다자주의적 접근'을 시도할 것이란 점에서 방법론상 차이가 있을 뿐, 그 상대가 중국이란 점은 똑같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중국은 향후 2년간 농산품 포함 2000억 달러(231조 7000억원) 규모의 제품을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했다. 대신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일부 인하했다. 현재 미국은 1200억 달러 규모의 특정 중국 제품에 7.5%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는 25% 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마켓워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무역협상 중 하나는 미중 1단계 무역합의"라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중국에 대한 관세는 유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켓워치 "바이든 당선돼도 대중 관세 유지할 것"

    마켓워치는 이어 "바이든 후보가 당선 후 중국에 '승리'를 안겨줄 경우, 미국 내에서 거대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중국의 대규모 양보 없이 트럼프의 대중 관세를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켓워치는 그러나 바이든 후보의 과거에 대해선 "바이든이 일평생을 글로벌리스트들의 요구를 들어주며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데 노력해왔다. 그는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배로 실어 밖으로 보냈다"며 혹평하기도 했다. 바이든은 자신에 대한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수십년 동안 중국을 상대해왔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보다 중국을 더 잘 다룰 것"이라고 되받아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10일(현지시각) 제이콥 슐레진저의 칼럼을 싣고 바이든의 대중 정책을 분석했다. <바이든의 새로운 대중 정책은 무엇? 트럼프와 비슷한 점 많아>란 제목의 이 칼럼은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미중 관계는 이미 전환점을 돌았고 강경 노선이 지속될 것만은 확실하다"라고 전망했다. 

    WSJ "오바마 정부 관료들, '중국에 너무 관대했다'고 반성 중"

    칼럼은 바이든 캠프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약탈적 관행을 대체로 정확히 집었다는 인식이 민주당 내에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이자 현재 바이든 후보의 선임고문인 커트 캠벨의 지적을 인용한 것이다. WSJ는 "이미 오바마 행정부 말기부터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대응하고 미국 기술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감시했다. 당시 바이든 부통령은 중국과의 교역 관행이 불공정이라고 앞장 서서 비판했다"고 환기하며,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한 정부 관료들은 자신들이 중국에 너무 관대했고 시진핑 주석의 민족주의적이고 독재적인 면모를 너무 늦게 깨달았다고 회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바이든의 외교 정책팀은 대부분 오바마 행정부 출신"이라고 전했다.

    WSJ는 다만 바이든 후보는 대중 관계를 풀어가는 데 동맹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기구에서 미국이 영향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등이 트럼프 대통령과 다르다고 평가했다. 또한 바이든 후보는 "중국과 대적하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 중요하지만, 미국의 이익에 중요한 또 다른 세계적 과제에 대해선 중국과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점도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면모라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