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유행' 경고 무시→확진자 폭증 초래… 靑, 봉준호 빼고 "한국인 유일" 발표 오류
  • ▲ 지난 11일 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 지난 11일 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지에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소개글을 직접 쓰며 신뢰를 보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춘추관에서 "정 청장은 (리더스 부분에서)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올해 타임지 100인에 선정됐다"며 "선정 이유로 뛰어난 코로나 팬데믹 대응 업적을 언급했고, 이에 따른 대통령 명의 소개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타임 측은 지난 7월 말 정 청장을 올해 100인의 명단에 포함하겠다는 뜻을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실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실성 인류 모두에 영감"

    문 대통령은 소개글에서 "정은경 청장은 개방성·투명성·민주성의 원칙을 가지고 방역의 최전방에서 국민들과 진솔하게 소통하여 K-방역을 성공으로 이끌었다"며 "정 청장의 성실성이야말로 우리에게 남겨질 가치가 있는, 인류 모두에게 영감을 주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그는 정부를 대표해 국민 앞에 섰다"며 "매일 빠짐없이 직접 투명하게 확진자 현황과 발생경로와 진단·격리·치료상황을 발표했고, 국민들은 스스로 방역의 주체가 돼 자발적인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사회적 거리 두기로 자신과 이웃의 안전을 함께 지키며 연대와 협력의 힘을 발휘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그동안 우한코로나 방역국면에서 정 청장의 2차 대유행 경고와 달리 낙관론을 펼치며 경제 활성화를 강조하는 등 엇박자를 보였다.

    정은경 경고 불구… 임시 공휴일 지정→ 확진자 수백 명

    문 대통령은 지난 7월21일 국무회의에서 8월1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며 "국민 휴식과 내수 활성화를 위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는 정은경 당시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환경이 나빠지는 가을철·겨울철에는 유행의 크기가 좀 더 커질 수 있다고 본다"(6월22일),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면역을 갖고 계시지 못하기 때문에 누구나 노출되면 감염될 수 있다.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 크고 작은 유행이 계속 지속될 거라 보고 있다"(7월3일)는 등의 예견을 외면한 것이었다.

    문 대통령의 발표 다음날인 7월22일, 정 본부장은 임시 공휴일 지정에 우려를 표했다. 정 본부장은 "인파가 몰리는 휴가지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느슨해질 수 있다"며 "집에서 보내는 휴식이 가장 좋다"고 당부했다. 

    이후에도 방역당국은 경고의 메시지를 지속해서 쏟아냈고, 연휴 전날인 8월14일에도 정 본부장은 "15~17일 연휴 동안 가급적 집에 머물러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결국 정부는 우한코로나를 어느 정도 잡았다고 오판해 내수 진작에 방점을 찍었다. 숙박과 외식 등에 1700억원 상당의 소비쿠폰을 쏟아냈다가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0명을 넘자 하루 만에 중단한 뒤 광복절집회만 탓했다. 

    방역당국은 사회적 거리 두기 준수를 강조하는데 소비를 진작시키려는 경제 부처의 엇박자정책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정 청장은 지난 11일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직원 수십 명이 밀집해 방역수칙을 위반했다는 지적에 "송구하다"고 사과했지만, 정작 행사를 기획한 청와대와 문 대통령은 논란에 침묵했다.

    "봉준호도 선정" 지적에… 靑 "기사 보고 알았다" 정정 

    이날 청와대 측의 '발표 오류' 논란도 불거졌다. 청와대 관계자의 "정 청장이 유일한 한국인"이라는 주장과 달리 타임은 봉준호 감독도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동시에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타임은 정 청장과 더불어 영화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봉 감독도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아티스트 부문에 선정했다. 

    이에 성급한 K-방역 홍보 의도에 치중해 사실 확인 과정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뒤늦게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타임지 영향력 100인 가운데 '리더스 부문'에서는 정 청장이 유일한 한국인은 맞다"며 "봉 감독이 '아티스트 부문'에 포함된 것은 청와대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고 정정했다. 이어 "봉준호 감독의 타임지 100인 선정은 매우 기쁜 소식이며,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봉 감독 선정을 인지하지 못한 이유로 "이틀 전 타임지 측에 확인 결과, 정은경 본부장이 유일한 한국인이라고 최종 답변했었다"며 "타임지 측은 100인 명단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청와대 측에서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