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위 계승 과정 따라 1년 간 사관학교서 군사교육…담당 교관 “공주라고 특혜는 없다”
  • ▲ 벨기에 왕실이 공유한 엘리자베스 공주의 군사교육 사진. 앞 쪽에 서 있는 여성이 엘리자베스 공주다. ⓒ벨기에 왕실 공식 트위터
    ▲ 벨기에 왕실이 공유한 엘리자베스 공주의 군사교육 사진. 앞 쪽에 서 있는 여성이 엘리자베스 공주다. ⓒ벨기에 왕실 공식 트위터
    국내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 씨의 카투사 복무를 두고 ‘황제복무’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 유럽의 왕국 벨기에는 왕위를 계승할 공주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격을 하고 흙밭에서 구르는 모습을 공개했다.

    벨기에 브뤼셀타임스 등은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엘리자베스 공주가 왕립육군사관학교에서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교육 받는 모습을 전했다. 영국 웨일스에 있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엘리자베스 공주는 올해 18살. 공주는 왕위 계승을 위해 대학 입학을 미루고 1년 동안 사관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것을 택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엘리자베스 공주는 지난 9월 2일 입교했다. 정식 생도가 아니기 때문에 입학시험을 치르지 않았고 졸업장도 받지는 못하지만, 교육을 받을 동안에는 사격, 완전군장 행군, 포복 등과 같은 훈련, 체력단련 등을 160명의 다른 신입생도와 똑같이 받게 된다. 기상, 식사, 청소 또한 다른 생도와 똑같이 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관생도들이 배우는 국방의 가치에 대한 정신교육을 철저히 받게 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1년 동안 엘리자베스 공주의 교육을 맡게 된 이사벨 반헤스메트 소령은 “공주 전하를 교육하게 된 것은 우리 학교의 영광이지만 교육기간 동안 우리는 그에게 어떤 공주대접도 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소령은 이어 “공주는 학교에서 벨기에 어를 사용하는 소대와 단체 생활을 하며, 다른 생도들처럼 그의 성(姓) ‘반 벨지에’로 불리게 될 것”이라며 “현재 공주는 소대원들과 잘 어울리고 있고, 소대원들도 ‘공주대접’ 해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 누구 딸인데” “내가 누구 딸인지 아느냐” 따위는 먹히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엘리자베스 공주가 1년 간 군사교육을 받게 된 것은 장차 여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벨기에 왕실에서는 왕이 되려면 군사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왕실은 또한 1991년 장자 승계 원칙을 폐지하고 첫 번째 자녀가 왕위를 승계하도록 했다. 필리프 국왕과 마틸드 왕비 사이에서 장녀로 태어난 엘리자베스 공주가 즉위하면 벨기에 최초의 여왕이자 육군 총사령관이 된다.

    여왕이 될 공주가 군사교육이나 복무를 한 사례는 더 있다. 벨기에 왕실과 친척 관계인 영국 왕실은 군복무를 철저히 시킨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현역으로 입대, 소위로 수송부대에 근무했다. 찰스 왕세자는 1971년부터 5년 동안 해군에서 복무했으며, 윌리엄 왕자는 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육군 특수부대 SAS에서 복무했다. 복무 기간 동안 아프가니스탄, 포클랜드 등에서 특수임무까지 수행했다. 헨리 왕자 또한 아프가니스탄 최전선에서 근무, 한때 탈레반의 납치목표가 돼 군 당국이 “후방으로 좀 가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밖에 스페인의 필리페 국왕도 군사종합학교에 입교한 뒤 육·해·공군의 장교 교육을 모두 이수했고, 네델란드의 빌럼-알렉산드르 국왕 또한 18살 때 해군에 입대, 소말리아 해적 소탕을 맡은 구축함에서 복무했다. 진짜 왕실에서는 한국에서 말하는 ‘황제복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