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과 카톡 인터뷰했더니… "우리도 인격체다" "상당히 유감" 반발 쏟아져
  • ▲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 ⓒ박성원 기자
    ▲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 ⓒ박성원 기자
    간호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의대생은 공공재"라고 주장해 의대생들의 분노가 치솟았다. 의대생들은 자신들을 공공재로 취급한 이 의원을 향해 "자비로 공부했다" "인격체인데 왜 재화 취급하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정부 "의사=공공재" 발언 한 달 만에 여당 "의대생=공공재"

    앞서 의료진 파업 당시인 지난달 10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의사는 공공재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해 의사들을 중심으로 '우리는 공공재가 아니다'라는 항의가 빗발쳤다. 그런데도 여권에서 한 달 만에 '의사는 공공재'라는 발언이 재등장한 것이다.

    이 의원은 17일 국회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가고시를 거부하는 의대생들을 향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며 "스스로 공공재, 공공인력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대생의) 의사 국가고시 구제에 대해 국민과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비로 공부하고 민간이 키우는데 그게 공공재냐"

    이 같은 이 의원의 발언에 18일 본지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대화를 나눈 의대생들은 분노하며 이 의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강원지역의 의대생 A씨는 "이수진 의원님께서 의대생이라는 학생들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재화 또는 서비스로 생각하신다니 상당히 유감"이라며 "의대생 스스로 공공재가 되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점은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A씨는 "의대생의 학습비용은 개개인이 부담하고, 의사 육성비용도 전액 개인이 부담한다"면서 "수련 과정도 민간병원에서 주도하는 형태다. 그렇게 키워지는 의사들을 공공재로 이야기하는 것은 상당히 이치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과? 국시 거부하게 만든 불통정부야말로 사과하라"

    이 의원이 의대생을 향해 사과를 요구한 것에는 "시험의 응시 여부는 개인의 자유이며,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로서 잘못된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며 "학생들이 국시를 거부할 수밖에 없을 만큼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정부야말로 온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의사 국가고시 재응시를 국민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발언과 관련해서는 "의대생은 국가고시 구제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면서 "설문조사를 돌리고, 여론몰이를 해서 국가고시 재응시 관련 논란이 일도록 조장한 것은 여당"이라고 비판했다.

    부산지역의 의대생 B씨도 "정부는 지금까지 수십 년간 이러한 특수성을 무시하고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보다 민간의료에 의존해왔다"면서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는 없었으면서 갑자기 6년간 국가 지원 없이 자비로 공부한 의대생한테 스스로 공공재가 되라고 요구한다는 점은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간호사 출신 이수진, 간호대생도 공공재인지 답해보라"

    대한의사협회 역시 이 의원 발언에 반발하며 "간호사를 공공재라고 하면 어떨 것 같으냐"고 맞섰다. 

    의협은 이날 성명을 통해 "만약 어떤 국회의원이 '간호사가 공공재다' '간호대생이 공공재다'라고 말한다면 과연 어떤 평가를 듣게 될 것 같으냐"면서 "간호사인 이 의원은 스스로 답해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그러면서 "수준 낮은 정치인이 오히려 완장이라도 찬 것처럼 큰소리치는 광경은 기괴스럽고 절망적"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