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연재 '서지문 칼럼', 단행본으로 출간
  • 매주 화요일 국내외 정치·시사 이슈를 책과 접목시켜 우아하면서도 거침없는 표현으로 조선일보 독자를 휘어잡았던 서지문(72) 고려대 명예교수의 두 번째 칼럼집이 나왔다.

    2년 전, 일주일에 한토막씩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1~120회)을 한 데 모아 '서지문의 뉴스로 책 읽기'를 펴낸 저자는 독자들의 응원에 힘입어 이후에 나온 연재분(121~200회)을 모아 '서지문의 뉴스로 책 읽기 2(기파랑)'를 발간했다.

    1978년부터 35년간 고려대에서 영어영문학을 가르친 저자는 2016년 6월부터 칼럼을 쓰기 시작해 올해 4월 28일 200회를 끝으로 연재를 마무리했다. 당초 살면서 터득한 지혜 등을 공유하는 글을 쓰고자 했던 저자는 한국 정치의 묵은 폐단과 마주하면서 인생에 대한 관조(觀照) 대신, 정권에 대한 날이 선 비판과 성토로 칼럼을 채워나갔다.

    매 글마다 쏟아내는 독기 서린 글에, 주변에서 저자의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왔지만, 저자는 절필을 할지언정 '수위' 조절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현안에 대한 '비판'과 '성찰'을 멈추지 않았다.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나와 웨스트조지아대와 뉴욕주립대에서 영문학 석·박사를 취득한 전문가답게 저자의 칼럼에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다양한 명저(名著)가 등장한다.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펄벅의 '대지', 시오노 나나미의 '황금빛 로마',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 등 수많은 작품들이 칼럼을 더욱 맛깔나게 해주는 양념으로 사용됐다.

    이를 테면 펄벅의 '대지'에서 주인공 왕룽이 천지를 뒤덮고 몰려오는 메뚜기 떼에 맞서 동네 농부들과 죽을 힘을 다해 도리깨로 내리치며 사투를 벌여 논의 일부를 건지는 장면을 거론한 뒤 "저무는 하늘을 보니 폭식성 정권이 메뚜기 떼가 하늘을 까맣게 덮으며 밀려오는 것 같다"고 말하는 식이다.

    미국 언론인 윌리엄 샤이러가 쓴 '제3공화국의 흥망'은 유력 친문 인사를 비판하는 데 쓰였다. 저자는 "이 책을 보면 히틀러는 연합국의 베를린 함락이 임박하자 자살을 결심하고 유서를 쓰는데, 이 살인마는 유서에서까지 거짓말과 변명, 자기 미화를 늘어놓는다"며 배신자를 파면하고 후계자를 지명하면서 요직은 자기가 임명하는 히틀러의 집요한 권력욕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나라 멸망이 임박했는데 유태인에 대한 저주와 박해를 유훈으로까지 남긴 독재자의 말로가 누군가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무서운 경고를 남긴다.

    ◆ 저자 소개

    이화여자대학교 영문학 학사, 웨스트조지아대학교 영문학 석사, 뉴욕주립대학교 영문학 박사를 취득한 저자는 1978년부터 35년간 고려대학교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석사 과정 직후부터 시작된 저자의 집필은 국내 국·영문 일간지와 주간지에 문학과 시사를 넘나들며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저서로는 '인생의 기술: 빅토리아조 문필, 사상가들의 윤리적미학이론 연구', 'REMEMBERING THE FORGOTTEN WAR(공동집필·편집)', '동양인이 흠모한 공자, 서양인이 사랑한 공자', '서지문의 소설 속 인생', '영국소설을 통해 본 영국신사도의 명암', '어리석음을 탐하며', '서지문의 뉴스로 책 읽기 1'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