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19일 "국민·의료진 휴식시간" 임시공휴일 추진… "일반기업·병원 출근하고 공무원만 쉬는 날 될 것"
  • ▲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뉴시스
    ▲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뉴시스
    정부가 다음달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 위해 인사혁신처 등 관계부서에 검토를 요청했다. 우한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지친 국민과 의료진에게 휴식시간을 주자는 취지이지만, 최근 부동산대책 등으로 급락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일반기업이나 병원은 임시공휴일이라도 출근할 수 있어 공무원을 위한 '임시공휴일'이라고 비아냥댄다. 게다가 지난 5월 황금연휴 이후 우한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한 바 있어 이번에도 확진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정부, 8월 15~17일 사흘간 '황금휴가'

    정세균 국무총리는 1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8월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정 총리는 이날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가 어렵고 많은 국민과 의료진이 피로감을 호소한다"며 "특히 올해는 법정공휴일이 주말과 겹치는 날이 많아 전체 휴일 수도 예년보다 적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신이 지친 국민과 의료진에게 조금이나마 휴식시간을 주고, 내수 회복을 이어가기 위해 8월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총리 주문대로, 다음달 1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 15~17일 사흘간의 '황금연휴'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임시공휴일 지정이 국민과 의료진의 피로감을 덜 수 있다는 정부 주장에는 비판여론이 강하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공휴일을 부여받는 일반기업의 경우 정부가 다음달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더라도 기업의 판단에 따라 출근해야 할 수도 있다. 특히 우한코로나 사태로 기업들의 여건이 좋지 않아 임시공휴일 지정을 반기는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병원 역시 임시공휴일 휴무 여부는 병원 재량이기 때문에 임시공휴일을 통한 의료진 휴식을 꾀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민적 공감 없는데 임시공휴일 지정… 지지율 때문?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번에 임시공휴일을 지정하겠다고 밝힌 배경으로 최근 들어 끊임없이 하락하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떨어진 지지율 반등을 꾀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린 사례는 이전 정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8월2일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8월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8월10일 발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조사 결과,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39.5%로 전주 대비 4.6%p 올랐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지지율도 39.9%로 전주 대비 3.4%p 상승했다.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이를 '임시공휴일 지정 효과'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거듭하며 통합당과 격차가 4%대로 좁혀졌다. YTN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2020년 7월 셋째주 주간 집계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4.4%p 내려간 35.3%로 집계됐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3주 연속 30%대를 보이며 지난해 10월 2주차 조사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전주보다 1.3%p 오른 31.0%를 기록했다. 양당 간 지지율 격차는 4.3%p로, 이는 통합당 창당 이후 가장 작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임시공휴일 카드가 '선심성 정책'이라고도 비판한다.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 일제히 쓴소리… "정책효과 극히 미미"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떨어진 지지율을 의식한 포퓰리즘·선심성 정책으로 보인다"며 "실제 정책효과도 '언 발에 오줌 누기'처럼 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민주당은) 이런 때 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는 정치를 해야 한다"며 "우왕좌왕하는 부동산정책에 관해서도 중심을 잡아야 하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서도 확실한 견해를 정해서 국민에게 신뢰감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지금 기업들은 코로나 때문에 앓는 소리를 내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죽겠다는데 무슨 임시공휴일이냐"며 "부동산 안정화, 일자리 창출을 해야 할 판에 실효성 없는 정책만 선보인다"고 일갈했다. 황 평론가는 이어 "의료계 관계자나 국민들이 아닌 공무원만 쉬는 임시공휴일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의료계 역시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8월1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 사흘간 황금연휴가 생기는 셈인데, 여름휴가와 황금연휴가 겹쳐 얼마나 많은 인파가 전국을 돌아다닐지 모르겠다"며 "의료진에게 휴식을 부여할 목적이라면 임시공휴일보다 의료진을 더욱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제언했다.

    위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