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각계 인사 조문 행렬 이어져… 조화 보낸 文대통령 "너무 충격적"
  • ▲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취재진들이 대기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취재진들이 대기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10일 오전 9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입구. 전날 실종돼 이날 자정쯤 발견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에는 70여 명의 취재진과 조문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조문 일정은 비교적 차분히 진행됐지만, 갑작스런 박 시장 비보에 비가 내린 현장에는 침통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장례식장 안에는 취재진과 일반인의 접근이 제한됐다. 빈소 내부 질서를 위해 일부 조문객들만 출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현장 인근에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일부 경찰 경력도 대기했다.

    '여비서 성추행 의혹'으로 실종된 박 시장은 이날 0시1분께 종로구 삼청동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9일 오후 5시17분 딸의 실종 신고를 받고 경찰 등이 수색에 나선 지 6시간여 만이다. 박 시장의 시신은 이날 새벽 3시 20분께 서울 북악산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고, 새벽 4시께 장례식장 3층 1호실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에는 박 시장 부인 강난희 여사와 딸이 자리를 지켰다.

    부인 강난희 여사와 딸, 빈소 지켜… 박홍근 의원 상주 역할

    박 시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주 역할을 하면서 유족과 함께 조문객을 맞았다. 영국에 머물러온 것으로 알려진 박 시장 아들 박주신 씨는 이날 장례식 참석을 위해 귀국길에 오른 것으로 현장에서 전해졌다.

    정식 조문은 낮 12시부터 가능했지만, 박 의원을 포함해 남인순 의원과 김원이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은 빈소가 마련되기 전부터 장례식장에 모습을 보였다. 비가 그친 오후부터는 정치권을 비롯한 종교·시민사회단체 조문객들이 줄지어 빈소를 찾으면서 더욱 북적였다. 문재인 대통령, 박병석 국회의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조화도 빈소에 속속 도착했다.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를 조문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를 조문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조문객들은 빈소에 들어서기 전 바닥에 붙은 테이프 간격으로 거리두기를 하며 두 줄로 서서 방문객 명단을 작성했다. 빈소에서 나온 조문객들은 박 시장 비보에 일제히 애도를 표했지만, 박 시장 사망 직전 성추행 고소가 이뤄진 것과 관련해선 극도로 말을 아꼈다. 유가족들에 대해선 "큰 슬픔에 빠져 황망한 상태"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12시 30분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조문을 마치고 나와 "저하고 1970년대부터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40년을 함께해온 오랜 친구"라며 "시민운동을 일궈내고 서울시 행정을 맡아 10년간 잘 이끌어왔는데 이렇게 황망하게 떠나고 나니 애틋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성추행 의혹 질문에… 이해찬 "XX자식, 예의 아니다" 버럭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당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냐'는 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예의가 아니다. 그런 걸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느냐"고 언성을 높이면서 현장 분위기가 경직됐다. 이어 이 대표는 이 취재진을 노려보며 "최소한 가릴 게 있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큰 슬픔에 유족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서울시정이 차질없이 운영되도록 당에서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께서는 박 시장님과는 연수원 시절부터 참 오랜 인연을 쌓아오셨다"라며 "너무 충격적이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문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문 대통령과 박 시장은 사법연수원 12기 동기다.
  • ▲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 모습. ⓒ박성원 기자
    ▲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 모습. ⓒ박성원 기자
    이날 오후 4시 30분께 빈소를 찾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가장 고통스러울 수 있는 분이 고소인이라 생각하고 무엇보다도 이 상황이 본인의 책임 때문이 아니라는 걸 꼭 생각해주셨음 생각한다"며 "2차 가해, 신상털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심상정 "고소인 가장 고통스러워"… 박 시장의 마지막 말 "모두 안녕"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짙어지면서 현장 인근에는 박 시장을 비판하는 1인 시위도 벌어졌다. 시위를 진행한 이 여성은 "피해자에게 주목하지 못하게 하는 죽음에 화가 난다"며 "공소권 없음 처분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 박원순을 고발한 피해자분과 연대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박 시장이 남긴 마지막 말은 "모두 안녕"이었다. 이날 현장에서 공개된 유서에 따르면, 박 시장은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 모두 안녕"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빈소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무총장,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조계종·원불교 인사 등 다수의 조문객들이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