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거부한 최선희에 "옛 사고방식" 비판… "北 대화 상대 정해지면 즉시 대화" 강조
  • ▲ 비건(앞줄 오른쪽)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해리 해리스(왼쪽) 주한미대사와 함께 8일 오전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비건(앞줄 오른쪽)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해리 해리스(왼쪽) 주한미대사와 함께 8일 오전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한국 방문을 통해 준비한 메시지는 북한을 향한 대화 제의인 것으로 보인다. 

    비건 부장관은 8일 "(북한이) 준비된 대화 상대를 지목하면 즉시 우리와 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북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양새를 취했다.

    비건 부장관은 북한이 자신의 방한에 앞서 미북대화 거부 의사를 표시한 것과 관련해서도 비판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주한 미국대사관은 비건 부장관의 발언 원고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는데, 이 원고에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콕 집어 나무라는 대목이 들어있었다. 

    원고는 지난 4일 "미국과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 최 부상과 대북 강경론자인 존 볼턴 전 대사를 가리켜 "두 인물 모두 가능한 일에 창의적으로 생각하기보다 옛 사고방식에 갇혀 있고 부정적인 것과 불가능한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대화 거부한 최선희와 강경파 볼턴 향해 "옛 사고방식에 갇혀" 비판

    다만 비건 부장관은 이날 오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후 가진 약식 기자회견 발언에서 이 문구를 뺐다. 

    비건 부장관은 이 자리에서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와 비핵화, 밝은 미래를 가져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며 북한과 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비건 부장관은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고, 나를 카운터파트로 임명하면 바로 그 순간 우리가 준비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한반도에 평화로운 결과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나는 이것이 매우 가능하다고 믿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노력을 계속할 수 있도록 전폭적 지지를 보내왔다"고 강조했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유연한 입장"을 언급하며 남·북·미 간 모종의 접촉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본부장은 비건 대표를 접견한 뒤 "우리는 현 상황에 비춰서 조속한 시일 내에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그런 방도에 대해 심도 있게 협의했다"며 "저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화와 협상만이 유일한 방법이고, 이를 위해 한미는 조속한 재개를 위해 전력을 다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도훈 본부장 "유연한 입장 확인… 대화·협상이 유일한 방법"

    이 본부장은 이어 "비건 대표는 북한과 대화 재개 시 균형 잡힌 합의를 이루기 위해 유연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고, 관련 노력을 지속해나가겠다고 했다"며 "앞으로 한미 간 빈틈 없는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국가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소통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다만 '대북제재 완화를 검토하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남·북·미 간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친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국내 지지율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돌파구 중 하나로 삼을 만한 유인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한 익명의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회고록 등으로 미북 간 대화에 진지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극복하고 지지세도 만회해야 할 처지"라며 "한미 간 대북공조가 틀어지는 모양새로 가면 재선에 불리할 수 있는 만큼 한국 측의 요구가 있다면 대놓고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비건 부장관은 "북한과 남북협력 목표를 진전시켜 나가는 한국 정부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세영 차관 "한미동맹 재활성화 필요성 공감"

    한편 앞서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비건 부장관은 제8차 외교차관전략회의를 갖고 한미동맹, 우한코로나 대응, 한반도문제, 지역정세, 글로벌 이슈 등 다양한 주제 등을 논의했다. 

    조 차관은 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미동맹 관련해서는 지난해 비건 부장관이 언급한 한미동맹의 재활성화 필요성에 대해 저도 공감한다는 말씀드렸다"며 "비건 부장관과 저는 한미동맹이 6·25전쟁 이후 지난 70년간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핵심 축으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발전했다는 점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조 차관은 이어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확장되고 있는 한미동맹의 미래 발전방향에 관해서도 심도 있는 의견교환을 했다"며 "당면한 방위비분담금 협정과 관련, 양측은 가급적 조속한 시일 내에 상호 수용 가능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조 차관은 또 "양측은 지난 6월1일 한미 정상 통화에서 논의된 바 있는 G7정상회의 초청 및 확대 문제에 대해서도 계속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며 "코로나19 대응 관련, 양측은 상호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가운데 투명한 정보 공유, 방역경험의 공유, 방역물품 지원, 양국 국민의 귀국 지원 등에 있어서 긴밀히 협력해왔다는 점을 서로 평가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