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크 차관, 反中 EPN 동참 시 '사드보복 재현' 우려 진화… "한국은 우리의 파트너"
  • 지난해 11월 방한한 키스 크라크(왼쪽)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이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 뉴시스 제공
    ▲ 지난해 11월 방한한 키스 크라크(왼쪽)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이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 뉴시스 제공
    미국이 '경제번영네트워크(EPN, Economic Prosperity Network)' 동참을 우리나라에 공식 제안한 가운데, 중국의 보복이 있을 경우 미국이 한국을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은 11일(현지시각) 인도·브라질·한국 등 5개국 주요 언론사와 전화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크라크 차관은, EPN이나 화웨이 제재 등에 동참해 중국의 보복 조치에 직면할 경우 "미국은 한국을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한국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됐다"

    크라크 차관은 또 "전 세계가 중국의 위협과 보복에 맞서기 위해 일어서야 한다"며 주요 동맹국과 파트너들에게 미국의 대중정책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크라크 차관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 언론사 중 유일하게 간담회에 참여한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발 보도를 통해 국내에 알려졌다. 이날 크라크 차관은 미국의 대중 경제제재 및 정책 구상에 대해 설명하며 중국의 대응조치가 동맹국의 피해를 유발할 경우, 함께 대처해 나가겠다는 미국의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EPN 동참, 선택 아닌 선뢰의 문제"

    EPN은 미국이 주요 동맹국에게 제시한 탈중국 세계공급망 구상으로, 호주·인도·일본·뉴질랜드·한국·베트남 등을 비롯해 넓게는 남미대륙까지 포괄한다. 국내에서는 우리나라가 EPN에 동참할 경우, 지난 2016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조치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크라크 차관의 이날 발언은 한국 내의 이 같은 시각을 적극 잠재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크라크 차관은 '미국의 대중정책에 동참해 달라'고 요구한 것과 관련해 "중국이나 미국 중 한쪽을 선택하라는 게 아니다"라며 "선택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결국 어느 쪽을 신뢰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의 우방국들이 민주주의와 인권, 투명성, 지식재산권 보호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이라는 점을 거듭 설명했다.

    "의료장비·전략물품 공급망 만들어보자"

    크라크 차관은 EPN을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로 우한코로나 대처 경험을 들었다. 그는 우한코로나 확산 초기에 마스크 등 의료 전략물품 확보가 어려웠다는 점을 상기하며 "예를 들면 의료 장비와 식량, 안보 관련 물품들의 공급망 확보를 위해 협력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중국은 미국기업인 3M이 중국에서 생산한 마스크를 수출금지해 미국과 갈등을 빚었다. 이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M 등 의료용품 생산 기업 4곳을 강제 복귀시키는 법안을 지시하기도 했다. 

    크라크 차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중국이 공격적인 행보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홍콩 통제 강화, 인도와의 국경 분쟁, 남중국해에서의 영향력 확대 등을 거론했다. 이어 "우리가 왜 이 수많은 국가들과 EPN을 형성하려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소중한 관계" 삼성 추켜세워 … 화웨이 대체기업으로 인식

    크라크 차관은 중국 화웨이를 대체할 기업으로 삼성전자를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세계 3대 5세대(5G) 관련 기업 중 하나이며 가장 발달한 반도체 생산업체다. 미국에도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는 훌륭한 기업"이라고 삼성전자를 추켜세우며 "이런 관계를 미국은 소중히 여기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와 관련, 동아일보는 "미국이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상황인 만큼 5G에 강한 삼성과의 관계는 돈독히 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中, '홍콩 안전법' 지지하라며 HSBC 협박… "세계가 질렸다"

    크라크 차관은 최근 중국이 최근 영국 HSBC은행에 대해 보복 위협을 한 것에 대해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영국을 돕기 위해 무엇이라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한 것을 소개하며 "이것은 우리의 파트너인 한국에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최근 위협을 강화하며 '보복의 각본'을 되풀이하려 하고 있고 전 세계는 이런 보복에 질렸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간담회가 1시간가량 진행됐으며, 이 자리에서 크라크 차관은 ▲ 나스닥의 중국 상장기업 규제 ▲ 미국 공적연금의 중국 투자 중단 ▲ 5G 분야에서 화웨이 제재  ▲ EPN 구축 등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대중 경제정책들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