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도 '김정일 후계자' 작업 때 '당 중앙' 호칭 지시… 통전부-노동신문, 김여정 담화 즉각 인용
  • ▲ 김여정. 김정은과 김여정의 관계는 1970년대 김일성과 김정일처럼 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여정. 김정은과 김여정의 관계는 1970년대 김일성과 김정일처럼 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북한에서는 김여정의 담화를 각계각층이 인용하는 등 마치 ‘최고존엄의 교시’처럼 떠받든다. 김정은이 김여정을 ‘당 중앙’이라고 부르라는 지시가 그 배경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김정은 “김여정을 당 중앙이라 부르라” 선전선동부에 지시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후계자를 ‘당 중앙’이라고 부른 사례는 과거에도 있다. 1974년 김일성이 김정일을 공식 후계자로 지정할 때 붙인 명칭이 바로 ‘당 중앙’이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김여정을 앞으로 '당 중앙'이라 부르라”는 지시가 지난 5월24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가 열린 며칠 뒤 선전선동부 작가들에게 하달됐다는 내부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이어 “이는 최근 북한 각계각층이 김여정의 담화를 인용하는 이유를 알 수 있게 해 준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모든 매체에는 선전선동부가 관여한다. 과거 김일성에 의해 후계자로 지명받은 김정일이 “교시는 수령이, 실행은 당 중앙이 한다”는 체계를 세운 것처럼, 김정은과 김여정이 비슷한 체계를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김여정을 ‘당 중앙’이라 부르라고 했다는 지시가 내려온 뒤 북한 선전매체들이 바로 그 호칭을 사용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라고 부른다. 조만간 ‘당 중앙’이라는 표현이 나올 것”이라고 김 대표는 내다봤다.

    김여정을 김정은의 후계자로 세우려는 작업은 이미 1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김 대표는 주장했다. 그는 “북한 내에서 김여정을 백두혈통이자 김정은의 누이로 후계자라고 계속 선전했기 때문에 외부세계에서 상상하는 것과 같은 반발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 지난 5월 24일 노동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당시 김정은과 각군 수뇌부의 모습.
    ▲ 지난 5월 24일 노동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당시 김정은과 각군 수뇌부의 모습. "김여정을 당중앙이라고 부르라"는 지시는 이 회의가 열리고 며칠 뒤에 내려왔다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여정 ‘대북전단 비난’ 담화, 북한 각계각층 인용

    이를 뒷받침하듯 최근 북한의 움직임은 특이하다. 지난 4일 김여정이 내놓은 대남비방 담화를 각계각층이 인용하며 전면적인 대남비방에 나선 것이다.

    먼저 지난 5일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나섰다. 통전부 대변인은 “김여정이 대남사업을 총괄한다”면서 “대남사업부문에서 김여정이 담화에 지적한 내용을 실무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검토사업을 착수하는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6일에는 평양시 청년공원야회극장에서 ‘청년학생들의 항의군중집회’가 열렸다. 집회 첫 순서는 김여정의 대남 담화 낭독이었다. 노동신문은 6일과 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담화를 접한 각계의 반향”이라며 북한 노동당 고위간부와 주민들의 대남비방 기고문을 실었다. 이들 또한 기고문에서 김여정의 담화를 인용했다.

    북한에서 각계각층이 인용해 선전물을 내놓고, 군중집회에서 낭독까지 할 정도의 담화는 지금까지 최고지도자의 교시밖에 없었다. 즉, 현재 북한에서는 김여정의 대남 담화를 김정은의 교시처럼 취급하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김정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정은 “화학산업 육성, 평양시민 생활보장”…대남비방에는 침묵

    북한 노동신문은 8일에야 김정은의 동정을 전했다. 지난 5월24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한 이래 2주 만에 등장이다. 신문은 “김정은이 지난 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회의를 주재했다”고 전했다. 회의에는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들이 참석했다.

    김정은은 회의에서 화학공업 육성을 위한 과제를 제시하고, 국산 원자재를 토대로 한 다양한 생산체계 구축, 국가적 과학연구역량 강화, 인재양성을 강조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어 평양 시민들의 생활 향상을 위해 주택 건설 등의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대남비방과 관련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