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궈위 “이번 투표는 부정선거”…반중감정 강해져‘한류’ 등에 업었던 친중세력들 위기
  • ▲ 한궈위 대만 가오슝 시장.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궈위 대만 가오슝 시장.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때 ‘한류(韓流)’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한궈위(韓國瑜·62) 대만 가오슝 시장이 탄핵 당했다. 한궈위 시장은 친중파로 유명했다. 대만에서 광역시장이 주민투표로 탄핵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6일 진행된 한궈유 시장 탄핵 주민소환투표에서 찬성이 97%를 넘었다고 대만 국영 중앙통신, 연합보 등이 보도했다. 투표인수 96만9259명 가운데 한 시장 탄핵 찬성은 93만9090명, 반대는 2만5051표, 무효표는 5118표 나왔다고 대만 매체들이 전했다.

    대만에서는 주민소환투표에서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고, 유권자의 4분의 1 이상이 찬성하면 주민소환이 성립한다. 가오슝의 전체 유권자는 229만9981명, 그 4분의 1은 57만4996표다.

    한 시장은 6일 오후 5시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이번 탄핵은 부정선거였다”며 “투표를 하지 않은 130만 가오슝 시민께 감사드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음 시장이 가오슝을 더욱 발전시키기를 바란다”고 밝혀 탄핵 이의 제기 소송은 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대만에서는 선거법원에 탄핵 이의소송을 제기하면 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보궐 선거가 열리지 않는다.

    한 시장은 2018년 11월 지방선거에서 큰 바람을 일으키며 국민당의 대승을 주도했다. 당시 대만 매체들은 이를 ‘한류’라 불렀다. 그의 극성 지지자들은 ‘한펀’이라 불렸다. 지난 1월 총통 선거에 한 시장이 국민당 후보로 도전하는 데도 ‘한펀’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었다.

    그는 친중파였다.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 이후 중국 공산당이 대만까지 위협하면서 반중감정이 점점 커졌다. 지난해 11월에는 호주와 대만에서 “중국 간첩이 친중파 총통 후보에게 선거자금을 지원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반중감정에 총통 선거 개입이라는 악재에다 ‘한펀’들이 곳곳에서 반대파를 매도하고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

    가오슝 시민들의 경우 이미 지난해부터 “한 시장이 총통 선거에 집중하느라 시정을 돌보지 않았다”며 탄핵을 추진했다. 한 시장은 총통 선거에서 패배한 뒤 인기를 크게 잃었고, 결국 탄핵 당했다. 그의 탄핵과 함께 국민당 일부를 중심으로 한 대만 내 친중 세력도 위기에 빠지게 됐다.

    이번 탄핵 결정에 따라 한 시장은 늦어도 6월 12일 가오슝 시장을 그만 두게 된다. 빈 자리는 대만 정부에서 보낸 권한 대행이 맡게 된다. 대만 매체들은 한 시장의 임기가 아직 2년 이상 남아 있어 오는 9월 이전에 보궐선거가 열리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