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사전투표-본투표 '표심' 정반대… ②63% 대 36%, 획일적 득표율… ③득표수 같은 후보가 9쌍
  • ▲ 지난 15일 서울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 유권자들이 
줄을 서 있다.ⓒ박성원 기자
    ▲ 지난 15일 서울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 유권자들이 줄을 서 있다.ⓒ박성원 기자
    4·15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가운데, 사전투표 결과를 둘러싼 부정 의혹이 보수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수도권지역에서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사전투표 득표율이 63 대 36으로 일치한다는 것이 우선적으로 제기된 의혹이다. 

    사전투표와 본투표의 득표율 차이가 지난 20대 총선 때보다 훨씬 벌어졌다거나 사전투표함 보안문제도 제기됐다. 이들 의혹과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다.

    의혹1. "획일적 득표율 63% 대 36%... 국가기관이 몇 군데라도 검증해야"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보수 유튜버를 비롯한 네티즌들이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사전투표 득표율에서 일정한 흐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먼저 서울·인천·경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통합당 양당 후보의 사전투표 득표 수를 모두 합하면 세 지역 모두 민주당이 63%, 통합당이 36%를 득표했다.

    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결과를 확인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선관위는 보도자료에서 "서울·인천·경기지역 사전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후보들만으로 계산한 득표비율은 서울 평균 63.95 대 36.05, 인천 평균 63.43 대 36.57, 경기 평균 63.58 대 36.42"라고 밝혔다.

    강규형 명지대학교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누가 봐도 이상한 결과인데 적절한 검증 없이는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며 "의혹이 더 확산하는 것을 막기에 앞서 국가기관이 나서서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이어 "우연의 일치가 반복적으로 일어난 결과에 대해 몇 군데 투표함만이라도 검증해야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혹2. 사전투표 vs 본투표, 10%p 이상 득표율 차이... 전문가 "불가능에 가까운 일"

    인천범시민단체연합(범시련)은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나 당시 새누리당의 사전투표와 당일 투표(본투표)의 득표 비율이 대부분 지역에서 1~2%정도, 가장 차이가 많이 나는 지역이 6% 수준으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며 "반면, 이번 총선에선 (수도권) 거의 모든 지역에서 10% 이상, 대부분이 11~13% 차이"라고 주장했다.

    본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현황을 통해 확인한 결과, 서울 동작을 선거구의 경우 나경원 통합당 후보는 사전투표 득표율이 37.2%였고, 본투표 득표율이 50.1%였다. 12.9%의 차이다. 광진을의 경우 오세훈 통합당 후보는 사전투표 득표율이 40.1%였고, 본투표 득표율은 52.5%였다. 12.4%p 차이다. 

    통합당 후보가 승리한 용산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권영세 통합당 후보는 사전투표에서 39.5%를 얻었고, 본투표에서 53.2%를 얻었다. 13.6%p 차이다.

    통합당 후보의 사전투표 득표율과 본투표 득표율 차가 10~13% 정도로 일정하게 벌어진 것 외에도, 본투표 표심과 사전투표 표심이 전혀 달랐다는 점에도 의혹이 제기된다. 

    본투표만 놓고 보면 서울 중-성동을에서는 지상욱 통합당 후보가 52.2%로 앞섰다. 영등포을에서는 박용찬 통합당 후보가 49.4%로 43.5%의 김민석 민주당 후보보다 6%p 많았다. 양천갑에서도 송한섭 통합당 후보가 49.7%로 45.8%의 황희 민주당 후보에게 앞섰다. 모두 사전투표에서 큰 표 차로 뒤져 패하고 말았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지역인 서울 종로의 경우는 사전투표에서 이낙연 민주당 후보가 65.5%를, 황교안 통합당 후보가 32.0%를 득표했다. 33%라는 큰 차이로 이낙연 후보가 앞선 것이다. 그런데 15일 본투표 당일에는 이낙연 후보가 49.8%, 황교안 후보가 46.8%로 3%p 차이에 불과했다. 

    서울 중-성동갑의 경우에도 사전투표에서는 홍익표 민주당 후보가 59.8%, 진수희 통합당 후보가 32.8%를 얻어 27%p의 차이로 벌어졌다. 본투표에서는 홍 후보가 48.4%, 진 후보가 45.3%로 역시 3%p 차에 불과했다.

    가장 특이한 현상은 인천 연수을 사전투표 득표 분포에서 나타났다. 이 지역에 출마한 정일영·민경욱·이정미 후보는 관외 사전투표에서 각각 47.7%, 34.4%, 16.0%를 얻었다. 관내 사전투표에서는 각각 48.3%, 34.7%, 16.2%를 얻었다. 관외와 관내 사전투표에서 크게 유사한 득표율 분포가 나타난 것이다.

    이와 관련, 통계물리학을 전공한 박영아 명지대 물리학교 교수는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민주당 후보는 전남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 지역에서 그 (사전) 득표율이 (당일 득표율보다) 10%가량 모두 높았고, 통합당 후보는 반대로 사전득표율이 당일 득표율보다 모두 10%가량 낮았다"며 "제3당이나 무소속은 높기도 하고 낮기도 했는데, 이게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이어 "투표자의 행위를 통계적으로 해석할 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 역시 선거 결과로 드러난 수치만 봤을 때 통계적으로 특이한 현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계량경제학 전문가인 라 원장은 수도권 다수 지역구에서 민주당과 통합당 후보의 사전투표 득표율 차가 10~13%로 일관되게 나오는 것이 특이한 점이라고 말했다. 라 원장은 23일 본지와 통화에서 "나와 있는 사전투표 득표 수치는 이상한 면이 있다. 물론 조작했다는 확신은 없지만, 적어도 겉으로 드러난 수치는 통계적 측면에서 특이한 건 맞다"고 말했다.

    라 원장은 이어 "사전투표 조작이 있었다면 프로그래머가 개입했다는 말 아닌가. 프로그램화된 것이라면 통계기법 중 '최대우도법'이라는 측정법을 활용할 때와 유사한 현상을 보이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최대우도법은 '원하는 값이 나올 확률을 최대로 만드는 파라미터를 선택하는 방법'이다.

    중앙선관위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당의 득표 비율은 유권자의 의사가 반영된 결과로 지역별로 나타난 투표 결과의 원인을 설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득표 비율만으로 그것이 선관위가 사전투표 결과를 조작했다는 어떠한 근거도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선관위는 또 "투표 결과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할 수는 있으나, 유권자의 투표에는 정치·사회적으로 미치는 변수가 다양하므로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혹3. "CCTV 없이 사전투표함 수일간 보관... 이런 일 때문에 의혹 더 불거져"

    범시련은 또 "CCTV도 없는 장소에 사전투표함이 4일 이상 보관됐고, 여러 지역구에서 사전투표함 봉인지의 참관인 사인 필체가 바뀌었다"며 보안 의혹을 제기했다. 선관위는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선관위는 22일 보도자료에서 "관내 사전투표함 보관 상황이 녹화된 CCTV 영상을 보관하고 있다"며 "관외 사전투표함은 보안경비 시스템이 설치된 장소에 보관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선관위 공보과 관계자는 "CCTV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는 정보공개청구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강규형 교수는 "이런 것들이 의혹을 더 불거지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국민이 불안해 하는 요소들을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혹 제기가 거세지는 것과 관련, 보수시민사회에서는 자중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회정의를바라는전국교수모임(정교모) 공동대표를 맡은 최원목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는 23일 본지와 통화에서 "투표함 관리 부실 등 드러난 문제들은 바로잡는 게 필요하지만, 선거부정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으로 비쳐질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어 "지금 보수사회는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개혁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혹4. "관외 사전득표 수가 똑같은 통합당 후보가 9쌍... 이럴 수가 있나"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포되는 의혹 중 또 하나는 관외 사전득표 수가 같은 통합당 후보가 9쌍 나왔다는 점이다. 통합당의 이양수 후보는 강원도 양양군 관외 사전투표에서 661표를 얻었고, 김경안 통합당 후보가 전북 익산에서 역시 661표를 얻었다. 정찬민 통합당 후보가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서, 유의동 통합당 후보는 평택을에서 똑같이 4850표를 얻었다. 또 김용태 통합당 후보는 광명을에서, 배준영 통합당 후보는 인천 강화군에서 같은 1980표를 얻었다.

    이밖에도 주광덕(경기 남양주병)-김석기(경북 경주) 4725표, 신상진(경기 성남중원)-김웅(서울 송파갑) 4220표, 이필운(경기 안양 만안)-구상찬(서울 강서갑) 3560표, 하영제(경남 사천)-김명연(경기 안산 단원갑) 2070표, 허용범(서울 동대문갑)-김기현(울산 남을) 3713표, 정동만(부산 기장)-신범철(천안 동남) 3321표 등 총 18명 9쌍에 이르는 통합당 후보의 관외 사전투표 득표 수가 같았다.

    이 같은 현상에 라 원장은 "이런 수치는 프로그래밍의 흔적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우연의 일치로 보는 것이 합당할 것 같다"고 말했다. 라 원장은 ‘20대 총선 관외 사전투표에서도 새누리당 후보끼리 같은 득표를 얻은 경우가 있다’는 본지의 지적에는 “그렇다면 더더욱 우연의 일치”라고 답했다.

    선관위 "모든 자료 공개 의향… 무모한 의혹 제기에는 강경대응"

    한편, 선관위는 근거 없는 의혹 제기에는 강경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선관위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국회의원선거에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모든 자료를 공개할 의향이 있음을 알려드린다"며 "아울러 정확한 근거 없이 무모한 의혹만으로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사회 분위기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해서는 무거운 법적·사회적 책임을 져야 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하며, 이러한 행위가 계속될 때에는 당사자 및 관련자 고발 등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