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코드 쓰면 어느 후보-정당 선택했는지 확인 가능" 국회도 지적… 선관위 "아니다" 부인
  •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가 끝난 지난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선거관계자들이 사전투표용지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가 끝난 지난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선거관계자들이 사전투표용지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4·15총선 사전투표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사전투표용지에 선거법에서 규정한 바코드 대신 QR코드를 사용한 게 논란이 됐다. 공직선거법은 사전투표용지에 바코드를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또 관외 투표함을 봉하지 않은 채 우체국으로 옮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의 항의가 나왔다. 법조계는 "선관위의 안이한 대처와 입법을 등한시한 국회가 논란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지난 10, 11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4·15총선 사전투표는 역대 최고인 26.69%를 기록했다. 

    선관위는 다가오는 총선 사전투표용지에 바코드 대신 QR코드를 사용했다. 하지만 선거법 제151조 6항은 "투표용지에 인쇄하는 일련번호는 바코드(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한 막대 모양의 기호를 말한다)의 형태로 표시하여야 하며, 바코드에는 선거명·선거구명 및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명을 함께 담을 수 있다"고 규정했다. QR코드 사용 논란이 인 배경에는 일각에서 QR코드를 통해 어느 후보와 정당을 선택했는지 등 정치성향이 담긴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2018년 국회서도 문제제기…"현행법에 부합하지 않아"

    앞서 국회에서도 QR코드 관련 문제점이 제기됐다. 2018년 8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발행한 '2017회계연도 행정안전위원회 소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결산 예비심사 보고서'는 "현행 공직선거법 제151조는 사전투표용지의 일련번호를 막대 모양의 기호로 표시하도록 규정했지만 선관위는 QR코드를 인쇄해 표시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는 현행법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도 짚었다. 

    보고서는 특히 "제7회 6·13지방선거 당시 한 네티즌이 사전투표지 QR코드 사용에 따른 의문을 제기한 글을 게시하자 선관위가 이 글이 선거자유방해죄에 해당한다며 게시자를 고발하고 게시글을 삭제 조치했다"고도 밝혔다.
  •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지난 2018년 10월에 내놓은 '2017회계연도 중앙선관리위원회 소관 세입·세출 결산 및 예비비지출 승인의 건' 보고서는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지난 2018년 10월에 내놓은 '2017회계연도 중앙선관리위원회 소관 세입·세출 결산 및 예비비지출 승인의 건' 보고서는 "사전투표 투표지 QR코드 표시가 공직선거법이 규정하는 바코드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회 홈페이지 캡쳐
    이런 일은 4·15총선 사전투표에서도 재연됐다. 선관위는 지난 2일 "사전투표용지에 인쇄되는 QR코드에 선거인 개인정보가 담겨,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한 유튜버 4명을 선거자유방해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QR코드도 바코드의 한 종류"라며 "사전투표용지에 표기되는 QR코드에는 일련번호와 선거명·선거구명·관할위원회명 외에는 개인정보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의 산업공학과 교수는 "QR코드와 바코드는 기술분류 규격과 명칭이 전혀 다르다"며 "QR코드는 최소단위가 흑백의 정사각형으로 투표용지에 사용된 것은 막대 모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행안위 소속 한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바코드를 사용하라는데도 선관위가 굳이 법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QR코드를 이용할 이유가 있느냐"며 "법대로 바코드를 사용하면 이런 논란 자체가 차단될 텐데 왜 그러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관외 투표용지, 밀봉되지 않은 채 우체국으로 이동

    시민단체들은 사전선거에서 관외 투표용지가 밀봉되지 않은 채 우체국으로 이동되는 것도 문제삼고 나섰다. 유튜브 채널인 공정연신상민TV는 지난 11일, 사전투표가 종료된 후 경기도 용인 수지선관위 사무실에서 우체국으로 이동하는 관외 투표지들이 "밀봉도 이뤄지지 않은 채 이송됐다"며 "투표용지를 바꿔치기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 ▲ 공정연신상민TV에서 지난 11일 사전투표 종료 후 선관위에서 우체국으로 이송되는 모습을 찍은 영상. 관외 투표봉투가 노란 상자에 담겨 우체국 차량에 실리고 있다. ⓒ유튜브 캡쳐
    ▲ 공정연신상민TV에서 지난 11일 사전투표 종료 후 선관위에서 우체국으로 이송되는 모습을 찍은 영상. 관외 투표봉투가 노란 상자에 담겨 우체국 차량에 실리고 있다. ⓒ유튜브 캡쳐
    이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한 공정시민연대는 "투표용지가 밀봉도 되지 않은 채 소쿠리에 담겨 이동되고 있다"며 "경찰 1명과 우체국 직원만 우체국 차에 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체국에 도착한 관외 투표용지를 분류하는 작업을 보겠다고 주장하며 우체국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기도했다. 우체국 직원들은 "우체국은 보안시설"이라며 이들의 출입을 제지했다.

    이와 관련, 선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관외 투표의 경우 등기 우편봉투에 넣어 밀봉한 상태로 투표함에 넣기 때문에 봉투마다 바코드가 찍혀 관리된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 A씨는 "선거법에 관내 투표나 당일 투표는 절차가 까다롭게 명시된 것과 달리 관외 투표는 단순히 투표자 수를 계산하고 우체국장에 인계해 등기우편으로 보낸다고만 돼 있다"며 "선관위의 안이한 투표용지 이송과, 국회가 이 같은 절차를 제대로 법에 반영하지 못한 전형적인 입법 미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