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전 원장 "조민 증명서 허위" 주장…대법원 판례, 입학 때 허위문서 제출 시 유죄
  • ▲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 부부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 KT·강원랜드 채용비리 등 입시, 채용비리 주요 재판들이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정상윤 기자
    ▲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 부부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 KT·강원랜드 채용비리 등 입시, 채용비리 주요 재판들이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정상윤 기자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 부부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와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시 및 학사 비리. 두 사건에는 공통적으로 '업무방해죄'가 적용됐다. 입시·채용비리가 해당 학교 입학담당관, 학사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다.

    '입시·채용비리 단골메뉴' 업무방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속임수)를 사용하거나, 위력을 사용해 타인 혹은 법인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이 업무방해죄다. 법원은 지금까지 허위 문서를 제출한 입시비리에 업무방해죄를 엄격히 적용했다. '업무담당자가 신청인이 제출한 허위 자료를 충실히 심사했음에도 허위인지 몰랐다면, 이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것(2008도6950, 2002도2131)이 대법원 판례다. 대법원은 업무를 방해할 위험성만 있어도 처벌할 수 있다(2017도19499)고 판단했다.

    정경심씨 재판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쟁점이었다. 지난 8일 정씨의 9차 공판에 증인으로 선 이광렬 전 K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 소장은 '조민 씨의 인턴 수료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발급할 권한이 있는 사람은 정병화 전 소장"이라고 밝혔다. 이광렬 전 소장은 조 씨가 2011년 KIST 인턴으로 일했다는 확인서를 정 전 소장의 승인을 받지 않고 정경심 씨의 요구대로 발급해줬다.

    이광렬 "조민의 KIST 인턴 확인서, 연구원 공식 문서 아니다"

    검찰에 따르면 KIST 관련 조씨의 인턴 확인서는 3가지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이 전 소장이 2013년 발급해줬다는 확인서를 제외한 나머지 두 개의 확인서가 더 있다는 것이다. 이들 두 확인서는 서울대 의전원·차의대에 제출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 ▲ 사문서위조 등 혐의를 받는 정경심(사진) 교수. ⓒ정상윤 기자
    ▲ 사문서위조 등 혐의를 받는 정경심(사진) 교수. ⓒ정상윤 기자
    이 전 소장은 이에 대해 "(서울대에 제출된 확인서처럼) 이렇게 수정해 준 사실도 없고, 수정해도 된다고 사전 혹은 사후에 승낙해 준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정 전 소장은 지난 3월18일 6차 공판에서도 "(조씨의 확인서는) 내가 발급해 준 것도 아니고, KIST의 공식 문서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입학사정담당관, 인사담당자에게 오인·착각 일으켰는지 중요"

    법률사무소 '신록'의 강태근 변호사는 "입시나 채용 때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면 업무방해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입학사정담당관, 인사담당자 등 직원들로 하여금 오인이나 착각을 일으켰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이들의 업무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었다.

    강 변호사는 "허위자료임을 알고도 입시·채용 때 제출했다면 법원은 이것만으로도 업무방해를 인정해 왔다"며 "만일 증명서 등 서류를 발급한 사람이 '나는 몰랐다' '내가 발급한 것이 아니다'라고 한다면, 허위자료를 제출한 사람은 문서위조 및 행사, 업무방해 등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허위 증명서, 발급권자가 실제 발급한 것인지 여부가 위법 기준"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강민구 변호사는 "(위조서류를 사용한) 업무방해죄가 인정되려면 허위로 제출한 증명서 원본 여부와 상관없이, 원본이든 사본이든 그 증명서 발급 명의자가 실제로 발급해줬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입시비리에서 논란이 되는 '증명서 위조'는 그 내용이 아니라 발급자 명의의 진정성 여부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발급 권한을 가진 사람이 문제의 증명서를 발급했는지, 그 발급 명의자가 도장을 찍었는지가 중요하다"며 "위계, 위력, 혹은 허위사실 유포 등 이 세 가지 중 한 가지라도 해당된다면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고 강 변호사는 강조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업무방해죄를 범한 사람은 형법314조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