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들과 대화 없어" 허영 해명은 거짓…'진저팀' 제안 10일 뒤 "동지들 고맙습니다" 글 올려
  • ▲ 더불어민주당 춘천시지역위원회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 대화 내용 재구성.
    ▲ 더불어민주당 춘천시지역위원회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 대화 내용 재구성.
    허영 더불어민주당 춘천-철원-화천-양구갑(춘천갑) 후보가 당원 등 152명이 참여한 민주당 춘천시지역위원회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김진태 미래통합당 의원에 대한 규탄운동에 함께해달라"고 당원들에게 직접 요청한 사실이 8일 확인됐다. 

    앞서 이 단톡방에서는 허 후보의 경쟁상대인 김진태 미래통합당 후보의 낙선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진저팀(진태저격팀)'이 결성된 사실이 7일 본지 보도를 통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단독]"김진태 떨어뜨리자" 민주당 '진저팀' 적발… 허영 후보도 '멤버' 배후조종 의혹

    해당 단톡방 회원들은 친북성향의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과 연대해 김 후보의 낙선운동을 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허 후보도 이 단톡방 회원이다. 낙선운동을 직접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허 후보는 "당원들과 직접 대화를 주고받은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이 같은 허 후보의 해명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단톡방 수천 개... 내용 몰랐다" 해명도 거짓

    허 후보는 '진저팀'의 존재와 관련해서도 "수천 개의 단톡방이 있어서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 "몰랐다"고 해명했다. '진저팀'은 해당 단톡방 회원 김모 씨가 지난 3월11일 "진저팀을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처음 존재가 드러났다. 

    허 후보는 열흘 뒤인 3월21일 "당원동지 여러분 고맙습니다"라는 글을 이 단톡방에 남겼다. 허 후보가 '진저팀' 결성 논의가 이뤄진 뒤 단톡방에 직접 글을 남긴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가 '진저팀'의 존재를 사전에 인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졌다.

    2년 전부터... 단톡방-오프라인 행사 주도한 듯

    본지가 단독입수한 민주당 춘천시지역위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의 대화 내용, 2년치 전문(2018년 4월14일~2020년 4월3일)을 분석한 결과, 허 후보는 2018년 4월16일 오전 8시42분 "모두 멋진 한 주 보내세요. 으랏차차 홧팅합시다!"라고 올렸다. 이튿날인 2018년 4월17일 오후 4시35분에는 "후원의 밤 행사가 있으니 번개처럼 와서 마음을 함께해주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허 후보가 적극적으로 오프라인 모임을 주도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그는 2018년 4월27일 남북정상회담 합의가 발표되자 오후 6시38분 "오늘 남북정상회담 역사적 합의 기념 번개를 할까요?"라고 모임을 제안했다. 이후 오후 6시42분에는 "어디가 좋을까 제안주시면 좋겠습니다", 오후 7시15분에는 "퇴계동 XXX장터로 오세요. 먼저 먹고 있겠습니다"라고 알렸다.

    또 2018년 5월16일 오후 7시35분에는 당원들이 당시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단체장 여론조사 결과 내용을 단톡방에 공유하자 "여론조사 보도를 인용해서 페북이나 SNS 할 때는 조심하셔야 합니다. 화면을 캡춰(캡처의 오기)해서 바로 올리거나 여론조사기관과 조사방법 등을 상세하게 병기하지 않으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텔레그램 방 새로 만들자" 사실상 카톡방 주도 

    특히 허 후보는 6·13지방선거가 끝난 직후인 6월15일 오전 9시9분 "특히 저와 특정 사람 카톡 내용을 캡처해서 자한당 관계자에게 전달하여 공격당하게 만드는 일이 선거 기간 생겼다"면서 새로운 방을 다시 만들 것을 제안했다. 

    허 후보는 8분 뒤인 이날 오전 9시17분 "텔레그램이라는 메신저를 대부분 쓰시지 않나요?"라며 텔레그램 방을 새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에 당원들이 "자한당스런 인간이 이 방에 있다니"라고 답하자 허 후보는 "다시 방을 만들 때까지 당분간 이 방을 계속 유지하며 소통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안이 만들어지면 공지 드리겠습니다"라고 고지했다. 허 후보가 사실상 이 단체 카톡방 운영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선배님" 부르면서... '진저팀' 결성 주도 인물과 직접 대화

    허 후보가 4·15총선을 앞두고 김진태 후보의 낙선운동이 목적인 '진저팀' 결성을 주도한 김모 씨와 직접 대화를 나눈 사실도 새롭게 포착됐다. 

    김씨는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선거운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해 논란이 된 대진연과 연대해 김 후보의 선거 방해 운동을 실질적으로 이끈 인물이다. 앞서 김씨는 지난 3월11일 오후 8시57분 단톡방에 "진저팀을 만들면 어떨까요?^^"라는 글을 올려 '진저팀' 결성을 제안했다. 

    허 후보는 2018년 6월17일 오전 11시25분 김씨를 "김00 선배님"이라고 콕 집어 지칭하며 "조금은 너른 이해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전체 당원들에 대한 메시지는 지역위원장인 저도 아직 못 보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2018년 7월8일 오후 9시42분에 다시 김씨를 "김00 선배님"이라고 부르며 "시장에 대한 검찰 기소의견 송치 건은 시청에서 대응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입장이 나오면 당원들에게 공지하겠습니다"라고 전했다. 

    민주당 춘천갑 후보로 공천받은 날 "고맙습니다"

    2018년 12월28일에는 김모 씨가 "허영 위원장에게 묻는다. 춘천시지역위 공식 송년회가 없어 아쉬웠던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27일 송년회를 준비하면서 확인한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질의드린다"고 하자, 허 후보는 오후 5시15분에 "이미 송년회를 모든 당원분들께 공지하지 못하고 열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라고 답했다. 허 후보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김씨와 이 단톡방에서 대화를 나눴다.

    허 후보는 특히 '진저팀' 결성 제안이 처음 나온 지 열흘 뒤인 지난 3월21일 오후 8시43분 "당원동지 여러분 고맙습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날은 허 후보가 민주당 춘천갑 후보로 공천된 날이다.
  • ▲ 허영 민주당 춘천갑 후보. ⓒ뉴시스
    ▲ 허영 민주당 춘천갑 후보. ⓒ뉴시스
    단톡방 회원들에게... '김진태 규탄시위' 참여 독려

    허 후보가 4·15총선 1년여 전부터 김 후보의 지역활동을 방해한 정황도 나왔다. 허 후보는 2019년 2월13일 오전 9시10분 단톡방에 글을 올려 "오늘 11시 김진태 사무실 앞에 많이 오셔서 강원에 사시는 5월 유공자이자 첫 시민들의 행동에 함께해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공지했다. 이에 당원들은 "참가하겠다"며 호응했다. 이날 '강원지역 5·18민주화운동 동지회'가 연 '김진태 의원 5·18 민주화운동 공청회 발언 관련 사퇴촉구 시위'에 허 후보가 직접 단톡방 회원들의 참여를 독려한 것이다. 

    민주당 춘천시지역위 소속 당원들은 허 후보의 4·15총선 출마가 유력해지자 지난해 3월부터 '김진태 추방운동'을 본격적으로 결의했다. 

    민주당 춘천지역위 소속 당원 신모 씨는 2019년 3월28일 오후 1시51분 "김진태추방범시민운동본부가 이번 주에도 명동에서 '김진태 추방 서명전'을 이어갑니다"라는 글을 단톡방에 올렸다. 이에 서모 씨는 "전 당원 전원 나오게 하고 꽹과리도 두드리고 확실하게 한번 하자"고 부추겼다. 

    이후 윤모 씨가 오후 6시5분 "허 위원장은 다음 총선 출마 예정자로서 낙선운동으로 선거법 저촉이 될 수 있어 참석을 못하는 점 이해 부탁드립니다"라며 허 후보자의 불참을 공지했다. 이는 허 후보가 이 단톡방에서 벌어지는 행위가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선거법 저촉될 수 있다" 양해 구해... 위법 사실 알고 있었나?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는 8일 본지의 '진저팀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선거 테러, 선거 방해 행위"라고 규탄했다. 

    통합당은 "이쯤 되면 잘 짜인 한 편의 사기 조작극을 보는 느낌마저 든다"며 "이 단체방에는 허영 민주당 후보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허 후보는 그저 '단톡방이 많아 확인하지 못했다'는 무책임한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허 후보와 관련해서는 "정말 몰랐다면 무책임한 정치의 표본이고, 알고도 묵인했다면 선거 방해의 공범이며, 그럴 리 없겠지만 행여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고 직접 진두지휘했다면 민주주의 파괴자일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선관위와 수사기관은 민주당의 조직적이고 파렴치한 선거 방해 모의에 대해 신속하고도 엄중한 수사를 하라"며 "허영 후보는 위법 여부에 따라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은 물론,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