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반일 코드' 내세우는데… 선관위 "보편적 내용으로 선거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판단
  • 친문 지지자가 중심이 된 시민단체가 '투표로 100년 친일 청산하자'는 현수막을 서울 도심에 30여개 내걸었다. ⓒ광화문촛불연대 페이스북 캡쳐
    ▲ 친문 지지자가 중심이 된 시민단체가 '투표로 100년 친일 청산하자'는 현수막을 서울 도심에 30여개 내걸었다. ⓒ광화문촛불연대 페이스북 캡쳐
    다가오는 총선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총선은 한일전' 같은 문구의 현수막은 불가능하지만 '투표로 친일청산' 같은 문구는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극성 친문 지지자들 중심으로 최근 온라인에서 '총선은 한일전'이라는 선거구호가 등장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유사한 총선전략 지침을 전국 지역구에 하달한 가운데 나온 선관위의 이 같은 결정에 비판의 소리가 높다. 

    지난달 31일부터 서울 지역 곳곳에 '투표로 100년 친일 청산, 투표로 70년 적폐 청산' 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친문 지지자 중심으로 구성된 '광화문촛불연대'와 '국회국산화운동본부' 등 시민단체가 광화문과 종로 일대에 이 같은 현수막 30여 개를 내걸었다. 

    '반일'은 민주당 선거전략인데… 선관위는 "투표 독려"

    선관위는 이 같은 현수막 게재가 가능하다는 견해다. 선관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시민단체에서 유권해석을 요청해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떠오르게 하지 않고 보편적 내용으로 투표를 독려하는 현수막이라고 해 선거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면서도 "'총선은 한일전'과 같은 문구는 특정 정당을 비판한다고 보고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현수막은 기존 온라인상에서 친문 지지자들 중심으로 '총선은 한일전'이라는 캠페인이 활발히 펼쳐지던 것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진 경우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이순신 장군과 김구 선생의 얼굴을 넣은 뒤 미래통합당을 '토착왜구'로 규정하고 "통합당을 몰아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국민 바보로 아나… 선관위 사실상 정부 하부조직화"

    게다가 '반일'은 더불어민주당의 선거전략과도 일치한다. 민주당은 지난달 31일, '21대 총선전략 홍보유세 매뉴얼'에서 이 같은 지침을 전국 후보 사무실에 배포한 바 있다. 

    민주당은 보고서에서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을 '한일전'이라고 한다"며 "통합당이 아베 정권을 옹호하고 일본에는 한마디도 못한다. 일본 정부에는 한없이 굴종적이고, 우리 정부는 비난하기에 급급하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우리 당과는 전혀 무관한 단체에서 이 같은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고, 선관위가 총선의 심판으로서 결정한 것"이라며 "시민사회에서 나오는 투표 독려를 우리 당과 연결시키는 이유가 뭐냐"고 반문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이러한 친일 청산과 같은 반일 구호에 영향받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이 같은 행태를 모두 지켜볼 것"이라며 "선관위가 헌법기관으로 위상을 올리려면 심판으로서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데 사실상 정부 하부조직화한 것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