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오제세·문석균… 무소속 늘어나자 집안단속… "내로남불" "복당 안해" 반발 거세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영구 제명과 복당 불허하겠다고 밝혔다. ⓒ이종현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영구 제명과 복당 불허하겠다고 밝혔다. ⓒ이종현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영구제명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공천에 불복해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하려는 사례가 이어지자 집안단속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이 대표 역시 지난 20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당으로 복귀한 전력이 있다. 이를 두고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던 당사자들은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6일 오후 현안 브리핑에서 "오늘 고위전략최고회의에서 중요한 당대표 말씀이 있어 전달해 드린다"며 이 대표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해찬 "공천 탈락 후 무소속 출마하면 영구제명"

    강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최고전략회의에서 "우리 당에서 출마를 준비하다 공천받지 못해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경우 영구제명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말한 '무소속 출마 시 영구제명' 원칙은 민주당 고위전략회의의 결정으로 확정됐다. 민주당은 호남지역에서 민주당 복당·입당을 거론하며 선거운동을 하는 사례와 관련해서도 향후 복당과 입당을 불허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이런 방침을 두고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표가 2016년 20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에 복귀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2016년 3월15일 컷오프(공천배제)되자마자 탈당해 세종시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이 대표는 "우리 당과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앞으로 정치에 몸담을 후배들을 생각해도 이러한 잘못된 결정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선된 지 6개월여 만인 같은 해 9월30일 민주당으로 복귀했다. 

    민주당 "이해찬 경우와 현재 공천은 달라"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과거 이 대표의 경우와 현재 민주당 공천과정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해찬 대표는 당시 중진이라는 이유와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관계 때문에 아예 공천에서 배제됐지만, 지금은 당에서 적합도 조사를 거쳐 절차대로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충북 청주 서원에서 컷오프된 오제세 민주당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복당은 무슨 복당이냐. 복당 안 한다"며 "무소속 나가는 사람에 대해 그렇게 해봐야 무슨 실효성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오 의원은 "이해찬 대표가 무소속으로 나갈 때도 김종인이 개인적으로 컷오프한 것이 아니라 당에서 한 것"이라며 "김종인 개인 이름으로 공천했다는 핑계가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는 다른 후보도 "당대표 스스로 무소속 출마해 당에 복귀했으면서 이런 '이해찬 모델'마저 할 수 없도록 막겠다는 경우가 내로남불 아니냐"며 "복당 절차에 대해서 왈가왈부한다고 잘못된 공천에 무릎을 꿇겠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민병두·오제세·문석균... 무소속 출마자 계속 늘어

    미래통합당에서도 이 대표의 '내로남불'을 향한 비판이 나왔다.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죄송한데, 4년 전 무소속으로 출마하셨는데 그걸 벌써 잊었나"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비판을 무릎쓰고 영구제명과 복당 불허 등 강경대응 기조를 택한 것은 최근 당의 상황이 그만큼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곳곳에서 민주당의 공천에 불만을 드러내며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서울 동대문을에서 3선을 한 민병두 의원이 대표적이다. 민 의원은 지난달 동대문을이 청년 전략공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컷오프됐다. 민 의원은 이르면 이번주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현역인 오제세 의원(충북 청주 서원)을 비롯해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인 문석균 후보(경기 의정부갑), 차성수 전 금천구청장(서울 금천) 등이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