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 "만취했다" 주장… 합참, 음주 측정했는지 불확실… 정경두 장관, 뒤늦게 지휘관회의
  • ▲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는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게 해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는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게 해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주해군기지가 지난 7일 소위 ‘활동가들’에게 뚫려 논란이 됐다. 그런데 지난 1월 진해해군기지도 뚫렸던 사실이 드러났다. 16일에는 경기도 소재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방공진지가 뚫렸다. 모두 언론 보도 이후 군당국이 뒤늦게 시인한 내용이다.

    1월 초, 해군 진해기지 70대 남성에게 정문 뚫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6일 오후 5시59분 기자들에게  진해해군기지와 수방사의 경계 실패 사례를 털어놨다. 일부 언론이 관련 내용을 보도한 직후였다. 진해해군기지는 잠수함사령부·해군특전단·해군교육사령부·해군군수사령부·주한미군함대지원부대 등이 있는 국가전략시설이다.

    합참에 따르면, 지난 1월3일 정오 무렵, 진해해군기지에 73세 남성 A씨가 침입했다. 침입이라고 부르기도 뭣한 것이 그냥 정문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당시 위병소에는 3명의 군사경찰이 있었다. “점심시간이면 차량들의 진출입이 빈번해 2명은 출입차량을 검사 중이었고, 1명은 전화 통화 중이었다”는 것이 합참의 해명이었다.

    기지 정문을 무사통과한 A씨는 진해해군기지 안을 1시간30분 동안 배회했다. 이후 초소에서 근무하던 병사가 발견해 붙잡았다. 해군 측은 “A씨는 정신질환을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안보지원사령부 등과 함께 절차에 따라 심문한 결과 대공 용의점은 없어 경찰에 넘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지 측은 경계가 뚫린 사실을 즉각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합참은 “긴급 수시보고 목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현장 지휘관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해군은 진해해군기지에 뒤늦게 감찰팀을 보냈다.
  • ▲ 2017년 7월 수방사 예하 방공진지를 찾은 국회 국방위 위원들(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합니다)ⓒ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7월 수방사 예하 방공진지를 찾은 국회 국방위 위원들(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합니다)ⓒ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술 취한 50대, 수방사 방공진지 철조망 밑부분 땅 파고 침입

    합참은 육군 수방사가 뚫린 사실도 털어놨다. 합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46분쯤 경기도 시흥시 수방사 방공진지에 57세 남성 B씨가 침입했다.

    수방사 장병들은 오후 12시40분이 돼서야 B씨를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 B씨는 1시간 남짓 방공진지 안을 돌아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군당국이 CCTV를 확인한 결과 B씨는 도구를 사용해 울타리 아래 땅을 파고 진지로 침입했다.

    합참에 따르면, B씨는 장병들에게 붙잡힐 당시 만취 상태였고 “산나물을 캐러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자체조사한 결과 대공 용의점이 없어 경찰에 인도했다”고 합참은 밝혔다. 그러나 B씨의 조사과정에 정보기관도 참여했는지, B씨의 음주 여부를 측정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국방장관 위기감 느꼈나…국무회의 안 가고 긴급지휘관회의

    합참이 이날 털어놓은 진해해군기지 침입사건은 지난 1월 초 발생했다. 국민을 황당하게 만든 제주해군기지 침입도 사건 발생 이틀 뒤인 9일에야 알려졌다. 육군 수방사 방공진지 침입사건도 알려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 ▲ 지난해 6월 발생한 삼척귀순 당시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6월 발생한 삼척귀순 당시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군의 경계 실패가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자 정경두 국방장관은 17일 오후 2시 긴급지휘관회의를 열었다. 정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도 참석하지 않고 지휘관들을 불렀다. 합참의장과 육·해·공군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을 불러 잇따른 부대 경계 실패를 질책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제주해군기지와 진해기지사령부, 육군 수방사 예하 방공진지에 민간인이 무단침입한 상황이 잇따라 발생한 것과 관련해 그 원인을 진단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연다”고 설명했다.

    합참 또한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다. 부대 관리 및 사후조치에 대해 정확하게 실태를 조사하고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해 6월 강원도 삼척항 목선 귀순사건으로 군의 경계태세가 엉망이라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7월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 수상한 인물이 침투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장교가 병사에게 허위자백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은 더욱 커졌다.

    8월에는 국군안보지원사령부(구 기무사령부) 철조망에 커다란 구멍이 난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때도 군당국은 “대공 용의점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군당국은 지난해 11월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어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강제북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