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C 등 전염병 전문가들 최악 시나리오… 대선 예비경선 줄줄이 연기, 의료체계 붕괴될수도
  • ▲ 16일 현재 미국 각 지역의 우한폐렴 확진자 현황. ⓒ존스홉킨스대 우한폐렴 지도 캡쳐.
    ▲ 16일 현재 미국 각 지역의 우한폐렴 확진자 현황. ⓒ존스홉킨스대 우한폐렴 지도 캡쳐.
    지난달 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주요 대학 역학전문가들이 모여 가상 시나리오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최악의 경우 미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2억1400만 명 발생하고, 사망자는 17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 “최악의 시나리오지만…2억 명 이상 감염될 수도”


    신문은 “이 시나리오는 현재 각 지자체와 주정부, 기업과 개인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연방정부도 아무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고 설명했다.

    “CDC의 시나리오는 (확진자와 사망자 등을) 인구 대비 백분율로 표시했는데, 전문가에게 요청해 간단한 전염병 확산 모델을 내용에 적용하고 숫자로 변환하자 (전염병 대응을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서는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신문은 CDC의 시나리오 모델링 전문가에게 내용을 맡겼다. 그가 만든 4개 시나리오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1억6000만~2억1400만 명의 미국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이 가운데 20만~170만 명이 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 전염 기간도 봄에 끝나는 게 아니라 1년 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중증 환자 수가 문제될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CDC의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240만~2400만 명의 미국인이 병원치료가 필요하다고 예측했다. 신문은 “미국의 입원 가능 병상이 92만5000여 개에 불과한데, 확진자의 10%가 중증 환자일 경우 (이들을 치료하지 못하면) 자칫 미국의 의료 시스템 전체가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CNN “트럼프 최측근들, 코로나-19 감염 가능성”


    미국사회는 신문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보도하기 전에 이미 공포에 사로잡혔다. 워싱턴도 피하지 못했다. CNN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미국인들의 일상생활은 거의 마비됐다”고 전했다. 방송은 특히 백악관과 의회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7일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각종 행사가 열렸는데, 그곳에서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 등 대통령 최측근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수 있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이날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일행을 초청한 만찬뿐 아니라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공화당 관계자들이 모인 오찬도 있었으며, 이방카 트럼프 선임고문은 피터 더턴 호주 내무부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우한폐렴 관련 브리핑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우한폐렴 관련 브리핑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날 행사 이후 롬니 맥다니엘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이 코로나-19 증상을 보여 미시간주 병원에서 검사받았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 또한 곧 검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더턴 호주 내무부장관은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로이터 “공화당·민주당, 대선 경선 줄줄이 연기”

    민주당도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다. 로이터통신은 “3월 말과 4월 초로 예정됐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일정이 연기됐다”고 14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공화당과 민주당은 오는 3월24일 조지아주에서 열려고 했던 대선 예비선거를 5월19일로 연기했다.

    전날에는 양당 모두 4월4일 루이지애나주에서 치르려 했던 대선 예비선거를 6월20일로 미뤘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3월부터 열릴 예정이던 플로리다·오하이오·일리노이·애리조나에서의 대선 예비선거 또한 줄줄이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고령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건강을 문제로 이달 초순부터 유세를 취소 중이고, 트럼프 대통령도 선거자금 모금을 위한 집회를 처음 취소했다.

    “미국인들 행동 변한다면 결과 훨씬 좋을 것”

    한편 NYT가 전한 코로나-19 시나리오와 관련해 로렌 가드너 존스홉킨스 휘팅엔지니어링스쿨 부교수는 “미국인들의 행동이 바뀌면 이런 시나리오를 모델링할 때 사용한 매개변수를 더이상 적용할 수 없다”면서 “이런 시나리오보다 단기예측이 더 정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드너 부교수는 “미국인들이 코로나-19 감염 진단, 확진자 동선 및 접촉자 추적, 대중집회 금지와 재택근무, 여행 중단 등을 통한 접촉 기회 차단 등 적절한 행동을 취한다면 (최악의 결과를) 많이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실제로 미국인들의 생활양식은 최근 바뀌었다. 지난주부터 미국 각급학교가 휴교를 시작했고, 스포츠 경기와 대중적 행사가 연기 또는 취소됐다. 브로드웨이 극장도 불을 껐다. 일부 기업은 직원들에게 전원 재택근무를 지시했고, 많은 사람이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같은 위생 권고를 따른다고 가드너 부교수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