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대학교 출신 저자, 북한경제 실상 심층취재… 북-중관계의 현실 생생하게 담아
  • 4년 가까이 '초고강도 대북제재'를 받으면서도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는 나라. 각종 경제지표는 곤두박질치는 데도 연초부터 미국을 상대로 '새로운 전략무기'를 예고한 상식 밖의 나라. '한민족'으로 불리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닮은 점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기 힘든 나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여전히 북한은 우리에게 멀게만 느껴지는 곳이다. 관념적인 것뿐만 아니라 실제로 아는 것도 별로 없다. 특히 '북한 실물경제'와 관련해서는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아, 자칭 전문가들 중에서도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듯 넘겨짚는 이가 적지 않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다시 플러스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혹독한 제재 속에서도 북한경제가 무너지지 않았고, 오히려 반등 기미를 보인다는 말이다. 이 같은 분석이 사실이라면 실로 놀라운 일이다. 대북제재로 '경제 활로'가 꽉 막힌 북한이 '생존의 길'을 찾았다는 분석은 정말일까?

    '북한경제' 독점하려는 중국 시나리오 가동

    '북중 머니 커넥션(도서출판 책들의정원)'을 쓴 이벌찬 조선일보 기자는 "경제성장률이 하락세를 보이는 동안에도 북한의 내부상황은 비교적 안정적"이라며 "시장 물가와 환율에 큰 변동이 없고, 유가도 잠시 급등했을 뿐 원래 가격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한다.

    저자가 지목한 북한의 '뒷배'는 중국이다. 저자는 "중국이라는 막강한 후원자 덕분에 북한이 생존할 수 있었다"고 분석하면서 중국이 북한을 살리기 위해 △100만 명에 달하는 중국인관광객을 보내고 △국경지대의 밀무역을 눈감아주고 △북한 노동력을 편법으로 고용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전한다.

    또 저자는 "유엔 제재 속에서도 북중 경제협력은 멈추지 않고 확대되고 있다"며 국경 다리와 북·중 통상구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중국 대북사업의 주축이던 조선족과 북한 화교가 한족으로 대체되는 상황을 구체적 근거를 들어 소개한다.

    저자는 북한의 현재 경제상황을 짚어나가면서, 훙미롭게도 '북한 구찌 1호점'이라는 사례를 든다. '북한 구찌 1호점'은 평양의 백화점이나 시장에서 암암리에 판매하는 매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에 있는 매장을 가리키는 것도 아니다. 북한 신의주와 마주 보는, 중국 단둥에 개설된 구찌 매장이다.

    그러나 단둥에서는 이 매장을 두고 '북한 구찌 1호점'이라고 부른다. 매장을 열고 보니 줄을 서는 사람 대부분은 북한 무역상들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구찌가 북한의 수요를 노리고 단둥에 구찌 매장을 열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직 국제부 기자인 저자는 이러한 흥미로운 예시를 포함해 지난 2년여간 중국을 넘나들며 취재하고 인터뷰해 북-중 경제상황과, 통일을 꿈꾸는 우리나라가 놓치는 점 등을 포괄적이고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북중 머니 커넥션'이다. 거시적 관점에서 북·중관계와 관련해 궁금증이 있거나, 북한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저자 소개


    저자 이벌찬은 2014년 베이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해 조선일보 공채로 입사해 사회부·미래기획부를 거쳐 현재 국제부에서 일하고 있다. 학창 시절을 포함해 17년 동안 중국 지린성·랴오닝성, 베이징 등지에서 거주한 중국통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당시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단독 인터뷰하는 등 북중관계의 중요한 순간들을 기록해왔다. '북중 머니 커넥션'은 2019년까지 2년여 시간 동안 북중 접경지역을 누비며 심층취재한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