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보도자료 써도 되냐 물어서, 하시라 한 것"… 여론 나빠지니 '딴소리' 꼬집어
  • ▲ 우한폐렴 사태에 마스크를 끼고 있는 사람들. ⓒ정상윤 기자
    ▲ 우한폐렴 사태에 마스크를 끼고 있는 사람들. ⓒ정상윤 기자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마스크를 지원한 민간단체에 '수량 300만 개'를 맞추라고 압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정부·여당은 최근 '중국 눈치보기'라는 비판여론 때문에 마스크 300만 장 지원설을 "가짜뉴스"로 매도했지만, 민간과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보도자료부터 내놓고 그에 맞게 요구했던 것으로 7일 드러났다.

    우한대 한국총동문회 고위간부인 A씨는 5일 "중국 우한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끼리 조용히 현지교민을 도우려 했는데, 정부가 보도자료를 크게 냈다 번복하면서 우리도 곤란해졌다"고 밝혔다고 조선일보가 이날 보도했다.

    이 단체는 지난달 30일 외교부가 "민·관이 협력해 마스크 200만 장, 의료용 마스크 100만 장을 중국에 지원한다"고 낸 보도자료 속 그 민간단체다. A씨는 마스크 준비과정에 참여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우한대 한국동문회가 중국으로의 마스크 지원을 검토한 것은 설 연휴를 앞둔 지난달 24일부터였다. A씨는 "우한에 사는 동문 선배가 "병원 의료진만 60명이 감염됐다"며 울면서 전화가 왔다. 동문 전체 단톡방에도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전화를 계기로 동문회 차원에서 32억원가량의 긴급 성금이 모금됐고, 국내 회원들이 마스크 수급에 나섰다고 한다. 동문들 중 기업인이 많아서 빠른 시간 내에 금액을 모금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A씨는 "마스크를 보내려니 정작 우한행 항공노선이 모두 폐쇄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한대 한국총동문회장인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에게 "우한 교민을 실으러 가는 전세기 편에 마스크를 보낼 수 있느냐"고 의논했고, 박 의원이 "외교부에서 전화가 갈 테니 한번 의논해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후 외교부 한 사무관과 전화로 협의해 해당 전세기에 마스크를 실어 가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한다.

    여론 나빠지자 관련성 부인한 정부

    그러나 정부의 '마스크 300만 개 중국 지원' 방침 발표에 비난여론이 쏟아졌다. 국내에서 마스크 매점매석으로 인한 품귀현상이 빚어지면서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이후 정부는 5일 당초 발표와 달리 "민간단체가 보내는 것을 정부는 전세 화물기 편으로 운송만 한 것"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4일 "마스크 지원은 한·중 민간기업과 유학생이 추진한 일로 200만 장이 목표이며, 이 중 전달된 물량은 12만 장"이라고 했다. '마스크 300만 장 지원'은 "가짜뉴스"라고 공격했다.

    A씨는 "정부와 여당이 참 순진한 것 같다"면서 "준비한 우리가 (300만 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라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교부가 먼저 보도자료에 (마스크 지원은) 민·관이 하는 것이라고 써도 되느냐고 해서 '우한총동문회든 외교부든 좋은 일이니 마음껏 하시라'고 했다"고 밝혔다. 여론이 나빠지자 뒤늦게 정부는 관련이 없는 것처럼 빠지려고 한다고 꼬집은 것이다.

    A씨는 "마스크 가격이 올라 준비한 마스크 물량이 모자라자 외교부 측에서 이미 보도자료에 300만 개로 나갔으니 중국과 관계를 감안해 물량을 맞춰야 한다고까지 했다"고 전했다. 이 단체가 지난 3일 정부가 마련한 전세기 편으로 중국에 보낸 물량만 150만 장이었다.

    A씨는 "동문회 차원에서 좋은 일을 하려 한 건데 (정부가 중간에 끼어들어) 보도자료를 내놓고는 감당하지 못한 것"이라며 "정부가 도와준 건 고맙지만 일이 이렇게 돼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민경욱 "가짜뉴스 퍼뜨린 공무원부터 잡아야"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A씨의 인터뷰 기사를 링크하며 "누가 가짜뉴스라고 하셨더라? 가짜뉴스 퍼뜨린 이 공무원부터 찾아서 잡아넣으세요. 보도자료 만든 외교부 공무원도"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트위터에서 “중국에 마스크 보내느라 정작 우리는 의료현장에도 마스크가 부족하다”면서 “골든타임도 놓치고, 국민불안도 가중시키고, 외교적 무시까지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