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돈퓰리즘③ 취준생 신분증만 있으면 7일내 완료… 올 예산만 책정돼 지속성 불투명
  • ▲ 햇살론 유스가 총선을 앞두고 부활돼 또 다른 형태의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서민금융진흥원 홈페이지 캡쳐
    ▲ 햇살론 유스가 총선을 앞두고 부활돼 또 다른 형태의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서민금융진흥원 홈페이지 캡쳐
    총선을 앞두고 각종 포퓰리즘이 만연하는 가운데, 청년층 대상 대출 프로그램인 '햇살론 유스' 상품이 총선을 위해 기획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150억원이 책정된 예산을 이용해 연간 1000억원을 대출하는데, 정부당국은 향후 지속성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견해다. 전문가들은 "총선만 겨냥한 단기 맞춤 현금살포형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햇살론 유스는 만 34세 이하 대학생(대학원생)·취업준비생·사회초년생(중소기업 재직 1년 이하)들에게 3.5%의 고정금리로 대출하는 프로그램이다. 1회에 300만~600만원, 연간 최대 12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별다른 소득이 없는 청년층을 겨냥한 대출인 셈이다. 

    지난해 1월 재원 고갈을 이유로 폐지됐던 이 대출 프로그램은 같은 해 예산이 국회를 통과한 지 일주일 만인 12월17일 재도입하기로 결정됐다. 

    당시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저금리 자금지원으로 취업준비 중인 청년·대학생의 자금애로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융위의 공언대로 2020년 1월23일 햇살론 유스 프로그램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시작했다. 

    그런데 금융위와 서민금융진흥원, 대출을 담당하는 은행권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금융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150억원이 예산으로 책정되면 이것은 보증금으로 예치해놓는 것이고, 실제로 대출은 1000억원 정도 가능하다"며 "올해 예산이 책정돼 있는 것이고, 예산이 해마다 다르게 책정될 수 있기 때문에 지속할 것인지는 예산안을 짜는 과정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원래 해오던 것이 잠시 중단된 상태가 됐고, 재원이 마련돼 다시 진행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서민금융진흥원 관계자도 "향후 예산을 확보하고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숙제"라며 "올해 예산만 책정된 상태이고, 재원이 고갈되면 정부 측과 논의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올해 1000억 대출 예정… 지속할지 여부는 몰라"

    반면 대출을 담당하는 은행 측은 향후 5년간 공급계획을 세웠다는 입장이다. 은행 측 관계자는 "인원 예상은 나와 있지 않지만 정부예산 출연으로 5년간 매년 1000억원을 대출로 공급한다는 계획이 세워져 있다"고 밝혔다. 
  • ▲ 서민금융진흥원의 햇살론 유스 프로그램 보증심사를 받으려는 청년들.
    ▲ 서민금융진흥원의 햇살론 유스 프로그램 보증심사를 받으려는 청년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속 여부도 불투명한 대출로 상황이 어려운 청년들의 미래를 저당잡고, 총선을 앞두고 의도가 보이게 부활시킨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며 "햇살론은 당초 취약계층과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이 저금리로 갈아타게 해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청년들에게 나가는 유스 프로그램은 사실상 돈을 나눠주는 효과를 내고 반짝 고마움을 느끼게 하는 단기적 인기영합주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그러면서 "150억원의 적은 예산으로 시중은행을 이용해 1000억원의 효과를 내게 하는 꼼수 포퓰리즘"이라며 "문재인 정부 들어 현금으로 살포하는 정책이 너무 많아 본인들은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해마다 1000억원의 대출을 진행하는 햇살론 유스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까? 본지가 직접 진행해본 햇살론 유스 대출 신청 과정은 크게 세 번의 절차를 통과해야 하지만, 과정은 복잡하지 않았다. 특히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의 대출은 별다른 제약 없이 간편하다. 

    이 자금은 일반생활자금일 때에 1회 300만원, 향후 내용을 증빙할 경우 600만원까지 대출 가능하다. 연간 2회 대출 가능하며 두 번 대출을 소진한 사람은 다시 대출받을 수 없다. 서민금융감독원이 제시한 자금용도계획서 예시에는 일반생활자금·의료비·주거비(기숙사·원룸 등의 보증금이나 월세)·취업준비자금(학원비) 등이 적시됐다.

    대학생·취준생은 신분증만 있으면 일주일내 보증 완료

    햇살론 유스를 대출받기 위한 절차는 ①보증 신청 ②보증 심사 및 승인·약정 ③대출 신청 및 승인·약정 실행으로 단계가 나뉜다. 보증 신청은 서민금융진흥원 모바일 앱을 통해 하고, 서민금융진흥원 금융교육 포털에서 금융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보증 신청 과정은 기본적인 인적사항과 전화번호·주소만 적으면 즉시 진행된다. 허위로 기재해도 신청은 가능하다. 하지만 서민금융진흥원 측은 "허위 기재해도 향후 상담 과정에서 서류를 심사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모두 걸러진다"고 말했다. 

    보증 신청한 뒤 약 9분 분량의 강의 동영상 4개 중 1개의 동영상만 보면 수강을 완료할 수 있다. 이 절차가 완료되면 서민금융진흥원 상담센터를 직접 방문해 보증 심사 및 승인·약정 상담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대학생·취업준비생과 사회초년생의 제출서류가 달라진다. 대학생과 취준생은 신분증만 들고 센터를 방문하면 준비해야 할 서류를 안내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회초년생은 건강보험료납부확인서·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사업자등록사실여부사실증명 등 각종 서류를 구비해야 한다. 또 서류 접수와 함께 자금용도계획서를 작성한다. 이 같은 절차를 거치면 방문 후 일주일 안에 대부분 보증이 완료된다.
  • ▲ 서민금융진흥원의 햇살론 유스 자금용도계획서 예시. 학원비, 월세 등을 청년들에 지원한다.
    ▲ 서민금융진흥원의 햇살론 유스 자금용도계획서 예시. 학원비, 월세 등을 청년들에 지원한다.
    상담을 진행하는 한 직원은 "대학생들은 신분증을 들고 오면 상황에 따라 제출하는 서류를 안내하고 팩스를 통해 바로 받을 수 있다"며 "대학생들의 개인특성이 모두 달라 서류는 없을 수도, 여러 개가 될 수 있지만 간단하다"고 안내했다. 실제로 관련 상담센터는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으로 보이는 청년들로 북적댔다.  

    "대출 쉽게 된다기에" "사용 내역 증명 안 해도 되니" "학원비 내려고"

    대출받으러 상담센터를 찾은 한 취업준비생은 "대출이 쉽게 된다기에 알아보다 국가에서 하는 것이라고 해서 왔다"며 "300만원까지는 사용한 내역을 증명하지 않아도 대출된다는 소문을 듣고 알아보고 왔다"고 말했다. "돈이 많이 급하냐"는 질문에 "돈이 없는 것은 아니고 비슷한 이자를 주는 적금이 있어 적금을 깨지 않고 돈을 쓰려고 찾았다"고 대답했다.

    또 다른 대학생은 "학원비 같은 것을 낼 때도 대출해준다고 해서 찾았다"며 "토익시험을 준비하는데 학원비를 내려고 신청했다"며 "금리도 낮고 상환 기간도 길어 부담 없이 왔다"고 말했다. 

    상담센터를 찾은 청년들의 말처럼 햇살론 유스의 상환기간은 길다. 햇살론 유스의 보증기간은 거치기간(이자상환) 6년(군복무 예정 시 2년 추가), 상환기간(원금+이자) 최대 7년으로 최대 15년 안에 갚으면 된다.   

    하지만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 책정된 예산 150억원은 향후 5년 안에 원금이 회수될 것을 고려한 예산 책정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5년이면 원금이 회수되고 그 중 7분의 1이 회수되지 않을 것을 고려해 150억원이 책정된 것"이라며 "최장 만기는 15년이지만 시중에 3.5% 금리의 예금이나 적금은 전무한 상태여서 취업하거나 돈이 생기면 5년 안에 갚을 것이라는 게 귬융위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보증 신청이 완료되면 서민금융진흥원이 아닌 각 은행(신한·기업·전북)의 앱을 이용해 대출을 신청하고 대출금을 받을 수 있다. 대출을 진행하는 한 은행 관계자는 "서민금융진흥원이 100% 전액 보증하는 방식으로 은행에서 별도 심사는 없다"며 "비대면 전용으로 은행 앱을 통해 신청하면 대출이 나간다"고 설명했다.

    조동근 교수는 "대출 과정을 너무 쉽게 해주고 돈을 그대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살포하는 것과 같다"며 "과거 고무신 나눠주며 선거전을 펼친 시절이 있었는데, 고무신이 대출이라는 이름을 빌린 현금 살포로 명목만 바뀐 것이다. 이럴 거라면 문재인 정부가 현금살포부를 만들고 장관에게 현금을 곳곳에 살포하라고 지시하면 될 일"이라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