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방문 때 '한·아세안회의' 성공 다짐했지만 '답방' 언급 안 해… 남북관계 경색 고려한 듯
  • ▲ 문재인 대통령. ⓒ뉴데일리 DB
    ▲ 문재인 대통령. ⓒ뉴데일리 DB

    문재인 대통령이 기대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1월 부산 방문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북한 선원 2명을 강제북송하는 결정을 내리고도 남북관계의 진전 기미가 보이지 않자 '닭 쫓던 개' 신세가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12일 부산 현장국무회의에서 오는 25∼27일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성공 개최를 다짐했다. 그러나 정상회의의 최대 이벤트로 기획된 김정은의 부산 방문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비핵화협상 교착국면과 맞물려 남북관계도 경색되면서 북한에 일방적 구애를 보내는 것이 더이상 불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는 지난 2년 반 동안 정부가 진심과 성의를 다해 추진해온 신남방정책의 중간결산"이라며 "우리 정부 들어 국내에서 열리는 최대규모 다자 정상회의"라고 소개했다.

    文, 석달 전 “김 위원장이 함께하면 매우 의미” 발언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태국 일간지 방콕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아세안 10개국 정상이 함께 모인 자리에 김정은 위원장이 함께하면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에 매우 의미 있는 계기일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한반도 주변 미·중·일·러 강대국 정상이 안 오는 자리인 만큼, 부담 없이 와서 서울이 아니더라도 '답방 약속'을 빨리 지키라는 요청이었다.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자문위원은 부산의 명물이나 항구라는 지역적 특성을 이용한 '김정은 방문 쇼'를 기획 중이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탁 위원은 지난달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정은 방문의)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겠다. 다자회담 안에 들어올 방법도 있고, 당연히 양자는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한반도의 남쪽인 부산이라는 곳에 오게 된다면, 그 부분에 대한 여러 장치들도 만들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靑 "가시적 진전 없지만 모든 가능성에 대비"

    청와대는 다만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은 모습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1일 '김정은 초청이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물음에 "가시적 진전사항이 나온 것은 없다"면서도 "실무자 입장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현재 여권은 내년 4월 총선 전에 표심을 동요할 ‘한반도 평화’ 바람 이벤트가 다시 크게 나오길 고대한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12일 연합뉴스TV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겠지만 지금 아직 날짜가 닥치지 않았는데 아니다 맞다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 아세안회의가 열리는 오는 25일이 2주도 안 남은 시점에서 아직도 ‘최고지도자’ 동선이 조율되지 않았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북한의 '거절' 의사를 받은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고 대변인은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등 고위인사를 초청할 수도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글쎄요"라고 답했다.

    결국 김정은의 부산 방문이 무산되면 내년 총선 전까지 남북관계 개선 계기는 만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북 협상도 지지부진한 상황이어서 집권 후반기에도 이끌어가겠다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은 13일 당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북한 눈치보기가 도를 넘는 것 같다. 북한의 흥신소인지 심부름센터인지 알 수가 없다"며 "문재인 정권은 앞으로 북한이 범죄자라고 하면 누구라도 돌려보낼 것인가. 그동안 깜깜이 북송이 있었는지 국정조사를 통해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