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교민' 귀국계획 혼선 빚은 날, 지원계획 발표… "조공 바치는 건가" 조소
  • 인천공항 검역관계자가 중국에서 입국한 사람들은 이쪽으로 오라는 안내문을 들고 있다. 모든 중국인이 이 안내를 따를지는 미지수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인천공항 검역관계자가 중국에서 입국한 사람들은 이쪽으로 오라는 안내문을 들고 있다. 모든 중국인이 이 안내를 따를지는 미지수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 장면 하나. 2016년 12월, 중국 외교부에서 온 과장급 관리가 대기업 총수와 경영진을 불러모았다. 그러고는 “소국이 대국에 대항해서야 되겠느냐”며 “너희 정부가 사드(THAAD, 종말고고도전역요격체계)를 배치하면 단교 수준의 엄청난 고통을 주겠다”고 협박했다.

    #2. 장면 둘. 2017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 방문길에 올랐다. 문재인 정부는 어떤 기대를 했는지 모르지만, 언론의 눈에 비친 중국 측의 태도는 ‘냉대(冷待)’였다. 문 대통령이 영부인과 청와대 관계자들과 함께 일반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일부 한국기자는 중국 측 경호원에게 폭행까지 당했다.

    이런 ‘냉대’에도 문 대통령은 베이징대 특강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주변국과 어울려 있을 때 빛나는 국가” “중국몽은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 아시아 모두,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기를 바란다. 한국도 작은 나라지만 책임 있는 중견국가로서 그 꿈에 함께할 것이다"라고.

    두 장면 이후 중국은 우리 정부는 물론 폭행당한 기자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았다. ‘대국’이어서 사과할 필요를 못 느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작은 나라 한국’이 ‘대국 중국’에 500만 달러(약 59억2500만원)를 긴급 제공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의 급속한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을 긴급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물론 여기에는 지난 28일 이태호 외교부 제2차관이 밝혔던, 마스크 200만 장, 의료용 마스크 100만 장, 방호복 10만 장, 보호안경 10만 개 등 의료물품도 포함된다.

    특이한 점은 우리 기업이 물품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중국유학총교우회’와 ‘중국 우한대 총동문회’가 지원물품을 제공하고, 우리 정부는 우한지역에 물자를 긴급 공수하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외교부는 “이중 일부를 우한 교민 귀국을 지원하는 전세기편으로 우한 측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즉, 전세기에 지원물품을 싣고 가서 중국에 건네주고, 우리 국민을 태워 돌아온다는 것이다.

    중국을 인도적으로 지원할 수는 있다. 그런데 왜 하필 교민 귀국계획이 차질을 빚은 이날 지원계획을 발표한 걸까? 얼핏 보면 중국이 우리 국민의 귀국을 허용하는 대신, 그 대가로 급히 필요한 물품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무슨 인질 몸값인가? 아니면 조공(朝貢)인가?

    외교부는 “이번 위기를 중국과 함께 대처해 나가면서 양국 간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추가적인 지원지역 및 품목 등은 중국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이 한국의 도움을 받고 진심으로 감사한 적이 몇 번이나 있을까. 단 한 번도 없다. 자국민이 우한폐렴이 걸린 채 해외로 도피해도 못 막은 나라, 자국 내에서 전염병이 퍼져 자국민은 물론 외국인까지 위기에 빠져도 책임지지 않는 나라, 우리를 업신여기는 나라, 그런 나라에 왜 우리 국민이 낸 세금을 줘야 할까. 문재인 정부는 중국에 뭔가 약점이라도 잡힌 건가.

    이런 질문에 답하는 정부 관계자는 어디에도 없다. 중국 이야기만 나오면 한없이 나약해지는 문재인 정부의 특징을 오늘 한 번 더 확인했다.